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팔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시대

새로운 해자를 찾아 실천하는 방법 (feat. Clu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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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03, 2025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팔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시대

지금은 모든 것이 빠르게 따라잡히는 시대입니다.

AI 기술의 보편화로 구현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비슷한 제품과 비슷한 가치 제안을 가진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서로를 빠르게 모방하고 있습니다. ‘제품 자체의 우수성’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죠.

이처럼 ‘지속 가능한 차별화’가 희소해진 환경에서,
스타트업에게 진정한 해자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이제 시장의 승패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시장에 진입할 것인가’, ‘어떻게 제품을 사용자들에게 확산시킬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모멘텀이 곧 해자(Momentum as a Moat)라는 a16z의 분석처럼,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사용자 기반을 폭발적으로 확장하는 유통 모멘텀 자체가 강력한 경쟁 우위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요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

요즘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고객은 따라온다는 믿음이 있었는데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팀들은 이 공식을 과감히 뒤집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Cluely입니다. 이들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바이럴을 통해 화제를 만들고, 그 화제가 사용자를 불러왔으며, 결국 200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했죠.

이들은 어떻게 이런 관심을 끌어내고 확산시킬 수 있었을까요?


(1) 바이럴: 화제부터 설계하는 스타트업

Cluely의 핵심 제품은 다른 애플리케이션 위에 반투명하게 떠서 실시간으로 정보와 제안을 제공하는 AI 비서 ‘반투명 오버레이’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이 기술의 기능적 유용성만을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Cheat On Everything(모든 걸 속여라)’이라는 도발적인 슬로건과 함께, 치팅을 돕는 반투명 UI를 전면에 내세워 수많은 대화와 논쟁을 만들어냈죠.

Cluely는 슬로건에 맞춰 다양한 상황을 영상 콘텐츠로 풀어냈습니다. 취업 면접, 업무 회의, 영업, 고객 지원, 강의, 사용자 인터뷰, 제품 디자인 등 거의 모든 상황에서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고 말이죠.

특히 Cluely를 사용해 코딩 테스트를 통과하고, 아마존 SW 엔지니어에 합격한 포스트는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어서 데이트에서 Cluely를 사용해 상대 여성의 마음을 사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cheating with Cluely
ⓒ Roy Lee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Cluely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과 ‘신뢰’를 주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했는데요.

대표의 캐주얼하고 거침없는 입담과,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마스코트 캐릭터 Clue the Fox를 앞세운 숏폼 콘텐츠는 모두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파격적인 장치였습니다.

Roy Lee Interview
ⓒ EO Studio
Clue the Fox
ⓒ Cluely 공식 Instagram

이 모든 건 강력한 반응을 유발하고 광범위한 온라인 논쟁을 촉진하기 위한 계산된 접근이었습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바이럴을 만들고 확산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답을 콘텐츠 안에 심어둔 것입니다.


(3) 조직 구성: 관심을 만드는 팀

Cluely는 대중의 관심을 먼저 끌고, 그 관심을 기반으로 제품과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들이 찾은 무기는 ‘콘텐츠 군단’이었죠. 무려 50명의 인턴 크리에이터를 인하우스로 운영하며, 틱톡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밈 형태의 숏폼 콘텐츠를 대량으로 제작했습니다.

이들은 세련된 기업 메시지보다도 논란을 일으킬 만한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시하는 ‘틱톡 네이티브’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목표는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에 의해 증폭될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것이었죠.

Cluely 틱톡
ⓒ Cluely 공식 TikTok

Cluely의 창업자 Roy Lee는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관심”이라고 말합니다. 바이럴 자체를 하나의 최종 제품으로 취급함으로써, Cluely는 제품이 완전히 성숙하기도 전에 거대한 잠재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과거에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한 사례로 Jenni AI가 있습니다. 논문 작성을 위한 AI 서비스 Jenni AI는 팔로워 수가 거의 없는 계정에서 시작했지만, 오가닉 숏폼 콘텐츠로 수십만 팔로워를 가진 계정보다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 후크를 실험한 후 반응이 좋은 포맷을 시리즈로 확장했습니다.

Jenni.AI TikTok
ⓒ Jenni AI 공식 TikTok

Cluely가 자극적인 논쟁을 일으켜 주목을 이끄는 도구로 콘텐츠를 이용했다면, Jenni AI는 다양한 밈을 활용해 핵심 이용층의 페인 포인트를 묘사하고 모든 콘텐츠의 마무리로 Jenni AI로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보여주며 제품의 활용성을 강조했죠.

결국 이들은 제품을 알리는 일을 부차적인 과제가 아닌 핵심 역량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조직을 꾸려 리소스를 과감하게 투입하고, 그 결과 눈에 띄는 성과를 얻은 것입니다.


(3) 제품: 반응을 성장의 재료로

Cluely는 사람들을 확보한 뒤 제품 완성도를 다듬는 데 시간을 끌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단 빠르게 시장에 던지고,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며 갈아엎는 피봇 루프를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 자체를 공개해 커뮤니티의 팬덤을 확보하고, 사용자와 함께 제품을 키워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Jenni AI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창업자 David Park는 X에 운영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교훈, 고민들을 실시간으로 2,000개 넘게 공유했습니다. 그의 타임라인을 보면 얼마나 많은 가설과 실패, 반복을 버티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 David Park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한 스타트업의 결과만 접합니다. 하지만 Jenni AI는 실험의 축적 과정 자체를 보여주며 신뢰를 쌓았고, 결국 그 여정 자체가 제품의 일부가 된 셈입니다.

Cluely는 논란을 통해 대화와 참여를 이끌어내며 팬덤을 형성했고, Jenni AI는 과정을 상세하게 공유하며 공감을 유도했습니다. 두 팀 모두 사용자와의 긴밀한 연결을 제품 개선의 원동력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새로운 해자를 완성하려면

Cluely의 사례는 오늘날 스타트업이 직면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기술은 빠르게 복제되고 서비스는 금세 비슷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기능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대중과 연결되는가’가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이 관점에서 보면 Cluely의 행보는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해자는 완성도 높은 제품뿐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관심을 어떻게 끌어내고 이를 어떻게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지에 대한 전략 역시 의미 있는 해자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화제를 만드는 힘이 제품, 스토리, 조직 운영과 따로 놀면 일시적인 주목에 그칠 뿐이죠. 해자를 ‘바이럴리티’로 설정했다면, 창업가의 관심사부터 제품의 기능, 콘텐츠 전략, 팀의 운영 방식까지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야 비로소 강력한 모멘텀이 형성됩니다.

단순히 부서를 하나 더 두는 차원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한 축으로 정렬(align)될 때 그 해자가 진정한 경쟁 우위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화제와 참여 자체가 강력한 모멘텀이 되기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를 회사와 팀의 차원에서 같은 방향으로 추진하여 하나의 해자로 키워는 일입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창업 생태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새로운 시각입니다.

글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이나 또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투자팀 인턴 Ivy와 커뮤니케이션팀 인턴 Chloe가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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