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허들이 무너진 AI 시대, 우리가 찾은 SW 창업과 투자의 기회

투자하고 싶어지는 SW 스타트업의 진짜 해자
개발 허들이 무너진 AI 시대, 
우리가 찾은 SW 창업과 투자의 기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흔히 소프트웨어의 개발 허들이 무너진 시대라고 합니다.

이제는 LLM이 알아서 그때그때 필요한 새로운 워크플로우 툴을 자동 생성할 수 있으니, 기존 소프트웨어들은 금세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의 일환인데요. AI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앱을 즉석에서 만들어 줄 날이 머지않았다는 맥락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그렇다면 굳이 특정 산업에 특화된 SaaS 혹은 솔루션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관점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버튼의 딸깍’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미래가 언젠가는 도래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대부분의 산업 영역에서는 API 연동의 집합체 형태로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뱉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Freepik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기술 그 자체보다 완성도 있는 제품으로서 작동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과물을 잘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의 보안·버전 관리·권한 통제 등도 고려해야 하죠. 이는 곧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합니다. 실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장에 나오는 AI 제품의 대다수는 AI 기술력보다 도메인 전문성이 더 중요한 경쟁우위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LLM 모델 연동을 기반으로 다양한 버티컬 AI Agent, Assistant, Companion 형태의 시도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요. 표면적 기능만으로는 대형 모델이나 유사 서비스와의 차별화가 어렵고, 빠른 모방과 가격 압박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현장에서 중요시하는 워크플로우를 그대로 반영한 ‘표준화된 툴’과 현장 혁신을 위해 보다 자유롭게 ‘차별화된 툴’ 사이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쪽의 장점을 모두 충족하는 Sweet Spot을 찾는 과정에서 초기 스타트업 팀들의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진짜 경쟁우위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오프라인 현장에서 해자를 찾다

산업 현장에는 우리가 ‘깜깜이 시장’이라고 부르는 영역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혁신적인 AI의 패러다임이 무색할 정도로 아직 많은 마찰과 비효율이 존재하죠.

밖에서 볼 때 트렌디해 보이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무엇보다 노동집약적인 경우가 많은 산업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건설, 제조, 수리, 물류, 도매, 각종 O2O 서비스처럼 현장 실행이 필수적인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이와 같은 분야에는 과거부터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상당한 자금 규모의 VC 투자도 집행되었으나 유의미한 혁신을 만들어 내기 어려웠습니다.

운영상 Unit Economics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 이익을 내기 힘들거나, 현장에서의 수용도가 낮아 GTM의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이들이 마주한 한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와 같은 분야에서 점점 빈틈이 메워지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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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Unit Economics란, 개별 단위(고객 한 명, 고객 한 건, 제품 하나 등)당 경제성을 말합니다. 고객 한 명을 획득하는 데 드는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와 그 고객 한 명에게서 얻는 수익(LTV, Lifetime Value)을 비교해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 GTM이란, Go-To-Market의 약자로 제품 및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하고 고객에게 도달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창업가들에게 이 영역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난이도는 높지만,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 사업의 재무적 업사이드 또한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나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이는 사업 기회를 넘어 반드시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사회적 당위성이 존재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현장에서의 진짜 경쟁우위, 도메인 전문성

특정 산업에서는 사업의 논리적 타당성보다는 현장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고하고 움직이는지, 고객은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효율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러한 경우 산업 고유의 문법과 비효율을 이해하고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이 빛을 발휘합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이른바 ‘제품 개발의 범용화(commoditization) 시대’인 지금, 이는 더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본질적인 핵심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도메인 전문성(domain expertise)이라 정의한다면, 이는 곧 기술을 산업에 적용 가능하게 만드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운영 역량’이라 쓰고 ‘실행력’이라 읽는다

또 다른 열쇠는 바로 현장에서의 운영 역량입니다. 최적화를 통해 동일한 리소스로 최대의 아웃풋을 낼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초기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AI 덕분에 내부 데이터 확보 및 처리 등 백오피스, 물류 배차, 품질 관리, 고객 응대(CS), 교육 등의 영역에서 자동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비용과 품질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는 사용자에게 UI/UX로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스케줄링, 경로 최적화, 작업 자동화, 이상 감지, 자원 최적화 등을 통해 ‘조용한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중소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업무에서 발생하는 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하이로컬이나, 사람의 개입이 필수적인 집/건물 수리 과정을 혁신하고 있는 홈앤코 등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비용 단가가 안 맞아서’, ‘운영상 복잡해서’, ‘현장 컨트롤이 어려워서’ 등의 이유로 해결되지 못하던 문제들이 AI 기술 기반의 운영 최적화를 통해 점점 해소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 도입이 단순히 멋지거나 근사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향상, 고객 만족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결국 스타트업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AI가 핵심 도구가 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단순히 매출·트래픽 등 결과적인 지표 성장보다도 — 물론 이들도 중요합니다만 — 시뮬레이션 (가설) → 필드 테스트 (검증) → 피드백 반영(개선)의 루프를 얼마나 더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느냐에 더 주목합니다. 이러한 반복(iteration)을 빠르게 가져가는 팀이 궁극적으로 사업 성과도 만들어 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해자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로 현장의 본질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기업의 생산량과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서비스입니다. 단순히 하나의 기능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고도화된 AI 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작동 원리를 꿰뚫어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혁신은 결국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 즉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실제로 작동하는 솔루션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하고 싶은 팀은 이런 팀입니다.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꼼꼼하게 기획하며, 빠르게 실행하는 팀. 도메인 전문성과 운영 역량을 갖추고, 고객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과 피드백을 반복하는 팀. 우리는 그런 팀들과 함께 AI 시대의 진짜 혁신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카카오벤처스 조현익 수석심사역 (Mike)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팀 에디터 인턴 Chloe가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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