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 의료 AI의 시장 구조: 가치 입증을 위해 필요한 전략은?

조기에 질병을 포착하는 의료 AI, 기술 혁신을 넘어 ‘수가’라는 현실적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선별 검사부터 기회 검진까지, 4개의 사분면을 분석하며 의료 AI 스타트업이 꼭 알아야 할 조기 발견 시장의 구조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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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4, 2026
조기 발견 의료 AI의 시장 구조: 가치 입증을 위해 필요한 전략은?

조기 발견(Early Detection)은 현재 의료 AI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질병을 찾아내 치료한다면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가 차원의 막대한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겠죠. 성공만 한다면 환자, 의료 시스템, 스타트업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시장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조기 발견은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기 쉬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진단이나 치료, 어떤 형태의 솔루션이든 의료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치료 결과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입증해야만 합니다.

이 진단법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료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새로운 치료법 덕분에 기존 방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던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조기 발견 솔루션은 그 가치를 입증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진료의 워크플로우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일반적인 진료는 진단치료의 두 단계를 거칩니다. 그리고 그 앞뒤로 증상의 발현 전에 질병을 찾아내는 조기 발견과 치료로 인한 증상의 차도를 지켜보는 모니터링을 덧붙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치료 결과와의 거리가 멀수록, 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완치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조기 발견은 확실히 까다로운 영역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창업가들은 이 조기 발견 시장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의료 현장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누군가는 사라지는데요.

오늘은 그 차이를 만드는 구조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조기 발견 시장을 나누는 두 가지 기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질병을 포착하려는 모든 시도가 조기 발견의 영역에 속합니다. 여기에는 잘 알려진 스크리닝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솔루션이 존재합니다. 모두 같은 목표를 추구하지만, 시장에서의 위치와 수가 획득 가능성은 천차만별입니다.

이 영역을 두 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기준은 구조화 수준입니다. 기술이 병원이라는 통제된 구조 속에 얼마나 잘 자리 잡았는지를 평가하는 척도인데요. 병원의 처방과 표준 진료 지침에 포함되어 의사의 워크플로우 안에 녹아들었다면, 그 기술의 구조화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환자나 의료진이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라면 구조화 수준이 낮죠.

두 번째 기준은 질병의 실체입니다. 검사 결과가 ‘이 환자는 특정 질병이 있습니다’ 또는 ‘없습니다’를 명확하게 판정한다면, 구체적인 질병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에 이 솔루션이 설정한 질병의 실체가 명확하다고 봅니다. 만약 ‘발병 위험도가 15%입니다’처럼 확률적인 판정을 제시한다면 실체가 모호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조기 발견 시장은 다음과 같은 4개의 사분면으로 나누어집니다.


제1사분면, 선별검사: 의료 접근성과 비용 절감의 가치 입증

선별검사(Screening)는 특정 질병이 있는 사람을 선제적으로 가려내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나면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통해 질병의 유무를 진단하죠.

선별검사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건강검진이나 각종 질병 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기적으로 시행되는데요. 예시로는 위·대장 내시경, 유방 촬영술, 그리고 당뇨병성 망막병증 검사 등이 있습니다. 각각은 확인하고자 하는 질병의 실체도 명확하고, 검사를 해야 할 제도적 근거도 탄탄하죠.

증상 발생 이후의 진단 혹은 치료보다는 가치 입증이 힘들지만, 의료 시스템에 어느 정도 진입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야기할 다른 영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예전에 다루었던 Digital Diagnostics입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이미 선별검사의 가치가 입증되어, 기존에는 안과 전문의 위주로 이에 대한 선별검사가 이루어졌는데요.

Digital Diagnostics가 개발한 LumineticsCore는 안과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찾아낼 수 있는 자율형 의료 인공지능으로 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단순히 의사를 돕는 수준을 넘어 진단을 자동화한 덕분에, 사람들은 1차 의료 기관에서도 검진받을 수 있게 되었죠.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걸 명확하게 증명한 덕분에 LumineticsCore는 자율 AI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 Digital Diagnostics | 기존에는 당뇨병 환자의 85%가 권고되는 안과 검진을 받지 않았습니다.
ⓒ Digital Diagnostics | Tarzana Medical Center에서는 LumineticsCore 도입 후 검진율이 3배로 급증했죠.


Digital Diagnostics는 이미 가치가 입증된 선별검사에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가치를 더해줌으로써 비교적 수월하게 보험 수가 적용을 받았습니다.

이에 비해 새롭게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선별검사에 도전하는 많은 의료 스타트업은 솔루션의 가치 입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MCED(다중 암 조기 발견) 기술 역시 시장 진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죠.

검사의 높은 정확도뿐만 아니라, “이 AI를 도입했더니 전체 의료비가 절감되네?”, 혹은 “이 AI가 있다면 환자의 생존율이 급증하겠어!”와 같이 의료계가 납득할 수 있도록 가치를 입증해야만 수가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겠습니다.


제2사분면, 위험도 예측: 확률을 액션으로 만드는 법

한편, 병원에서 시행되는 검사라도 그 결과가 현재 질병의 유무가 아니라 미래 발병 확률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위험도 예측 검사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의료계는 단순한 위험도 계산에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가령 프레이밍햄 위험 지수(Framingham Risk Score)는 한 개인이 10년 안에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을 계산한 점수인데, 그 자체만으로는 수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보험사에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 위험도만 계산해 주는 것에, 의사의 진료 과정에 포함되는 상담 이상의 의료적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굳이 추가적인 수가를 내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죠. 위험 지수가 높게 나오더라도 막상 당장 해줄 수 있는 처방이 부재한 경우, 더더욱 추가적인 의료비를 지원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위험도 예측이 의미 없는 숫자를 넘어 실제 수가와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표준 진료 지침 안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구조화의 핵심인데요.

예를 들어 iCADProFound AI Risk루닛루닛 인사이트 리스크(Lunit INSIGHT Risk)는 당장 암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해당 여성의 유방 패턴을 분석해 ‘수년 내 암이 발생할 단기 위험도’를 점수화합니다.

그리고 의사는 MRI 추가 촬영과 같은 다음 진료 행위를 결정할 때, 이 점수를 기반으로 의학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죠.

유방암 발생 위험 예측 및 이에 따른 유방 초음파, MRI 등 추가 검사 실시는 이미 진료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위험도 예측을 위해 BI-RADS 추적 관찰 기준이 사용되고 있는데, 인공지능이 그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줄 수 있다면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2사분면의 위험도 예측 솔루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험을 경고하는 데서 그치면 안 됩니다. “위험하니 지금 당장 MRI를 찍어야 합니다”라고 의사에게 다음 단계의 액션 플랜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죠.


제3사분면, 선제적 모니터링: 의료와 웰니스 사이

3사분면은 가장 먼저 살펴보았던 선별검사와 정반대에 위치한 영역입니다. 병원이라는 기관의 통제 밖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적 차원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하죠. 질병 진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건강 지표를 측정하고 지켜본다는 점에서 이를 선제적 모니터링이라고 칭합니다.

예시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혈당 측정 기기를 활용해 건강 데이터를 기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핵심은 건강한 사람입니다. 당뇨 환자가 병증 추적을 위해 혈당을 재는 건 일반적인 모니터링에 해당하며, 우리가 논하는 조기 발견의 영역과는 다른 상황이지요.

허심탄회하게 말하자면, 이 영역은 4개의 영역 중에서 의료 현장의 반응이 가장 미미한 곳입니다. 건강한 20대 청년이 운동하다가 잰 심박수는 의사에게 우선순위가 되지 않습니다.

병원에는 이보다 의사의 관심이 훨씬 급한 영역이 많고, 환자가 직접 일상에서 잰 데이터에는 노이즈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위양성으로 불필요한 내원이 발생한다면 의료 자원이 낭비될 수 있으니 오히려 경계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선제적 모니터링의 영역에서 의료 수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차라리 엄격한 의료기기의 잣대에 맞추어 솔루션을 개발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직접 지갑을 여는 ‘매력적인 웰니스 서비스’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일 수도 있습니다.


제4사분면, 기회 검진: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의료 AI

병원 환경 안에서는 워낙 다양한 검사가 진행되다 보니, 특정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를 하던 중 의도치 않게 다른 질병의 단서를 찾게 되기도 하는데요. 그곳이 바로 제4사분면, 기회 검진의 영역입니다. 폐암을 확인하기 위해 CT를 찍었다가, 골다공증이나 심장 혈관 문제를 덤으로 발견하는 케이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러 병을 한 번에 찾아낸다면 일석이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료 수가를 받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의료 수가는 명확한 의도가 있는 행위에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기회 검진은 이와 달리 우연한 발견에 기대는 행위죠.

그럼에도 기회 검진이 다시금 화두에 오르게 된 건 역시 AI 기술의 발전 덕분입니다. 의료 영상 분석을 위한 AI가 고도화되면서 과거에는 버려지던 데이터를 전수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우연적인 발견을 필연으로 바꾸는 기회 검진의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실무적인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먼저 의료보험의 입장에서는 비용의 부담이 발생합니다. 이미 촬영된 수많은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환자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상을 잔뜩 찾아낸 후 비용을 청구한다면 보험사는 달가워하지 않겠지요.

병원의 입장에서는 치료 여정에서 딜레마를 마주하게 됩니다. 가령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자고 오더를 내렸을 때, 우연히 발견한 질병은 전혀 다른 과의 의사가 봐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병원 시스템상 적시에 외래가 잡히지 않을 수도 있고, 오랜 기다림에 지친 환자가 이탈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과를 연결하기 위한 의사의 추가 업무에도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난관을 뚫고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수가를 받기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깃으로 삼는 질병이 다음의 조건을 충족해야 게임에 뛰어들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건강검진으로서 가치 입증이 완료된 질환이어야 합니다. 골다공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골다공증의 위험이 커지는데, 골다공증을 조기에 발견하면 골절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 조기 발견을 위한 건강검진의 가치는 이미 입증되었고, 특정 연령대가 되면 검사를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죠. 따라서 골다공증 기회 검진은 이미 보험 수가를 받는 검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치 입증이 비교적 수월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즉각적인 개입 가능성이 있는 질환이어야 합니다. 발견 즉시 약물 처방이나 수술 등 명확한 치료 프로토콜이 존재할 때만 조기 발견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CT를 찍었다가 우연히 췌장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앞서 2사분면의 위험 예측 솔루션과 비슷한 기준이지만, 질병이 우연히 발견된다면 기회 검진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조기 발견 시장을 두 가지 축에 따라 분류한 4개의 영역을 살펴보았는데요. 앞서 언급했듯이 이중에서는 선별검사가 그나마 수가를 받기에 가장 유리합니다. 의료기관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고, 타깃으로 하는 질병도 확실하게 규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영역의 서비스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조기 발견 시장에서의 성장을 도모하는 스타트업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먼저 제도권 진입입니다. 상대적으로 구조화 정도가 낮은 기회 검진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선별검사’의 영역인 1사분면으로 이동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이러한 도전은 실제 임상이 아닌 시뮬레이션 영역에서만 다루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또 다른 전략은 시장성 확보입니다. 제3사분면의 선제적 모니터링은 의료 현장의 우선순위와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죠. 의료 시장에서 수가를 받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확실하게 B2C를 겨냥하기 위해 매력적인 웰니스 서비스로 발전시킨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의료 시장에서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수가 승인을 막연하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지고 있는 기술의 혁신성을 제도가 요구하는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능력, 이것이 지금 디지털 헬스케어 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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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Delphi &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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