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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Insights

제약 AI의 진짜 승부수: “더 빨리”가 아니라 “덜 틀리게”

임상 실패율 90%, AI가 이 숫자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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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Ventures,김치원 부대표
May 06, 2026
제약 AI의 진짜 승부수: “더 빨리”가 아니라 “덜 틀리게”
Contents
AI가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네 가지 방향1상 이후, 제약회사가 마주하는 딜레마AI가 제공해야 하는 세 가지 기능(1) 초기 효능 신호의 정량화(2) 반응 환자군의 특징 발견(3) 적응증과 개발 경로의 우선순위 결정AI가 제약 영역에서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

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신약 임상 실패율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AI가 전임상 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풀기 어렵습니다. 

  • AI가 진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후보 물질을 빠르게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1상 이후 불완전한 데이터에서 더 나은 판단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 약효 신호의 정량화부터 반응 환자군 탐색, 개발 경로 우선순위 결정까지 AI가 제약 임상의 판단 질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비용도 수천억 원 규모가 들어가죠. 그런데 이 긴 여정에서 가장 큰 손실은 속도가 느린 데서 오지 않습니다. 잘못된 타깃을 선택하거나 잘못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임상을 설계하면 발생하죠. 문제는 그런 착오를 수년이 지난 뒤, 2상이나 3상에서 실패로 끝날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신약이 임상 1상을 통과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시장에 나올 확률은 5%에 그칩니다. 한 업계 전문지에 따르면 AI가 초기 발굴 타임라인을 30~40% 단축할 수는 있지만 약 90%에 달하는 제약 산업의 높은 임상 실패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면서 2026년에 마주한 핵심 질문은 AI가 전임상 타임라인을 유의미하게 앞당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임상 성공률의 개선 여부라고 결론 지었죠.

즉, 제약 AI의 진짜 과제는 효율이 아니라 판단의 질입니다. 제약회사가 AI에게 기대하는 것은 후보 물질을 더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임상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와 전략을 더 잘 고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AI가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네 가지 방향

제약 AI가 임상 성공률을 높이려는 방식은 크게 네 방향에서 작동합니다.

첫 번째 방향은 약물 타깃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입니다. 동물 모델에서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실제 인간 질환에서는 충분히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타깃을, 오믹스·병리·임상 데이터를 통합해 더 정교하게 검증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유전체·전사체·임상 경과 데이터를 결합해, 같은 약이라도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 환자를 좁히는 과정인데요. 없는 효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효과가 넓은 환자군 안에서 희석되지 않게 하는 작업입니다.

세 번째는 1상 혹은 2상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임상 진입 여부를 더 잘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고, 네 번째는 사이트 선정, 환자 매칭, 운영 효율을 높여 좋은 약이 실행 문제로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 방향 중에서도 세 번째, 즉 초기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발 전략 판단이야말로 현재 제약 AI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불완전한 1상 데이터로 되돌리기 어려운 개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제약회사의 딜레마 속에서, AI가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네 가지 방향을 정리한 표. 약물 타깃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부터 반응 환자군 정의, 1상 이후 후기 임상 진입 여부 판단, 사이트 선정과 환자 매칭 등 실행 과정 효율화까지, 속도가 아닌 판단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AI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제시한다.

1상 이후, 제약회사가 마주하는 딜레마

항암제 개발에서 1상 임상시험은 오랫동안 안전성, 내약성, 용량, 약동학과 약력학을 확인하는 단계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항암제 개발에서의 1상이 가지는 의미는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항체-약물 접합체(ADC)처럼 작용 기전이 복잡하고 환자군 선택이 중요한 약물에서는, 1상 단계부터 이미 중요한 사업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약을 다음 단계로 가져갈 가치가 있는지를 일찍이부터 고민해야 하죠.

🔖

KV Dictionary | 항체-약물 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란 항체와 항암 약물을 화학적으로 연결한 치료제입니다. 항체가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인식해 결합하면, 연결된 약물이 암세포 내부로 전달되어 작용합니다. 정상 세포 피해를 줄이면서 암세포를 표적 공격할 수 있어 주목받는 방식이지만, 어떤 암종과 환자군에서 효과가 나타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개발의 핵심 과제입니다.

1상 결과를 받아든 제약회사가 답해야 하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 약을 2상으로 가져갈 것인가. 가져간다면 어떤 암종에서, 어떤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할 것인가. 단독요법으로 갈 것인가, 병용요법으로 갈 것인가. 2상에서 볼 결과 지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모든 판단을 내부 포트폴리오 위원회, 투자자, 파트너사, 규제기관에 설명할 수 있는가.

문제는 1상 데이터가 이 질문들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환자 수는 적고, 암종과 치료 이력은 뒤섞여 있습니다. 반응 신호도 대다수의 경우 아주 모호합니다. 일부 환자에서 반응이 보이더라도 그것이 우연인지, 특정 환자군에서 반복 가능한 신호인지 판단하기 어렵죠. 반대로 기존 반응평가 기준으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병변이나 특정 생물학적 환자군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초기 임상 개발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생겨납니다. 약효가 없는 약을 2상으로 가져가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잃습니다. 반대로 좁은 환자군에서 진짜 신호가 있었던 약을 너무 일찍 포기하면, 잠재적 치료제와 사업 기회를 함께 잃게 되죠. 초기 임상 개발의 어려움은 불완전한 데이터로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AI가 제공해야 하는 세 가지 기능

그렇다면 AI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1상 이후 임상 개발 전략을 지원하는 AI 도구가 제공해야 하는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1) 초기 효능 신호의 정량화

항암제 반응은 종양 크기가 얼마나 줄었는지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떤 병변은 줄고, 어떤 병변은 그대로이며, 어떤 병변은 커질 수 있습니다. 종양 크기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내부 괴사, 조영증강, 밀도, 대사활성, 조직 이질성이 바뀔 수도 있죠. 기존 측정 기준은 임상시험의 중요한 표준이지만, 약물이 실제 사람 몸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모두 포착하지는 못합니다.

AI는 환자 단위뿐 아니라 병변 단위로 변화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전체 반응이 안정병변(SD)에 머물렀더라도 특정 병변에서 일관된 축소가 나타나는지, 치료 초기에 진행처럼 보이는 변화가 실제로는 지연 반응의 전조인지 등을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영상체학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CT, MRI, PET 같은 기존 임상 영상에서 종양의 모양, 질감, 이질성, 시간에 따른 변화 등을 정량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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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안정병변(SD, Stable Disease)

치료 후 종양이 일정 기준 이상 줄지도, 늘지도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반응 없음으로 단순하게 해석되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SD가 실질적인 약물 효과를 반영하거나 지연 반응의 전 단계일 수 있어 세밀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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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영상체학(Radiomics)

CT, MRI, PET 등 의료 영상에서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수백~수천 개의 정량적 특징을 추출하는 분석 방법입니다. 종양의 모양, 질감, 내부 이질성, 시간에 따른 변화 등을 수치화해, 기존 판독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정보를 끌어냅니다. 임상시험에서 이미 촬영된 영상을 재분석하는 방식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데이터 수집 없이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2) 반응 환자군의 특징 발견

몇 명이 반응했는지만큼이나 누가 반응했는지 역시 1상에서 중요한 질문입니다. 전체 환자군에서는 반응률이 애매하더라도, 특정 바이오마커 양성군이나 치료 이력군, 전이 양상, 영상 특징을 가진 환자에서는 신호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2상의 설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면 실패할 임상시험이, 좁은 환자군으로 재설계하면 성공할 수 있죠. AI는 유전체, 전사체, 임상 경과 데이터를 결합해 이 반응 환자군의 윤곽을 그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제약 AI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반응 환자군 탐색을 실제 사례로 보여주는 그래프. 키트루다 1상 임상시험에서 전체 환자군 반응률은 19.4%로 신호가 불분명했지만, PD-L1 발현율 50% 이상 환자군만 따로 분석하자 반응률이 45.2%로 뛰었다. 이 1상 데이터를 근거로 3차 임상은 PD-L1 ≥50% 환자군만을 대상으로 설계되었고, 이후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1차 치료 표준요법으로 승인받았다. 같은 약이라도 누구에게 투여하느냐에 따라 임상 설계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출처: KEYNOTE-001, NEJM 2015; KEYNOTE-024, NEJM 2016

(3) 적응증과 개발 경로의 우선순위 결정

1상 바스켓 임상시험에서는 여러 암종에서 소수의 환자를 관찰한 뒤, 어느 암종으로 확장 코호트나 2상을 열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때 단순히 반응률이 가장 높은 암종을 고르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표본 수, 환자군의 생물학적 일관성, 미충족 의료 수요, 경쟁약의 존재, 후속 허가 전략, 상업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좋은 AI 도구는 어디에서 숫자가 좋아 보일지에 집중하기보다도, 어디에서 생물학적·임상적·상업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개발 경로가 열리는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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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바스켓 임상시험(Basket Trial)

동일한 유전자 변이나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를 암종과 관계없이 한데 묶어 진행하는 임상시험 방식입니다.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서로 다른 암종 환자를 같은 약물로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어, 어느 암종에서 신호가 나타나는지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암종마다 생물학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 해석에 세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AI가 제약 영역에서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

결국 이 영역에서 AI에게 요구되는 답변은 단순히 제약을 진행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답변이 아닙니다. 현실에서의 의사결정은 대개 중단, 진행, 재설계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항암제 초기 개발 단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답은 세 번째, 즉 가설을 좁히고 설계를 바꾸어 진행하는 것이죠.

항암제 1상 이후에는 분명한 AI 수요가 존재합니다. 이는 기술적 혁신 자체에서 온다기보다는, 불완전한 초기 데이터만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 개발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딜레마에서 비롯된 수요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맥락에서 AI의 가치는 어떤 신호를 믿고 어떤 신호를 의심해야 하는지, 어떤 환자군으로 좁혀야 하는지, 어떤 설계로 다음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과감히 중단해야 하는지를 더 명확히 해주는 데 있습니다.

5%의 성공률이 지배하는 제약 산업에서, AI는 신약 개발을 더 빠르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더 적게 틀리게 만드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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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원 부대표 (Ryan) | Digital Healthcare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의료계 전체에 큰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도 바이오 분야처럼 강한 전문성을 가지고 연구를 통해 결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와 의료를 넘나드는 경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구현하는 일을 적극 돕고자 합니다.

Editor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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