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표, 투자자는 어떻게 볼까?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

스타트업 지표에 대한 투자자의 관점은 무엇이 다를까요? 초기 스타트업의 지표 활용법부터 지표에 대한 흔한 오해 3가지까지.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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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4, 2025
스타트업 지표, 투자자는 어떻게 볼까?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

스타트업에 지표는 중요합니다. 투자 유치를 준비할 때도, 사업 방향을 점검할 때도, 팀원들과 목표를 공유할 때도 우리는 숫자를 봅니다. 하지만, 이 지표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막연할 때가 있죠.

지표를 보는 관점은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 비즈니스를 읽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숫자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지표를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과 나눈 대화에서 그 힌트를 찾아 보겠습니다.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 첫 번째 편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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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talking?

이번 화의 인터뷰이는 장동욱 이사(Brian). 카카오벤처스에서 12년간 서비스 섹터를 담당하며 다양한 팀을 만나왔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방식을 소프트웨어로 혁신하는 팀’을 찾습니다.

[ 장동욱 이사 블로그 → ]

투자자는 스타트업 지표를 어떻게 볼까?

같은 숫자를 봐도, 관점이 다르면 해석도 달라집니다.
투자자가 보는 스타트업 지표는 무엇이 다를까요? 장동욱 이사님께 여쭤보았습니다.


투자자는 주로 언제 지표를 보나요?

가설이 검증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 봅니다. 투자 검토 단계든 투자 이후 사후관리 단계든 마찬가지예요.

많은 분이 ‘투자자는 아름다운 숫자를 보고 싶어 한다’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조금 다르답니다. 저희가 궁금한 것은 팀이 세운 가설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가예요. 팀이 정의한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그 솔루션이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주고 있는지 지표를 통해 확인하죠. 지표는 이 질문들에 답하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거든요.”

지표를 통해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건가요?

“제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코호트 리텐션’입니다. 지난 달에 방문했던 유저가 이번 달에도 남아있는지, 이번 주 유저가 다음 주에도 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예요.

왜 리텐션일까요? 유저가 다시 돌아온다는 건, 서비스가 그만큼 만족스러웠다는 뜻이거든요. 반대로 가설을 세우고 솔루션을 만들었는데도 유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두 가지 중 하나예요. 페인 포인트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거나, 솔루션이 그 문제를 제대로 풀어주지 못했거나.

결국 지표는 '우리 서비스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는가'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신호예요. 수백만 유저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소수라도 계속 방문한다면, 우리가 그들의 진짜 문제를 풀어주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스타트업 지표 해석 방법 - 스냅샷이 아닌 타임랩스로 보는 투자자 관점
지표를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

같은 숫자라도, 사람마다 해석하는 관점이 다를 것 같아요.

“저의 경우는 ‘스냅샷’보다는 ‘타임랩스’로 지표를 보려고 해요. 한 시점을 찍어 지표를 확인하기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는 거예요. 이렇게 흐름을 보다 보면, 팀에게 궁금한 점들이 자연스레 구체화되거든요.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지표 해석 방법인 것 같아요. 숫자 그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팀의 이야기를 보려고 하죠.”

스타트업 지표 활용법
: 지표를 ‘나침반’으로 사용하는 법

투자자는 지표를 ‘가설 검증’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스타트업은 지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그리고 지표를 정말 잘 활용하는 팀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스타트업에 지표란 어떤 의미일까요?

“팀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우리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우리 가설이 검증되고 있는지, 팀 모두가 같은 목표를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도구죠.

스타트업은 빠르게 움직여야 하잖아요. 그런데 방향이 제각각이면 속도가 아무 의미 없어요. 이때 지표는 팀 전체가 ‘우리는 지금 이걸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는 공통의 언어를 갖게 해줍니다. 개발팀도, 마케팅팀도, 영업팀도 같은 숫자를 보면서 ‘우리가 잘 가고 있구나’ 또는 ‘무언가 조정이 필요하구나’를 알 수 있죠.”

지표를 잘 활용하는 팀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왜(why)를 파고드는 팀’이 지표를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지표가 떨어지면 ‘아, 떨어졌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왜 떨어졌지?’를 물어보는 거죠. 유저가 이탈했다면 어떤 유저가 이탈했는지 파악하고, 직접 그 유저들한테 연락해서 인터뷰를 잡기도 하고요.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답을 가지고 곧바로 액션 아이템을 만들고, 실험하고, 그 결과를 다시 지표로 확인해요. 이 사이클이 정말 빠른 팀들이 있는데요. 이런 팀들은 지표를 ‘결과’가 아니라 ‘다음 질문을 만드는 출발점’으로 보더라고요.”

빠른 사이클을 돌리려면 데이터 환경도 중요하겠어요.

“이런 팀들은 보통 데이터를 잘 볼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두시더라고요. 처음부터 대시보드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경우가 많아요. 데이터를 빠르게 확인하고, 빠르게 실험하고, 빠르게 배우는 구조를 만드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죠.”

인상 깊었던 사례가 있었나요?

당근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요. MAU가 2만, DAU가 7천 명 정도였던 때였어요. 팀원도 8명이었고요. 그런데 그 작은 팀이 이미 데이터 대시보드를 자체적으로 구축해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데이터를 보고 있더라고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미 명확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계셨다는 거예요. ‘지역별로 가입자가 2천 명이 넘으면 자연스럽게 순증이 일어난다’라는 걸 발견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대시보드에 지역별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2천 명에 가까워질수록 색이 진해지는 식으로 표현했어요. 어느 동네가 임계점에 가까운지 한눈에 보이게요.

IR 시간에 이 자료를 보여주시는데, 저희 투자팀이 완전히 반할 수밖에요. 초기 시점에, 이렇게 자기 비즈니스를 데이터로 이해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거든요. 지표를 잘 쓴다는 건 결국 이런 것 같아요. 숫자를 보는 게 아니라, 숫자로부터 배우는 거죠.

초기 스타트업이
지표에 대해 갖기 쉬운 오해 3가지


창업가분들이 지표에 대해 흔히 갖는 오해가 있나요?

‘무조건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투자자 앞에서 완벽하게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사실 스타트업의 성장은 선형적이지 않잖아요. 지지부진하다가, 어느 순간 J커브를 그리는 경우가 훨씬 많거든요.”

초기 스타트업 성장 지표의 J커브 패턴 - 비선형적 성장 그래프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 패턴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이런 굴곡이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그래서 초기 투자자들은 완벽한 그래프를 기대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래프가 주춤하고 있을 때 팀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죠.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는지, 어떤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지,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지, 이런 과정이 훨씬 중요해요.”

‘지표만 좋으면 투자받을 수 있다’라는 생각은 어떤가요?

“지표가 좋다고 무조건 투자하는 건 아니에요. 몇 가지 이유가 있답니다.

먼저, 저희(카카오벤처스)는 사람을 우선해서 봐요.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팀과의 핏이 맞지 않으면 함께 가기 어렵거든요. 투자는 결국 오랜 기간 함께 가는 파트너십이니까요.

또, 겉으로만 좋아 보이는 지표가 있어요. 제품이 실제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해서 재구매나 재방문이 일어나지 않거나, 일시적인 마케팅으로 숫자만 부풀려진 경우죠. 지속 가능한 성장인지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투자 단계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카카오벤처스는 시드(Seed) 단계에서 첫 기관투자자로 들어가는 것을 지향하는데, 이미 여러 기관이 참여했거나 후기 단계라면 아쉽지만 함께하기 어렵답니다.”

‘업계 평균’ 같은 벤치마크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 건 어떻게 보세요?

“서비스마다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벤치마크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요.

예를 들어, 리텐션 벤치마크가 30%라고 해서 우리 서비스도 30%를 목표로 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사할 때만 쓰는 서비스처럼 가끔 필요한 서비스라면 리텐션 주기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리텐션보다 전환율이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고요. 반대로 매일 쓰는 소셜 서비스라면 데일리·위클리 리텐션을 공략해야 하고, 방문 빈도도 중요해지죠.

중요한 건 우리 서비스의 본질을 이해하는 거예요. 고객이 얼마나 자주 우리를 필요로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찾는지 하는 것들이요. 이걸 이해하면 우리에게 맞는 기준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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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기 스타트업이라 지표가 없는데 어떡하죠?

아직 뚜렷한 지표가 없어도 괜찮아요. 초기 고객들의 강한 반응, 입소문의 강도, 재방문 의지 같은 정성적 신호들도 충분히 의미 있거든요.

다만, 어떤 신호를 봐야 하는지는 섹터마다 조금씩 달라요. 각 섹터의 극초기 신호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어질 섹터별 회차에서 더 자세히 들려드릴게요!

다음 이야기
: 서비스 섹터 투자 지표 완전 분석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 1화, 어떠셨나요? 이번 화에서는 투자자가 스타트업 지표를 보는 관점과 스타트업이 지표를 활용하는 법, 그리고 창업가들이 갖기 쉬운 오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해 보면, 지표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와 고객을 이해하는 도구였죠. 또, 중요한 것은 지표를 ‘결과’가 아닌 ‘다음 질문을 만드는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ICT 서비스’ 섹터의 지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카벤 심사역들이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무엇인지, 각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 VC가 들려주는 지표 이야기

스타트업이 숫자에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면 강력한 무기가 되죠. 투자자는 지표를 어떻게 볼까요?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의 지표 해석법과 섹터별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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