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s talking?
장동욱 이사(Brian), 조현익 수석(Mike).
카카오벤처스 ICT서비스팀 심사역으로, 다양한 서비스 스타트업의 투자와 성장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 1화에서는 투자자가 지표를 보는 관점과 스타트업의 지표 활용법을 살펴 보았습니다. 지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를 읽어내는 도구였죠.
이번 화부터는 섹터별로 깊이 들어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눕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섹터는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혁신을 만드는 ‘ICT 서비스’입니다.
플랫폼부터 커머스, SaaS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공존하는 만큼 중요한 지표도 제각각일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본질은 있습니다. 카카오벤처스 서비스팀 심사역 두 분과 나눈 대화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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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talking?
장동욱 이사(Brian), 조현익 수석(Mike).
카카오벤처스 ICT서비스팀 심사역으로, 다양한 서비스 스타트업의 투자와 성장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섹터를 보는 투자자의 시선에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최근 투자자들이 지표를 보는 방식이 바뀌었다고요.
“네, 상당히 달라졌어요.
코로나 이전까지는 매출보다 트래픽, 성장률과 같은 탑라인 지표를 중요하게 봤어요.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얼마인지, GMV(총 상품 거래액)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가 주된 질문이었죠. 사용자를 충분히 모으면 수익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는 기대를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거든요.”
언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나요?
“코로나가 분명한 전환점이었어요. 그 시기를 전후로 투자를 많이 받았지만,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플랫폼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사용자만 모으면 된다’라는 믿음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시장 전체가 지표를 좀 더 신중하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아요.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 성장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를 함께 보기 시작한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지표를 중요하게 보시나요?
“단순히 트래픽을 많이 모았는지만 보지 않아요. 그 안에서 유의미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지, 리텐션은 얼마나 되는지, 투입한 비용만큼 수익으로 돌아오는지 등을 확인하죠.
한 마디로 ‘건강한 성장’을 하고 있는지를 보는 거예요. 단순히 빠르게 크는 게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지가 중요해졌답니다.”
확인해야 할 지표가 늘어난 거네요. 초기 스타트업에는 더 어려워진 환경 아닌가요?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유저 10만 명을 모은 곳보다, 100명을 데려와서 90명이 남은 곳에게 유리한 환경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거든요. 소수지만 강력한 팬덤이 있다면 오히려 좋게 평가받을 수 있죠.
다만, 초기 스타트업에 수익성 지표까지 요구하는 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벤처 투자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베팅하는 모험 자본이니까요. 건강한 성장이 중요한 건 맞지만, 초기부터 모든 걸 다 갖출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서비스 섹터에서 투자자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무엇일지 알아봅니다.
서비스 스타트업의 핵심 지표 TOP3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트래픽, 전환율, 리텐션. 이 세 가지가 핵심이 아닐까 싶어요.”
왜 이 세 가지인가요?
“B2C 서비스는 결국 ‘트래픽을 모아서, 전환하고, 다시 오게 만드는’ 사업이거든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왔는지, 그중 몇 명이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다시 돌아왔는지. 이 흐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는 거예요. 어느 단계에서 숫자가 떨어지는지 보면 어디가 병목인지 알 수 있죠.
다만, 업마다 중요한 지표가 다르다는 걸 기억하셔야 해요. 예를 들어, 고이 같은 장례 서비스는 재구매가 거의 없잖아요. 그럼 리텐션보다는 전환율이 더 중요한 지표가 되는 거죠. 또, 겟차 같은 중고차 플랫폼은 구매 텀이 긴데요. 이럴 땐 단순히 리텐션을 높이기보다, 그 텀을 어떻게 앞당길지 혹은 고객들의 top of mind로 머물지 등을 고민하는 게 더 적절한 접근일 수 있어요.”
이 지표들이 모두 좋게 나오면 안심해도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숫자는 분명 좋은데 뭔가 석연치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확인하는 게 바로 ‘건강성’이에요.”
건강한 지표인지는 어떻게 확인하시나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숫자가 아닌지 보는 거예요. ‘마사지’ 된 지표인지 확인하는 거죠. 예를 들어, 할인 쿠폰을 대량으로 뿌리면 구매 전환이 일어나요. 트래픽도 올라가고 매출도 생기죠. 하지만 재구매는 일어나지 않아요. 겉으로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닛 이코노믹스는 적자인 거예요. 과거엔 이런 식으로 성장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CAC(고객 획득 비용)와 LTV(고객 생애 가치)를 함께 확인해요. 마케팅 비용이 결국 수익으로 돌아오는 구조인지, 비용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오가닉 유입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거죠.”
그런데 이 ‘성장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나중에 효과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그래서 판단하기 쉽지 않아요. 지금 쓴 비용이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예측하기 어렵거든요. 투자자도 창업가도 함께 고민하는 부분이랍니다.”
이 외에 주목하시는 지표가 더 있나요?
“몇 가지 더 있어요. DAU/MAU 비율을 보는 '고착도(Stickiness)'는 사용자가 얼마나 자주, 꾸준히 들어오는지를 보여주는데요. 이를 통해 습관처럼 찾는 서비스인지 확인할 수 있어요.
얼마나 오래 머물고 자주 방문하는지 나타내는 '참여도(Engagement)'도 중요해요. 자주 방문할수록 제안할 수 있는 기능도 많아지고, 수익화 기회도 많아지니까요.
O2O 서비스에서는 ‘감동 리뷰’가 있는지를 유심히 봐요. 형식적인 리뷰가 아니라, 진짜 마음이 움직여서 쓴 진심 어린 리뷰 말이에요. 생각해 보면 결국 모든 지표는 ‘고객 감동’의 다른 표현인 것 같네요.”
지표를 보다 보면 딜레마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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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비용을 늘리면 성장률은 오르는데, 고객 획득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도 함께 올라갑니다.
반대로 수익성을 개선하려고 마케팅을 줄이면 성장이 둔화되고요.
많은 서비스 스타트업이 겪는 고민인 것 같아요. 언제 ‘아직 성장에 집중해도 괜찮다’고 보시나요?
“런웨이가 충분하고, 지표가 개선되고 있을 때요.
예를 들어, CAC가 올라가고 있어도, 코호트별로 보면 최근 코호트의 리텐션이 좋아지고 있다거나, LTV(Lifetime Value)가 함께 올라가고 있다면 괜찮을 수 있어요.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하고 있다는 신호니까요.”
그런데 숫자는 좋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위험한 경우도 있지 않나요?
“있죠. 단순히 숫자만 보고 '아직 괜찮네'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합니다. 마케팅을 계속 쏟아붓고 있는데 재방문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PMF(Product-Market Fit)가 없는데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거든요. 시드(Seed)에서 시리즈 A로 넘어갈 때 자주 보는 함정이에요."
그럼 어느 시점부터 ‘이제 수익성에 집중해야겠다’고 판단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런웨이'예요. 런웨이가 5~6개월 이하로 떨어지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타이밍입니다. 현실적으로 다음 투자 라운드를 준비하기 위해 수익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해지는 시점이죠. 특히 시리즈 A 이후 단계부터는 이게 정말 중요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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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평균 리텐션은 40%로 괜찮아 보이는데, 최근 코호트를 확인해 보니 25%예요. 초기 고객들이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해요. 최근에 제품을 개편했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면, 그 영향으로 리텐션이 떨어졌다고 진단할 수 있죠. 원인을 알면 어떻게 대응할지도 명확해지고요.
반대로 어려운 경우는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할 때예요. 지표가 나빠지는 것 자체보다,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위험한 신호거든요."
지표가 나빠지는 흐름이 계속된다면, 언제부터 심각하게 봐야 할까요?
“3개월 연속으로 같은 패턴이 보인다면 주의 깊게 봐야 해요. 리텐션이 계속 떨어지거나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추이라면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런데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여러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서비스 스타트업 안에는 정말 다양한 팀들이 있잖아요. A팀이 개선해서 지표가 올랐는데, B팀이 실험해서 지표가 떨어졌어요. 평균으로 보면 이전과 같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또, 이전의 시도가 오래 축적되어 나중에야 반응이 나타나기도 해요. 어떤 변화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정확히 매칭하기가 정말 어렵죠.”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지표를 해석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결론을 미리 정해놓지 않는 게 중요해요. 객관적으로 보면 기대에 못 미친 결과인데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면, 중요한 신호를 놓칠 수 있거든요. 여러 변수가 섞여 있을수록 더 조심해야 하죠. 지표를 볼 때는 좋든 나쁘든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창업가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은 무엇일까요?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이 간단히 답변드립니다.
“네, 오히려 먼저 말씀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창업가와 투자자는 한배를 탄 사이예요.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진단이 있어야만 진정한 개선과 성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 숫자가 안 좋을 때 숨기려 하면, 도와드릴 타이밍을 놓쳐 나중에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어요.
‘지표가 떨어졌는데, 원인은 이렇게 파악했고, 이렇게 개선하려고 합니다’라고 이야기해주시면 오히려 신뢰가 더 쌓이죠. 좋은 것만 공유하는 게 가장 위험합니다. 투명하게 소통하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탑라인 숫자보다 ‘깊이’를 보여주세요. MAU나 리텐션 같은 숫자가 아직 의미 없는 단계라면, 고객이 우리 제품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가 가장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어요. 특히 진심이 느껴지는 유저 인터뷰, 고객 리뷰나 피드백이 있다면 그게 PMF의 초기 신호거든요.
업마다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소수이더라도 정말 간절하게 찾는 고객이 있는지, 그들이 왜 우리 제품을 찾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충분해요. 지표적인 성장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크게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저희 지표가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건가요?’예요. 스스로 점검받고 싶어 하시죠. 이럴 때는 우리 팀 내부에서 어떤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부터 정리해 보시라고 권해요. 그게 명확해지면 관리 방향도 자연스럽게 잡히거든요.
두 번째는 '투자자가 원하는 지표가 뭔가요?'예요. 조금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곧 투자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예요.
저희(카카오벤처스)는 비즈니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투자자가 아닌, 창업가 본인이라고 믿거든요. 어떤 지표가 우리 회사의 건강함을 보여주는지, 어떤 숫자가 좋아질 때 진짜 성장하는 건지는 창업가분이 가장 잘 아세요. 그걸 먼저 명확히 하시는 게, 투자자와 소통할 때도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것 같아요.”
이번 화에서는 서비스 스타트업의 핵심 지표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를 통해 원인을 찾고 문제를 파악해서 계속 개선해 나가는 것이었죠. 결국 '문제 해결'과 '고객 만족'이라는 서비스 스타트업의 본질로 돌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서비스 섹터는 정말 다양한 비즈니스가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오늘 나눈 이야기가 모든 스타트업에 똑같이 적용되긴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 상황에 맞게 참고하시면서 현명히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다음 편에서는 게임 섹터를 다룹니다. ’론칭 후 30일이 게임의 운명을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게임은 초반 데이터가 정말 중요한 섹터인데요. 빠른 사이클 속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신호를 읽어낼까요?
곧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스타트업이 숫자에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면 강력한 무기가 되죠. 투자자는 지표를 어떻게 볼까요?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의 지표 해석법과 섹터별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1️⃣ 스타트업 지표, 투자자는 어떻게 볼까?
: 초기 스타트업의 지표 활용법부터 지표에 대한 흔한 오해 3가지
2️⃣ 서비스 스타트업 핵심 지표 : VC가 보는 진짜 성장 신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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