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s talking?
이번 화의 인터뷰이는 정주연 선임 심사역(Jade). 의료진을 위한 소프트웨어부터 수술 로봇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전반을 폭넓게 담당합니다.
스타트업 씬에서 가장 설레는 단어는 아마 ‘빠른 성장’일 겁니다. 매주 사용자가 늘어나고, 매출 그래프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만큼 확실한 성공의 신호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무조건 빨리 달린다고 해서 박수받을 수 없는 세계가 있습니다.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규제와 검증이라는 까다로운 관문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 곳.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 섹터입니다.
이 긴 여정에서, 지표는 창업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줄까요? 그리고 투자자는 그 숫자들 너머에서 무엇을 읽어낼까요? 카카오벤처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를 담당하는 정주연 선임 심사역(Jade)과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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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talking?
이번 화의 인터뷰이는 정주연 선임 심사역(Jade). 의료진을 위한 소프트웨어부터 수술 로봇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전반을 폭넓게 담당합니다.
본격적인 지표 이야기에 앞서, 투자자가 바라보는 시장의 특성과 그 안에서 지표의 역할을 알아볼게요.
Q. 디지털 헬스케어는 다른 분야보다 호흡이 길고, 넘어야 할 규제도 많잖아요. 이런 환경에서 ‘지표’는 스타트업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시나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좋다는 ‘통과 증명서’이자 ‘이정표’라고 할 수 있어요. 보통 스타트업 지표라고 하면 성장을 위한 나침반을 떠올리지만, 이곳은 성격이 조금 다르거든요.”
Q. ‘통과 증명서’라는 표현이 재미있네요. 어떤 의미인가요?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시장의 반응을 보며 수시로 방향을 바꾸지만, 헬스케어는 가야 할 길이 비교적 명확히 정해져 있어요. 보통 ‘기술 검증 → 임상 시험 → 인허가 → 상용화’라는 정해진 트랙을 거치게 되죠.
그래서 이곳의 지표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성장하고 있는가’를 뽐내는 숫자가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가 이번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고, 다음 단계로 가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통과 증명서에 가깝습니다.”
Q. 길이 정해져 있다면, 적어도 방향을 잃고 헤맬 일은 없으니 과정은 더 수월한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끝까지 걷는 건 다른 문제예요. 그 과정이 너무 길고 험난하거든요. 단계마다 통과해야 하는 기준도 아주 엄격하고요.
그래서 투자자는 창업자가 이 긴 호흡의 레이스를 완주할 체력이 있는지, 그리고 각 관문을 통과할 논리적인 근거를 갖췄는지를 확인하지요.”
Q. 그것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심사역님만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요소를 보지만, 결국은 이 3단계 프레임으로 이해해요.
Analytic Validity(분석적 유효성)
Clinical Validity(임상적 유효성)
Clinical Utility(임상적 유용성)
복잡해 보이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면 명쾌한 기준이랍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3개의 관문을 하나씩 짚어봅니다.
Q. 이 3단계를 통과해야 하는군요. 하나씩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가장 기초가 되는 1단계는 Analytic Validity(분석적 유효성)입니다. 하드웨어든 AI 소프트웨어든 ‘제품이 설계된 대로 정확하게 작동하는가?’를 확인하는 단계예요.
예를 들어, 수술용 로봇이라면 ‘오차 범위가 허용 기준(예: 2mm) 이내인가’를 보고, 진단 AI라면 민감도와 특이도가 안정적으로 나오는지를 보는 거예요. 물론 수술 부위나 목적에 따라 그 기준은 달라질 거고요.
이 단계는 솔루션의 우수성을 증명한다기보다,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Q. 기술적으로 잘 작동한다면, 그다음 관문은 무엇인가요?
“2단계는 Clinical Validity(임상적 유효성)예요. 여기서부터는 무대가 실험실이 아닌 ‘의료 현장’으로 바뀌어요. ‘통제된 환경이 아닌, 실제 환자나 현장에서도 작동하는가?’를 검증해야 하죠.
많은 팀이 이 단계에서 난관을 마주해요. 우리끼리 테스트한 ‘정제된 데이터’에서는 높은 점수가 나왔는데, 실제 병원의 ‘불규칙한(Noisy) 데이터’를 만나면 성능이 뚝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투자자는 내부 테스트 결과보다는, 객관적인 외부 검증 데이터나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탐색 임상 결과를 중요하게 봐요. 솔루션의 진짜 실력은 바로 이 ‘현장 검증'에서 드러나거든요.”
Q. 마지막 3단계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맞아요. 3단계는 Clinical Utility(임상적 유용성)예요. 가장 중요하지만, 놓치기도 쉬운 부분이죠.
질문의 핵심은 하나예요. ‘성능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서 의사가 기존 방법을 버리고 이걸 써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나요?’를 묻는 거죠.”
Q. 성능이 더 좋다면 의사들도 당연히 쓰지 않을까요?
“그럴 것 같지만, 의료 현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신중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곳이에요. 단순히 기술이 새롭다고 해서 익숙한 방식을 쉽게 바꾸지는 않죠.
결국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해요. 기존 치료법보다 치료 효과가 월등히 좋거나, 혹은 효과는 비슷하더라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죠.
이 단계는 흔히 말하는 수가(보험)와도 연결돼요. 누군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한 ‘효용’이 있음을 입증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과 ‘의료 현장에서 쓸모가 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랍니다.”
Q. 효용만 증명하면 바로 도입이 될까요?
“넘어야 할 산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중요해요. 아무리 훌륭한 솔루션이더라도 의사의 진료 시간을 1분이라도 더 늘리거나, 기존의 병원 차트 시스템(EMR)과 동떨어져 있다면 선택받기 어려울 수 있어요.
이렇게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 행정, 환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워크플로우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지까지 섬세하게 고민해야, 비로소 현장에서 살아남는 기술이 될 수 있답니다.”
이론을 완벽히 이해했더라도, 막상 실전에서는 여전히 헷갈리는 순간들이 찾아오죠. 디지털 헬스케어 창업가들이 빠지기 쉬운 지표의 함정들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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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에서 가장 앞선 최신 기술’ 또는 ‘달성 가능한 최고 수준의 성능’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주로 인공지능(AI)이나 딥러닝 분야에서 기존의 모델들보다 더 뛰어난 정확도를 기록했을 때 “SOTA를 달성했다”라고 표현하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주로 우리 진단 AI 솔루션이나 알고리즘이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세계 최고 점수를 기록했음을 증명하는 핵심 성과 지표로 자주 사용됩니다.
Q. 의료 기술 스타트업에 ‘SOTA(세계 최고 성능)’ 달성은 중요한 지표 아닌가요?
“물론 훌륭한 성과예요. 기술적 역량을 증명했으니 박수받아 마땅하죠.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투자자에게 SOTA 여부는 생각보다 결정적인 요소가 아닐 수 있어요.
비유하자면, 투자자는 잘 정리된 의대 시험문제를 100점 맞는 모범생을 찾는 게 아니거든요. 벤치마크 데이터는 깨끗하게 정제된 ‘실험실 환경’이라, 온갖 변수와 노이즈가 가득한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낼 거라고 보장하기는 조금 어려워요.”
Q. 그럼, SOTA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우리 솔루션이 ‘의료 현장의 노이즈’를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죠.
앞서 말씀드린 2단계(Clinical Validity, 임상적 유효성)와 3단계(Clinical Utility, 임상적 유용성)와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인데요. 아무리 세계 최고의 알고리즘이라도, 막상 진료 현장의 거친 데이터를 만났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의사가 쓰기에 불편하다면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벤치마크 점수 0.1%를 올리는 기술적 우월성보다, 어떤 환경에서도 묵묵히 작동하는 ‘현장의 쓸모’를 증명하는 팀이 장기적으로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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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시험 준비 중’, ‘병원과 도입 협의 중’, ‘PoC 진행 중’… 결과가 나오기 전인 과정들도 의미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요?
Q. 워낙 호흡이 긴 분야다 보니, 아직 최종 결과 없이 ‘과정’에 있는 팀들이 많습니다. 이런 ‘진행 중’인 현황들도 지표로서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이죠.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답니다. 단순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해요. 그 진행 과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증명되어야 비로소 지표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어요.”
Q. ‘올바른 방향’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요?
“임상 시험을 예로 들어볼게요. 많은 팀이 ‘탐색 임상’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시곤 해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설계의 타당성’이에요.
식약처와 적응증(이 기기를 정확히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해 미리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임상을 시작했다가, 나중에 데이터를 인정받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들이 있거든요.
단순히 ‘임상을 돌리고 있다’는 건 의미가 없을 수 있어요. ‘규제 기관과 합의된 설계대로, 다음 단계(확증 임상)를 향해 흔들림 없이 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진짜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답니다.”
Q. 병원과의 PoC도 마찬가지겠네요.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겠죠?
“맞아요. 시도 자체는 좋지만, 혹시 이것이 ‘체면치레 PoC’가 아닌지 스스로 냉정히 물어보아야 해요. 병원에 도입은 했는데, 막상 데이터를 열어보면 하루에 환자가 10명 오는데 실제 사용량은 한 달에 1~2건에 그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의료진이 필요성을 못 느껴서 활발히 사용하지 않은 거죠. 이런 경우는 ‘PoC 진행 중’이라고 해도 성공한 지표로 보기는 어려워요.”
Q. 그렇다면 진짜 의미 있는 PoC 지표는 무엇인가요?
“도입 개수가 아니라, ‘사용 빈도’와 ‘전환율’을 봐야 해요. ‘300명의 잠재 환자가 내원했을 때, 의사가 실제로 우리 솔루션을 몇 번이나 처방했는지’와 같은 전환율을 보여주시면 좋아요.
투자자들은 단순한 설치를 넘어, 현장에서 의료진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지, 우리가 그 과정을 얼마나 밀도 있게 모니터링 하고 있는지를 훨씬 더 궁금해한답니다.”
보여줄 숫자가 없거나 열심히 준비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창업가는 어떻게 투자자를 설득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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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기 단계라 임상 데이터도, 매출도 없습니다. 보여줄 숫자가 없는데 어떻게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Q. 초기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무엇으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나요?
“저희(카카오벤처스)는 스타트업의 여정이 시작되는 극초기 단계에 주로 투자하는데요. 이 단계에서 지표가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그러니 숫자가 비어 있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불안해하실 필요는 전혀 없어요.
대신 그 빈칸을 채워주는 건 ‘논리적 완결성’과 ‘팀의 전문성’이에요. 지금 당장 꺼내 보일 데이터는 없더라도, ‘왜 이 기술이 세상에 필요하고, 앞으로 어떻게 검증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빈틈없이 설계되어 있다면 투자자는 충분히 설득됩니다.”
Q. 숫자 없이 계획만 있어도 되는 건가요?
“실제로 제가 투자했던 팀 중에도 제품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창업팀의 전문성과 논리적인 사업 계획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사례가 있어요. 지표가 아직 없더라도, 이 지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면 투자는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초기 단계라면 현재의 숫자보다 미래의 숫자를 만들어낼 근거를 증명하는 데 집중해 보세요.”
Q. 그럼 언제부터 지표로 증명해야 할까요?
“시리즈 A 단계부터는 기준이 확연히 달려져요. 이때부터는 검증된 숫자가 필수라고 할 수 있죠. 아무래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는 시점인 만큼, 명확한 지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펀딩을 받기가 쉽지 않답니다.”
Q. 투자가 필요한 시점인데, 인허가 지연 등으로 보여줄 뚜렷한 지표가 아직 없다면요?
“불가피하게 임상이 지연되거나 환자 모집이 늦어지는 경우도 분명 있죠. 이럴 때는 전략적인 유연함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본 제품보다 공수가 덜 드는 가벼운 기능을 먼저 런칭해서 초기 반응을 보여준다든지, 현재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브릿지 펀딩을 유치하는 방법을 논의해 볼 수 있어요.
단, 이건 투자자와의 깊은 신뢰가 전제되어야 해요. 평소에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해왔고, 상황 전반에 대한 이해가 공유되고 있다면, 투자자는 지표가 잠시 없더라도 팀의 가능성을 믿고 기꺼이 기다려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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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지연되거나 결과가 예상치에 미치지 않아서, 마일스톤 달성이 자꾸만 늦어집니다. 투자자와 어떻게 소통하는 게 좋을까요?
Q. 인허가나 임상은 지연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투자자에게 이 상황을 공유하기가 참 어려울 것 같아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헬스케어 투자자들도 이 분야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요. 딜레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변수라는 걸요. 중요한 건 지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공유하는 시점과 방식’이에요.
가장 피해야 할 건 ‘깜짝 통보’인데요. 줄곧 ‘순조롭다’고 공유하다가, 런웨이가 다 떨어져 갈 때쯤 갑자기 ‘사실 6개월 더 걸린다’고 이야기하면, 도와드리고 싶어도 지원할 방법을 찾기가 무척 어려워지거든요.”
Q. ‘깜짝 통보’가 되지 않으려면, 평소에 어떻게 소통하는 게 좋을까요?
“핵심은 ‘솔직함’과 ‘빈도’인 것 같아요. 특별한 이슈가 없더라도 격월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현황을 공유해 주시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현재 심사 대기 중인데, 보완 요청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미리 언질을 주시면, 나중에 실제 지연이 발생해도 투자자는 이를 예견된 리스크로 받아들여요. 나쁜 소식일수록 더 자주, 더 빨리 공유해 주세요. 그래야 함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Q. 단순히 일정이 늦어지는 걸 넘어, 막상 나온 임상 결과가 기대보다 안 좋으면 어떡하죠?
“바이오/신약 개발이라면 치명적일 수 있지만, 다행히 디지털 헬스케어(IT/Device)는 달라요. 우리는 개선할 수 있잖아요.
결과가 안 좋았다고 해서 숨기거나 포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투자자가 스타트업과 함께 달성하고 싶은 건 처음부터 완벽한 100점짜리 성적표가 아니라, 문제를 집요하게 해결해 내는 과정 그 자체니까요.”
Q.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투자자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결과가 안 좋습니다’에서 끝내지 말고, 원인과 해결책을 함께 가져오시면 좋아요. ‘이번 결과가 목표치보다 낮게 나왔는데, 분석해 보니 이게 원인이더라. 그래서 이런 식으로 다시 검증하려고 한다’라고 말이죠.
이번의 실패를 ‘다음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정의하고,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신다면 투자자는 기꺼이 기다리며 응원할 거예요.”
“가장 먼저 Clinical Validity(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찾아요. Clinical Utility(임상적 유용성)까지 완벽하게 증명되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초기 기업에 그것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 수 있어요. 아직 데이터가 없는 극초기 단계라면, 앞서 말씀드린 ‘논리’와 ‘계획’으로 이를 증명하면 돼요.
하지만 지표가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라면 기준이 명확해집니다. 적어도 ‘이 기술이 병원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검증 데이터가 있어야 하죠. 그러니 ‘투자받으면 그때 검증하겠습니다’보다는, ‘유효성은 여기까지 확인했으니, 투자를 발판 삼아 더 넓은 유용성을 증명하겠습니다’라고 제안해 보세요. 설득의 힘이 확연히 달라진답니다.”
“사실 질문을 잘 안 하세요. (웃음)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묻는 편이죠. 디지털 헬스케어는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라, 창업가분들이 저보다 훨씬 깊은 전문가이시거든요. 저는 그 전문성을 진심으로 존중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정답을 묻기보다, ‘이 기술이 왜 중요하고, 이 분야에서는 어떤 지표를 핵심으로 봐야 하는지’ 마음껏 가르쳐 주시면 좋겠어요. 투자자를 가르치고 설득할 수 있는 그 단단한 논리, 그게 곧 창업가의 역량 아닐까요?”
이번 화에서는 긴 호흡으로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지표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화려한 성장 그래프보다, 3단계 필수 관문을 차근차근 통과하며 단단하게 나아가는 끈기가 무엇보다 빛나는 영역이었죠. 이 긴 여정을 묵묵히 달리고 계신 모든 창업가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다음 여정은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인 딥테크 섹터로 이어집니다. AI, 반도체, 로봇 등 원천 기술을 다루는 이곳은 당장의 매출보다 ‘기술의 독보성’이 중요한데요. 투자자들은 숫자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 기술력의 실체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을까요?
더 깊이 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스타트업이 숫자에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면 강력한 무기가 되죠. 투자자는 지표를 어떻게 볼까요?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의 지표 해석법과 섹터별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1️⃣ 스타트업 지표, 투자자는 어떻게 볼까?
: 초기 스타트업의 지표 활용법부터 지표에 대한 흔한 오해 3가지
2️⃣ 서비스 스타트업 핵심 지표: VC가 보는 진짜 성장 신호는?
3️⃣ 게임 스타트업 지표, 투자자는 ‘이것’부터 봅니다: VC가 꼽은 3가지 핵심 지표는?
4️⃣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VC는 어떤 지표를 볼까?: 3단계 검증 프레임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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