딥테크 스타트업 투자, VC가 찾는 핵심 지표 TOP3

매출도 사용자도 없는 초기 단계, 딥테크 스타트업은 투자자에게 어떤 지표를 보여줘야 할까요? 기술 마일스톤부터 팀 빌딩, 고객 반응까지. 숫자 너머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고 투자자를 설득하는 실전 가이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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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3, 2026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 
VC가 찾는 핵심 지표 TOP3

매출도, 사용자도 없는 상황에서 수백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 바로 ‘딥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상용화를 준비하는 기나긴 침묵의 시간. 하지만 누군가는 그 고요함 속에서도 가능성을 포착하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합니다. 숫자가 보이지 않는 사업 초기, VC는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확신을 갖는 걸까요?

이번 시간에는 명확한 숫자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투자자의 눈에는 분명하게 들어오는 딥테크만의 '보이지 않는 지표'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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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talking?

이번 화의 인터뷰이는 신정호 수석 심사역(Justin)김영무 심사역(Zero). 카카오벤처스에서 딥테크 분야를 담당하며, 기술 너머의 시장 기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굴합니다.

투자자의 시선
: 딥테크 스타트업에 지표란?

본격적인 지표 이야기에 앞서,
투자자가 딥테크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부터 짚어보겠습니다.


Q. 카카오벤처스가 정의하는 ‘딥테크’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저희는 딥테크를 ‘세상의 기반이 되는 뿌리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이나 웹 서비스가 ‘열매’라면, 그 열매가 맺히기 위해 흙 속에서 양분을 공급하는 반도체, AI 모델, 인프라 같은 기술은 ‘뿌리’인 셈이죠.

이처럼 고객의 눈에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기반 기술을 만들거나 강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희가 바라보는 딥테크 투자 영역이랍니다.”

나무 일러스트. 땅 위 열매에는 '앱, 서비스, 제품'이, 땅 아래 뿌리에는 '딥테크(기반 기술)'가 표시되어 딥테크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딥테크는 제품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뿌리 기술'입니다

Q. 딥테크를 볼 때 갖는 기본 관점이나 프레임이 있으신가요?

"사실 딥테크 영역에서 풀어야 하는 거대한 문제들은 이미 세상에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앞서 말씀드린 반도체나 AI, 우주·항공, 로봇 같은 분야들이 그렇죠. ‘더 빠른 연산’, ‘더 효율적인 에너지’, ‘더 정교한 제어’처럼 해결해야 할 숙제는 명확하니까요.

그래서 딥테크 투자는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보다 ‘누가 이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가’를 찾는 과정에 가까워요. 수많은 팀이 같은 문제에 도전하지만, 결국 그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속도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만들어지거든요.”

Q. 그렇다면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열쇠는 결국 ‘기술력’이 되는 걸까요?

“많은 분이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난가’가 1순위일 것으로 생각하세요. 물론, 딥테크인 만큼 기술력 자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대표님께서 ‘이 기술을 비즈니스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입니다. 기술 자체에만 몰입하기보다, ‘이 기술이 왜 지금 세상에 필요하고, 우리가 왜 이 문제를 잘 풀 수 있는지’를 비즈니스 언어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Q. 딥테크 스타트업을 보실 때 주로 어떤 '지표'를 보시나요?

“’무조건 이걸 봅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정답지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회사마다, 그리고 핵심 기술마다 중요한 지표가 전부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숫자가 좋은지를 확인하기보다, ‘이 팀이 성장을 증명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지표를 보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집중합니다. 우리 회사의 기술과 사업 단계에 딱 맞는 목표를 스스로 잘 정의했는지,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타당한 논리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살피죠.”

딥테크 스타트업,
VC가 주목하는 핵심 시그널 TOP3

정량 지표를 정하기 어려운 딥테크의 세계.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떤 시그널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까요?


Q. 딥테크에는 통용되는 정량 지표가 없다고 하셨는데, 그럼 실제로는 어떤 것들을 보시나요?

"숫자로 딱 떨어지는 지표는 아니지만, 저희가 공통적으로 눈여겨보는 시그널들이 있어요. 크게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딥테크 투자자가 주목하는 3가지 핵심 시그널을 카드형으로 정리한 이미지. 첫 번째는 '기술을 휘어잡는 사람인가', 두 번째는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가', 세 번째는 '고객이 진짜 가치를 느끼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초기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자가 주목하는 3가지 시그널

1.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있는가

Q. 첫 번째로 확인하는 시그널은 무엇인가요?

“대표님이 기술에만 깊이 빠져 있는 ‘연구자’인지, 아니면 기술을 도구로 삼아 가치를 만드는 ‘사업가’인지를 봅니다. 물론, 딥테크에서 기술에 대한 열정은 필수예요. 하지만 기술을 사랑하는 것과, 그 기술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예요.

단순히 성능이 좋다는 스펙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래서 이 기술이 고객의 어떤 고통을 해결해 주는지’를 시장의 언어로 설명해 주실 때, 비로소 ‘이 팀이라면 사업을 되게 만들겠다’라는 확신을 갖게 된답니다.”

Q. ‘시장의 언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예를 들어볼까요? 물류 로봇을 만드는 팀이 ‘오차 범위 0.1mm’라는 스펙을 강조한다고 해볼게요. 기술적으로는 대단한 성취이지만, 냉정히 말해 이건 ‘공급자의 언어’라고 볼 수 있어요.

투자자와 고객이 진짜 듣고 싶어 하는 건 그 스펙이 만들어 낼 결과입니다. ‘이 0.1mm의 정교함 덕분에 로봇이 24시간 멈추지 않고, 사람이 없어도 사고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기술의 스펙을 고객이 얻을 이익으로 번역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이는 현장의 문제를 비즈니스 시각으로 꿰뚫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Q. 기술의 ‘단점’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네, 중요한 포인트예요. 기술에 깊이 몰입해 오신 분들일수록, 오랜 시간 공들인 연구의 한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단점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든요.

이런 분들은 필요할 때 유연하게 방향을 수정하고, 배움의 속도도 가파른 경우가 많아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게 창업가로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분이라는 신호로 읽히는 것 같습니다.”

2. 좋은 인재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가

Q. 두 번째 시그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이걸 ‘Talent Magnet’이라고 부르는데요. 쉽게 말해, 뛰어난 인재들이 이 대표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지를 봅니다.

딥테크는 워낙 고난도의 문제를 다루다 보니,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거든요. 결국 문제를 함께 풀 ‘팀’이 있어야 하죠. 그래서 대표님이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를 얼마나 명확히 정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을 설득할 매력리더십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Q. 팀빌딩 역량은 어떻게 확인하시나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나요. 단순히 '나중에 이런 전문가가 필요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는 반면,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A사의 OOO님이 필요합니다.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꼭 모셔 올 계획입니다'라고 구체적으로 답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이런 분들은 그 집요함에서부터 신뢰가 생기죠.

중요한 건, 단순히 '이 기능을 구현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주변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겠다'라는 집념으로 팀을 꾸리시는 분인가 하는 점이에요. 결국 창업의 본질은 기술을 구현하는 게 아니라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니까요. 그걸 함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끌어오는 힘이야말로 대표님의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또, 현실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이 제시할 수 있는 연봉이나 조건에는 한계가 있는데요. 그런데도 업계의 A급 인재들이 기꺼이 합류한 팀이라면, 이는 대표님이 가진 비전설득력을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증명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어요.”

3. 고객이 진짜 가치를 느끼고 있는가

Q. 마지막 세 번째 시그널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초기 단계라 해도, 고객이 우리 기술에 ‘진짜 가치’를 느끼고 있는지를 봅니다. 보통 딥테크 기업들은 정식 출시 전에 PoC(개념 검증)를 많이 진행하는데요. 이때 저희는 단순히 ‘몇 개 기업과 PoC를 했다’는 사실보다, ‘고객사가 얼마나 진심으로 참여하고 있는가’를 훨씬 중요하게 봅니다.

형식적으로 이름만 올린 PoC와, 고객사 담당자가 자신의 업무 시간을 쪼개가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PoC는 그 무게감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고객이 그렇게까지 몰입한다는 건, 우리 기술이 그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정확히 해결해 주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죠.”

Q. 고객 반응이 좋다는 건 어떻게 확인하시나요?

“저희가 경험적으로 발견한 아주 흥미로운 지표가 하나 있어요. (웃음) 실제로 빠르게 성장하는 딥테크 팀들을 보면, 초기에 그 솔루션 도입을 주도했던 고객사 담당자가 승진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예요. 담당자분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입을 주장했고, 그 결과로 조직에 확실한 성과를 가져다주었으니 인정을 받은 거죠. 우리 기술이 고객에게 단순한 호기심 충족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용을 주었다는 뜻이고요.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써보니 나쁘지 않네요’ 정도의 피드백을 넘어, ‘이 제품 덕분에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라는 진짜 반응이 나오는지를 유심히 본답니다.”

딥테크 스타트업 창업가가
자주 마주하는 두 가지 상황


[Case 1] 극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이라 지표가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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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라 가진 건 기술력과 팀뿐입니다. IR에 넣을 숫자가 없어서 논문이나 특허 수를 나열하고 있는데, 이게 맞는 걸까요?

Q. 위 상황처럼 숫자가 아직 없는 단계라면, 무엇을 지표로 보여주는 게 좋을까요?

“초기 스타트업에 숫자가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그러니 억지로 매출 그래프를 그리거나 무리한 추정치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앞서 말씀드린 정성적인 시그널들이 훌륭한 지표가 될 수 있어요. 우리 팀이 얼마나 단단한지, 고객이 얼마나 진심으로 반응하는지 하는 것들이요.

또, 기술적인 독보성을 보여주셔도 좋아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술적 돌파구(Breakthrough)를 마련했거나, 남들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있다면, 얼마든지 꺼내어 자랑해 주세요.”

Q. 논문이나 특허 수를 어필하는 건 어떤가요?

“논문과 특허는 그간의 연구 역량을 증명하는 좋은 자료예요. 하지만 단순히 개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숫자들이 단순한 나열을 넘어 ‘비즈니스 전략’으로 해석될 때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의 핵심 기술을 방어하기 위해 촘촘하게 특허 포트폴리오를 설계했다’라는 식으로 기술적 해자 관점에서 설명해 주신다면, 투자자는 이를 훨씬 설득력 있는 지표라고 생각하게 되죠.”

Q. 정부 과제 수주 금액을 매출로 적어도 될까요?

“이 부분은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냉정하게 볼 때 정부 지원금은 시장에서 검증받은 ‘매출’과는 성격이 다르거든요. 이를 매출로 혼동하면 자칫 비즈니스 감각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과제는 자금 조달의 훌륭한 수단임은 분명해요. 지분 희석 없이 런웨이를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또, 양자컴퓨터나 국방 기술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분야라면, 과제 수주 자체가 해당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로 인정받았다는 긍정적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매출로 포장하기보다 ‘기술적 공신력’‘런웨이 확보’ 차원에서 어필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Case 2] 기술은 있는데, 시장이 아직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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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우위는 확실한데, ‘그래서 누가 사요?’, ‘시장 규모가 얼마예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힙니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우리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논리는 투자자에게 어떻게 다가오나요?

“매력적인 비전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없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가겠다’는 제안은 조금 신중하게 받아들여지는 편이에요.

저희는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은 없다’고 보는 관점에 가까운데요. 예를 들어, 양자컴퓨터도 시장이 아예 없던 게 아니거든요. 기존 슈퍼컴퓨터가 풀던 최적화 문제나 신약 개발 같은 거대한 난제들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죠.

그래서 ‘시장을 만들겠다’고 하시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거대한 문제를 우리의 기술로 가장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시는 게 투자자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어요.”

Q. 그렇다면 원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까요?

“아니요, 오히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5~10%의 점진적인 개선은 체계와 리소스를 갖춘 대기업이 잘하는 영역이에요. 반면 스타트업은 판을 확 바꿀 수 있는 곳이죠. 완전히 혁신적인 퀀텀 점프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스타트업의 힘이니까요. 합리적인 마일스톤을 보여주는 건 당연히 중요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큰 그림을 함께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연구에 오래 몰입해 오신 분들 중에는 큰 비전을 말씀하시는 걸 조금 낯설어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과장 없이 진심을 담아 비전을 전달하는 건 창업가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투자자는 결국 그 비전에 함께 베팅하는 것이니까요.”

Q. 투자자는 ‘기술 검증’과 ‘사업 검증’을 어떻게 구분해서 보나요?

“두 검증은 바라보는 지점이 조금 달라요. 기술 검증이 벤치마크나 논문을 통해 ‘이 기술이 얼마나 압도적인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사업 검증은 ‘그래서 이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통용되는가’를 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대표님이 단순히 스펙을 높이는 연구 개발에 머물러 계신지, 아니면 초기 단계부터 잠재 고객을 만나고 그들의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하려는 ‘고객 지향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봅니다. 아직 매출이 없더라도 고객과 치열하게 소통하고 있다면, 사업 검증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하기도 하고요.”

Q. 딥테크 특성상 상용화까지 5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렇게 호흡이 긴 경우라면 투자받기가 어려운가요?

“그렇지 않아요. 딥테크 영역에서 긴 연구 개발 기간이 필요한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상용화 시점이 늦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긴 여정을 어떻게 헤쳐나갈 건지는 중요하게 봐요. 이번 투자금으로 어떤 성과를 만들 건지,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라운드 투자자나 영입하고 싶은 인재, 잠재 고객 같은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건지에 대한 그림은 명확할수록 더 좋습니다.

결국 빠르게 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한 시점까지 생존하며 완주할 수 있는 계획과 실행력이 있는가 하는 점인 것 같아요. 그게 보이는 팀이라면 호흡이 길어도 믿고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딥테크 스타트업,
신뢰를 쌓는 투자자와의 소통법

결승선이 보이지 않는 긴 레이스에서 지치지 않고,
투자자와 건강한 신뢰를 쌓아가려면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Tip 1] 긴 호흡의 레이스, 중간 점검은 이렇게!

트랙 위를 달리는 러너 일러스트. 딥테크 스타트업이 매출 발생 전 긴 호흡의 레이스에서 중간 성과를 쌓아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Q. 투자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매출까지는 여전히 멉니다.
숫자가 없는 긴 기간 동안, 투자자에게 어떤 성과를 보여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 시기에는 ‘우리가 약속한 로드맵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투자자는 당장의 수익보다, 대표님이 그리신 청사진이 현실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거든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 동안 투자자가 신뢰하는 중간 지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술 마일스톤: 분기별로 약속했던 R&D 목표를 달성했는가

  • 팀의 밀도: 우리 기술을 구현할 핵심 인재가 제때 합류하고 있는가

  • 시장 검증: PoC 등을 통해 잠재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보했는가

  • 펀드레이징: 다음 라운드 준비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 시장 포지셔닝: 해당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가

Q. 카카오벤처스는 주로 Seed 단계에 투자하잖아요.
다음 라운드(Pre-A, Series A)로 넘어가기 위해 기대하시는 구체적인 모습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연구 조직’에서 ‘비즈니스 조직’으로의 진화입니다. 극초기(Seed) 단계에서는 기술의 잠재력만으로도 충분한 투자의 이유가 되지만, 시리즈 A 이상을 바라보신다면 상용화에 대한 기초 검증은 끝나 있어야 해요.

동시에 우리 조직이 단순히 우수한 연구원들이 모인 곳이 아닌, 경영, 채용, 영업 등 비즈니스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하나의 단단한 기업’으로서 골격이 갖춰나가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Q. 마일스톤 목표를 잡을 때 보수적인 게 좋을까요? 아니면 낙관적인 게 좋을까요?

“사실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낙관적인 꿈’을 연료 삼아 달리는 조직이잖아요. 투자자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표님께서 제시한 목표가 다소 도전적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감안하고 봅니다. 그러니 실패가 두려워 너무 방어적으로 잡기보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목표 그대로를 가감 없이 보여주시면 돼요.”

[Tip 2] 예기치 못한 변수, 지연과 피벗을 대하는 자세

Q. 기술 개발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상황이 있을 텐데요.
이 상황을 언제, 어떻게 공유하면 좋을까요?

“저희가 드리는 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무조건 빨리, 그리고 솔직하게 공유해 주세요.’ 딥테크 분야에서 일정이 계획대로 딱딱 맞춰 진행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투자자들도 그런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이해하고 있고요.

진짜 문제는 지연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숨길 때 발생해요. 주주는 창업가와 한배를 탄 사이잖아요. 배에 문제가 생겼다면 빨리 알려야 함께 대처할 수 있어요. 공유가 늦어지면 투자자가 도울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거든요. 오히려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대책을 논의할 때, 파트너로서의 신뢰는 비로소 더 단단해진답니다.”

Q. 사업 방향을 바꾸는 피벗(Pivot)이 필요할 땐 어떻게 논의해야 할까요?

“딥테크에서 핵심 원천 기술 자체가 바뀌는 경우는 드물어요. 다만, 이 기술을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것인가’, ‘어떤 서비스에 접목할 것인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하게 바뀔 수 있죠. 우리 기술이 가장 잘 쓰일 시장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건 오히려 필수적입니다.

원천 기술을 가진 초기 팀일수록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니,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생길 때는 혼자 안고 계시지 말고 편하게 소통해 주세요. ‘우리 기술로 더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길’을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게 바로 투자자가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마치며
: 숫자를 넘어, 본질을 향해


이번 화에서는 숫자가 보이지 않는 딥테크의 세계에서, 투자자가 어떤 시그널을 읽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두 심사역분께 예비 창업가분들이 궁금해하실 법한 질문들을 마음껏 여쭤본 시간이었어요.

이번 화를 끝으로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 시리즈가 막을 내립니다. 시리즈를 기획하며 저희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하나였어요. 투자자가 찾는 것은 화려하게 포장된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치열한 고민과 이를 끝까지 실행해 낼 팀의 가능성이라는 걸요.

가장 혁신적인 기술은 언제나 가장 긴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믿습니다. 그 긴 여정이 외롭지 않도록, 카카오벤처스가 창업가의 든든한 페이스메이커가 되겠습니다.

세상의 난제를 풀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계실 모든 스타트업 창업가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

스타트업이 숫자에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면 강력한 무기가 되죠. 투자자는 지표를 어떻게 볼까요?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의 지표 해석법과 섹터별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1️⃣ 스타트업 지표, 투자자는 어떻게 볼까?
: 초기 스타트업의 지표 활용법부터 지표에 대한 흔한 오해 3가지
2️⃣ 서비스 스타트업 핵심 지표: VC가 보는 진짜 성장 신호는?
3️⃣ 게임 스타트업 지표, 투자자는 ‘이것’부터 봅니다: VC가 꼽은 3가지 핵심 지표는?
4️⃣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VC는 어떤 지표를 볼까?: 3단계 검증 프레임워크
5️⃣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 VC가 찾는 핵심 지표 TO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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