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학습자가 진짜 구매하고자 했던 것, 카벤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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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4, 2025
교육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어릴 때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성인이 되어보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늘 뜨거운 감자입니다.

대입 제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사교육 시장이 들썩거리고, ‘프리미엄의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조기 교육은 아이들의 나이보다 부모의 불안이 기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립니다. CPA, 공무원 시험처럼 ‘고시’를 준비하거나, 기업 공채를 준비하며 토익과 자격증, 더 나아가 부트캠프를 수강하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렇듯 누구나 교육을 받지만, 모두가 교육에 돈을 쓰는 건 아닙니다. 교육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막상 지갑이 열리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사람들이 교육에 기대는 진짜 이유를 짚어보고, 스타트업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지 함께 탐색해보려 합니다.


교육은 ‘배움’이 아니라
‘결과’를 사는 시장입니다

사람들은 정말 배우고 싶어서 교육에 돈을 쓰는 걸까요?

무언가를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과 만족감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배우는 일’은 우리의 본성과 다소 어긋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때로는 진정 원해서 배우지만, 더 자주 우리는 해야 하니까 배우기로 선택하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교육에 돈을 쓰면서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 걸까요? 실은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습니다. “이걸 배우면, 내가 원하는 결과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배움은 수단이 되고, 성과에 대한 기대 또는 결핍을 채우는 변화가 있어야 지갑이 열리는 건데요.

이 지점에서 교육 시장을 나누어 보면 입시, 취업, 자기 계발, 보육이라는 네 개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각 영역의 소비자들은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그걸 배우면 내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먼저 고민합니다.

교육시장을 4개로 나눈다면
ⓒ 카카오벤처스

어떤 욕망을 건드려야 할까요?

그렇다면 각 영역에서 사람들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 하는 걸까요? 어떤 욕망이 지갑을 여는 원동력이 되는지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입시 시장의 질문은 명확합니다.

“이걸로 의대 갈 수 있어요?”

학생이든 부모든, 이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줄 수 있어야 전환이 일어납니다.

취업 교육은 조금 다른데요.

“이걸로 어디 취업할 수 있어요?”
“이걸 안 하면 문 앞에도 못 가는 거 아니에요?”

성과로의 직접적인 연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작동하는 건 ‘배우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다’는 불안 또는 절박함입니다. 기회를 얻고,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결제 동기가 발생하는 거죠.

자기 계발 시장은 보다 느슨한 욕망에 기반합니다.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
“이걸 배우면 내가 꿈꾸던 내 모습에 가까워질까?”

성공한 또래나 롤모델, 혹은 과거의 나와 비교하며 결핍을 채우는 도구로서 교육을 소비합니다. 성과는 명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브랜딩과 스토리텔링이 열쇠가 됩니다.

보육 시장의 질문은 학습이 아니라 위탁 여부를 묻는 것에 가깝습니다.

“어디 믿고 맡길 데 없을까?”
“그래도 교육적으로 도움 되는 곳이면 좋겠지.”

교육의 수혜자는 아이지만, 결제자는 부모입니다. ‘아이를 잘 가르치는가’보다 부모의 시간 확보라는 본 목적을 위한 ‘믿고 맡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건데요. 핵심은 ‘학습’보다 ‘돌봄’에 있습니다.

이렇듯 ‘교육’이라는 단어 아래엔 서로 다른 시장이 뒤섞여 있습니다. 입시, 취업, 자기 계발, 보육 네 가지 시장은 작동 방식도 다르고, 설득 구조도 다르죠. 그렇기에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 어떤 욕망을 건드릴 것인지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여기서 교육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시작됩니다.


‘배움’이라는 언어로 묶여 있는
네 개의 서로 다른 시장

이제는 실제로 어떤 브랜드들이 살아남았고, 어떤 구조에서 기회 혹은 제약이 발생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서로 다른 네 개의 시장에서 작동하는 욕망을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1) 입시: 신뢰가 해자인 시장

입시 시장은 신뢰가 모든 걸 결정하는 시장입니다. 의대 진학에 성공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건 실적입니다. 몇 년간 쌓아온 합격자 수, 그 결과로 얻은 신뢰가 곧 해자인 셈이죠.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처럼 오랜 기간 실적을 축적해 온 브랜드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의 전략은 늘 같았습니다. 어떤 스타 강사를 우리 쪽으로 데려올 것인가의 싸움이었죠.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하지만 시대인재(하이컨시)는 다른 접근을 택했습니다. 물론 시대인재에도 유명 강사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대인재의 성공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요. 그렇다고 AI를 붙인 것도, 멋진 UX를 구축하거나 앱 기반 학습을 강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시대인재가 집중한 건 콘텐츠였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서바이벌 모의고사’입니다.

서바이벌 모의고사는 실전과 가장 유사한 난이도와 출제력 면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받았는데요.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모의고사를 구하기 위해 독점 판매하는 학원에 등록할 정도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었습니다. 인상적인 건, 서바이벌 모의고사의 출제진 대부분이 시대인재가 배출한 합격생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의치한약수, SKY에 합격한 전 수험생들이 출제진으로 참여하고, 그 콘텐츠가 다시 새로운 합격자와 실적을 만드는 구조인 건데요. 실적이 실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시대인재 서바이벌 모의고사
ⓒ 시대인재

입시 시장에서 신뢰는 결국 ‘몇 명이나 붙었는가’라는 숫자에서 비롯되지만, 그 숫자를 만드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기존 강자들이 그 숫자를 스타 강사를 통해 만들어왔다면, 시대인재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진짜’ 필요로 하는 콘텐츠로 풀어낸 것이죠.

입시 교육 시장은 이미 강자가 많은 만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요. 특히 당장의 실적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는 신뢰를 증명하기도 어렵고,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받기 까다로운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설계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2) 취업: 결과를 향한 길목을 설계하는 시장

취업 교육 시장은 입시처럼 결과 지향적인 욕망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취업 교육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이기도 한데요. 입시는 메이저 학원 브랜드와 스타 강사 중심의 구도가 명확히 형성되어 있다면, 취업 교육은 상대적으로 파편화된 시장입니다. ‘돈을 쓸 이유’는 분명한데, 누가 그 돈을 가장 잘 가져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에듀윌, 제로베이스
ⓒ 에듀윌, 제로베이스

또 다른 차이점은 결과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입시는 수능 점수에 따라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 비교적 명확하게 결정되는 구조지만, 취업은 기업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걸로 어디에 취업된다”는 식의 직접 연결이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취업 교육 시장은 ‘기회를 얻는 단계’부터 ‘결과를 확보하는 단계’까지, 어떤 단계까지 관여하는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벤처스 패밀리 ‘에이지프리’는 ‘천직’이라는 직무교육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기술을 배워야만 일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분야를 대상으로 교육을 넘어 채용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했는데요. 그저 “잘 가르쳐주는 곳”이라는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했던 시장에서, “여기서 배우면 진짜 취업까지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만들어내는 방식인 것이죠.

에이지프리 천직
ⓒ 천직

물론 모든 분야에서 취업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영역에선 ‘문을 열 수 있는가’에 대한 서사 설계가 핵심이 되는데요. 예컨대 토익이나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이 그렇습니다. 해당 역량이 실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지원조차 못 하게 될까 봐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인식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시장은 “배우지 않으면 실력이 부족해진다”는 메시지보다 “배우지 않으면 기회를 얻지도 못한다”는 위기감이 훨씬 강한 설득력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취업 교육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는 것을 넘어 ‘결과 지향적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채용 연계처럼 교육 이후의 단계까지 제품 설계를 확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3) 자기 계발: 마케팅으로 욕망을 일깨우는 시장

자기 계발 시장은 마케팅과 브랜딩 비즈니스에 가깝습니다. ‘배워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해서라기보다는 ‘그걸 배우는 나’에 대한 서사와 욕망이 소비를 이끌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카카오벤처스 패밀리 ‘뉴닉’이 인수한 ‘퍼블리’는 콘텐츠 큐레이션을 넘어서는데요. 퍼블리를 구독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일잘러가 되고 싶다”는 자기 표현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가벼운학습지’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영어 잘하고 싶어!’라는 자아실현 욕망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그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나를 연출하는 소비가 함께 작동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벼운학습지
ⓒ 가벼운학습지

핵심은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브랜드가 어떻게 대답하는가에 있는 건데요.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가만큼, 어떤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 계발 교육 시장은 구조적인 고민도 안고 있습니다. 욕망은 비교적 쉽게 자극되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을 수 있고, 리텐션이 낮아지면 마케팅 효율도 빠르게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자기 계발 교육 브랜드일정 부분 마케팅, 광고 산업처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기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가?”를 이해하고, 그 욕망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설계하는 감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4) 보육: 교육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시장

보육 시장은 그 어떤 교육 시장보다도 ‘대리 소비’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진짜로 사고 싶은 건 시간과 안심입니다.

물론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인가요?”, “학습 효과가 있는 프로그램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고민이 숨어 있습니다. “어디 믿고 맡길 만한 데 없을까?” “이왕이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은데.”처럼요.

그래서 보육 시장은 학습 콘텐츠로 포장된 ‘돌봄 서비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잘 놀고, 잘 먹고,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면, 교육적인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태권도장이나 미술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만 해도 그렇고요.

결국 핵심은 ‘우리 아이가 얼마나 똑똑해질까?’가 아니라 ‘부모가 안심하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입니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정서적 신뢰와 편의성이 최우선 과제가 되는 겁니다.

보육 시장의 한계는 LTV(Life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가 낮다는 점에 있습니다. 보육 수요는 시간을 기반으로 하고, 대부분의 고객은 이탈 시점이 명확히 존재합니다. 콘텐츠의 품질이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보니 높은 단가를 책정하기에도 어려움이 따르는데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진입하기 전 신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보육 시장
ⓒ Freepik

많은 스타트업이 교육 시장에 진입할 때,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곤 합니다. 실제로 기술은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막상 시장에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벽을 마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입시·취업·자기 계발·보육처럼 목적이 분명한 각 영역에서는 누가 결제자인지, 무엇을 성과로 여기는지, 어떤 욕망을 해결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가 작동하는지 전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배움의 질이나 기술적 혁신만으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것이죠. 중요한 건,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모든 영역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기술을 어떻게 붙여볼까’라는 고민으로 접근한다면, 때로는 본질에서 빗나가기 쉽습니다. 이번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방향에서 교육 시장에서 문제의식과 욕망을 풀어가고 있으시다면, 그 이야기 역시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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