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시장, 그럼에도 늘어나는 매출? 스타트업의 방패가 되어주는 ‘가격 탄력성’

줄어드는 고객 수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비결: 당신의 프로덕트는 탄력적인가요, 비탄력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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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2, 2026
작아지는 시장, 그럼에도 늘어나는 매출? 스타트업의 방패가 되어주는 ‘가격 탄력성’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웰니스’입니다. 술 소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식단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이런 흐름 속에서 몸에 해로운 담배는 마치 사양 산업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도 흡연자의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고,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다는 인식도 이제는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치를 들여다보니 조금 의외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담배 시장에서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큰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비슷한 아이러니는 또 있습니다. 한국의 출생 인구는 매년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학원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상식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담배 산업과 사교육 시장,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상품이 가진 가격 탄력성에 있습니다. 오늘은 이 가격 탄력성의 개념을 짚어보고, 이것이 스타트업에는 어떤 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가격 탄력성이란 무엇인가

가격 탄력성은 ‘가격이 변할 때 수요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가격 탄력성 = 수요량 변화율 ÷ 가격 변화율의 수식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가격을 10% 올렸을 때 수요가 5% 줄어든다면, 가격 탄력성은 -0.5가 됩니다. 이 수치의 절댓값이 1보다 작으면 비탄력적이라고 하고, 1보다 크면 탄력적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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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재와 비탄력재의 전통적인 사례

  • 탄력재: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품으로, 대체재가 많거나 굳이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치재가 해당합니다.

    • 예) 브랜드 의류, 항공권 등

  • 비탄력재: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상품으로,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나 중독성이 있는 상품이 해당합니다.

    • 예) 쌀, 휘발유, 의료 서비스, 담배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ICT 서비스도 이를 기준으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강력한 락인 효과로 사람들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ERP나 CRM 같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비탄력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번 도입하면 전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가격이 올라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성능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사용자들이 상황에 따라 돌려 쓰는 범용 AI 서비스들(ChatGPT, Claude, Gemini 등)은 아직 탄력재에 가깝습니다. 한 서비스가 가격을 올리면 사용자들은 쉽게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수 있죠.

비탄력재는 가격이 크게 변해도 수요량이 조금만 변하지만, 탄력재는 가격이 조금만 변해도 수요량이 크게 요동치는데요.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자신이 제공하는 프로덕트를 비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사업의 지속에 유리합니다.


담배 산업이 때아닌 호황기를 맞이한 이유

(1) 웰니스 트렌드에도 안정적인 담배 매출

담배는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은 상품입니다. 선진국 기준 담배의 가격 탄력성은 약 -0.3에서 -0.5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가격을 10% 인상하더라도 수요가 고작 3~5% 정도만 감소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담배 기업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 International)는 2010년대 내내 전 세계 흡연율이 하락하는 흐름 속에서도, 꾸준히 배당을 확대하며 주주 가치를 높여왔습니다.

한국에서도 담배 판매량은 가격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것으로 드러납니다. 2015년,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의 차원에서 낮았던 담배 가격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약 80%가량 급격하게 인상한 바 있는데요.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판매량이 뚝 떨어졌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7% 감소했지만, 2016년에는 다시 약 10% 반등하며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인상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현시점의 판매량은 약 19% 감소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격을 80% 올렸는데 고객은 20%도 채 떠나지 않은 셈이죠.

ⓒ 머니투데이

(2) 소비자의 습관이 만들어 낸 강력한 방어력

이렇듯 비탄력재로서의 덕분에 담배 회사들은 흡연 인구가 줄어드는 환경에서도 수익성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고객 수(Q)가 감소해도, 인상된 가격(P)으로 전체 매출(P×Q)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키우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죠. 시장의 크기보다 가격 결정권이 비즈니스의 생명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그렇다면 담배의 가격 탄력성은 어디에 기인하는 걸까요? 바로 소비자의 ‘생리적 의존’입니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몸에 습관처럼 남은 갈망이 단번에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인상된 가격에 저항감을 가질 수 있지만, 높은 값을 지불하고도 담배를 구매하는 선택을 하게 되죠. 흡연량이 많은 소비자일수록, 결과적으로는 가격 변화에 대한 반응이 둔감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의 절대적인 크기가 줄어들더라도, 고객이 제품 사용을 중단했을 때 느끼는 불편함이 압도적으로 크다면 그 비즈니스는 강력한 해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죠. 고객이 단기적으로 대체하거나 중단하기 어려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수요의 감소를 적당한 가격 인상으로 방어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줄어드는 청소년, 학원의 매출은 줄지 않는다

(1) 1인 4학원의 시대

담배가 소비자의 행동 습관을 파고드는 시장이라면, 사교육은 소비자의 판단을 파고드는 시장입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과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원을 웃돌며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아이는 적어지는데 시장은 커지는 이 현상은 가격(P)의 상승이 수량(Q)의 감소를 완전히 압도해버린 결과입니다.

시장이 마주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대치동의 상위권 학원들은 교재비나 특수 콘텐츠 비용 등을 통해 실질적인 객단가를 높여 왔습니다. 프리미엄 결합 상품과 더불어 고단가 기숙학원 확대도 추진하고 있죠.

한편, 학생 한 명당 다니는 학원의 수 자체도 늘어나 1인당 총 지출액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4년 잠정 61만 원을 돌파하며 10년 전보다 8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학원별 단가와 함께, 참여 시간과 수강 과목 수 또한 늘어난 것이죠.

시장의 전체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학령인구(Q) × (단가 × 수강 과목 수)라는 공식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Q(아이들)의 빈자리를 '인당 지출액의 밀도'가 촘촘하게 메우고 있는 셈입니다.

학생 수가 줄어도 사교육 참여율과 1인당 사교육비는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2) 텐 포켓: 한 명의 아이에게 집중 공략

사교육은 담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낮은 가격 탄력성을 획득합니다. 바로 ‘지위재’로서의 성격입니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심리 때문에, 부모에게 사교육은 ‘합리적 소비’가 아니라 ‘실패 리스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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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재의 전통적인 사례

  • 지위재: 절대적인 효용보다 타인과의 상대적 위치나 서열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재화입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소비하므로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쉽게 줄지 않는 강력한 비탄력성을 가집니다.

    • 예) 명품, 부동산, 슈퍼카 등

여기에 아이들이 줄어드는 환경이 사람들의 새로운 소비 심리를 자극합니다. 자녀가 적을수록 한 가구에서는 자녀에게 집중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늘어납니다. 이때 부모의 의사결정은 “얼마까지가 합리적인가”보다도 “우리 아이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지원해 주어야 한다”라는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이른바 ‘텐 포켓(Ten Pockets)’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명의 아이에게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 친척 어른들의 지갑까지 동시에 열리면서, 한 아이에 대한 투자 밀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아이에게 집중되는 교육 투자가 늘어나면서, 사교육 시장은 고객 수가 줄어들어도 고객 한 명당 지불 의향은 계속 높아지는 독특한 비탄력적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시장의 크기만큼 ‘가격 결정권’도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고객 수(Q)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장에서 해자를 찾습니다. 확장 가능한 시장, 즉 커지는 TAM(Total Addressable Market)에 베팅하는 것이 성공의 기본 공식처럼 여겨지죠.

하지만 담배와 사교육 시장이 보여준 역설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고객 수가 줄어드는 환경이라도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 비즈니스는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방패를 가진 셈입니다. 시장의 파이가 축소되더라도 고객 한 명당 창출할 수 있는 생애가치(LTV)가 충분히 크다면 사업은 얼마든지 지속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어떻게 자신의 서비스를 비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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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력성을 만드는 세 가지 임계점

  1. 경제적 임계점: 명확한 ROI

    서비스가 비용 절감을 넘어 명확한 수익 창출 도구로 인식될 때, 가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가 됩니다. — 예) 매출 증대에 직접 기여하는 B2B SaaS

  2. 구조적 임계점: 높은 전환 비용

    데이터 축적, 워크플로우 안정화로 서비스가 인프라가 되면 전환 비용이 급격히 커집니다. — 예) Salesforce, SAP 등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3. 심리적 임계점: 정체성과 팬덤

    서비스가 사용자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면 가장 강력한 비탄력성이 만들어집니다. — 예)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Apple

가격이 오르더라도 남아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은 왜 떠나지 않는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릅니다.

불황기에도 살아남는 스타트업은 단순히 고객 수를 늘리는 데서만 성장을 찾지 않습니다. 가격 인상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고객에게 대체 불가능한 진정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인 충성도(비탄력성)를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존 고객으로부터 더 깊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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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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