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 Dictionary | 가격차별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소비자의 지불 의향이 다를 때, 기업이 그 차이를 파악해 각각에 맞는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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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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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과 항생제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약이지만, 제약 투자 시장에서는 항암제에 비해 외면받고 있습니다. |
• 백신은 가격차별이 어렵고, 항생제는 팔수록 가치가 줄어드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
• 투자를 결정짓는 건 약의 중요도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입니다. |
언뜻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시장이 전혀 다르게 대우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를 떠올려보겠습니다. 하나는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고, 하나는 병이 생긴 후에 치료합니다. 사람들을 병으로부터 구해주는 건 같은데, 흥미롭게도 투자 규모에는 눈에 띄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비슷한 의문이 드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암을 없애는 항암제는 많은 투자를 받지만,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까요?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상황은, 사실 경제학의 논리로 꽤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약시장을 치료제와 백신으로 나누어보면, 치료제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치료제 중 하나인 항암제만 해도 연간 약 1,000억 달러 규모지만, 백신 시장은 전체를 합쳐도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20년간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곧 3~5%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사전에 없애든, 나중에 없애든 병을 고치는 건 똑같은데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투자는 자금을 투입해 R&D, 유통 등을 진행하고, 그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 투자자가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백신은 다음의 이유들 때문에 이런 프로세스가 치료제만큼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누구에게, 언제 파느냐의 차이에 있습니다. 치료제는 감염이 일어난 후에 환자를 대상으로 팔립니다. 누가 실제로 아픈지 명확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지불할 수 있는 최고가를 가격으로 책정하죠.
반면 백신은 질병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팔립니다. 사람마다 질병에 걸릴 확률이 모두 다른데 그걸 하나하나 사전에 정확하게 확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데요. 이는 백신의 판매가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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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가격차별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소비자의 지불 의향이 다를 때, 기업이 그 차이를 파악해 각각에 맞는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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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직관적으로 생각해 볼까요? 세계에 1,000명이 있고, 어떤 병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가치가 총 100만 달러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중 95%는 그 병에 걸릴 확률이 5%이고, 나머지 5%는 걸릴 확률이 95%입니다.
치료제라면 실제로 병에 걸린 사람이 누구인지 사후에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위험도에 따라 다른 가격을 청구하는 완벽한 가격차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백신이라면 어떨까요? 아무도 아직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가 고위험인지 알 수 없으니, 모두에게 같은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저위험 소비자도 납득할 수 있는 낮은 가격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치료제와 백신의 가격이 달라지는 구조적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죠.
게다가 백신에는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잘 팔릴수록 시장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질병 유병률이 낮아지고, 미래의 수요도 함께 줄어듭니다.
사실 질병이 사라지는 건 어마어마한 사회적 이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복잡한 셈법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백신을 많이 팔아 집단면역을 형성하면,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은 그 사회적 가치에 대한 대가를 청구할 방법이 없죠. 미래의 매출은 줄어들게 되니, 사회적으로 기여할수록 수익 회수는 오히려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찾아옵니다.
치료제는 이런 외부효과 손실이 없습니다. 감염된 — 그래서 치료받는 — 모든 사람이 치료비를 대고, 기업은 그 사회적 이익을 온전히 수익으로 가져가죠. 두 가지 모두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지만,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수익을 더 크게 낼 수 있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치료제 안에서도 투자가 쏠리는 분야가 있습니다. 앞서 항암제가 무려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차지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수요가 폭발적인 만큼 투자도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입니다.
한편,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치료제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으며, 증상이 나아져도 중간에 끊으면 내성이 생길 수 있으니 처방받은 분량은 끝까지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아보신 적 있을 텐데요. 이 ‘내성’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은 항암제에 비해 투자받기 어렵습니다.
항암제는 처음에는 기존 치료가 모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하지만, 유효성이 확인될수록 점점 더 넓은 환자군으로 사용 범위가 확장됩니다. 작은 시장에서 출발하더라도 시장 자체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항생제의 내성은 이와 같은 시장 확장을 가로막죠.
강한 신규 항생제를 광범위하게 처방하면 더 빠르게, 더 강한 내성균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다른 모든 항생제를 써보고도 효과가 없을 때만, 마지막 수단으로 신약을 처방을 처방하게 됩니다. 심혈을 기울여 신약을 완성해놓아도, 현장에서는 최후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 외면받는 것이죠.
게다가 신규 항생제는 가격도 높기 때문에 언제나 기존의 약보다 후순위에 놓이게 됩니다. 기존 항생제의 내성이 만연해진다면 비로소 그 우선순위가 전복되고, 신약의 가치가 높아지는데요. 문제는 그게 언제가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제약 특허는 출원 후 통상 20년간 보호받지만, 임상시험과 승인 과정에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독점 판매 기간은 7~10년에 불과합니다. 이 짧은 기간 안에 내성이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투자자 입장에서 항생제는 언제 수익이 날지조차 알 수 없는 베팅이 됩니다.
또 하나의 역설이 있는데요. 항생제는 많이 팔수록 내성도 빨리 생겨 약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달리 말하면 아껴야 가치가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당장 이 약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계속 진화하는 병원체에 대한 미래의 효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사회적 이득을 기업이 수익으로 가져갈 방법은 없습니다. 민간 보험사는 이런 사회적 편익을 지불 의향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Octagon Therapeutics의 CEO Isaac Stoner는 신규 항생제 화합물을 들고 투자자들을 만났던 경험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투자자마다 거절했습니다.
항생제는 사실상 돈을 잃는 게 보장된 분야라고들 했죠."
그의 회사는 결국 항생제 개발을 포기하고 다른 제품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숫자가 이 구조적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2020년 기준 암 분야 기업들이 조달한 투자금은 70억 달러였던 반면, 항생제 개발사가 조달한 투자금은 1억 6천만 달러에 불과했는데요. 같은 해, 같은 시장에서 44배의 차이가 난 것입니다.
결국 제약 시장의 투자를 결정짓는 것은 약의 중요도뿐만이 아니라, 가치를 수익으로 바꾸는 전환 가능성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분명 유용할 백신과 항생제가 오히려 투자에서는 멀어지는 모순적인 현실 뒤에는 이처럼 흥미로운 경제학의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시장의 룰이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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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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