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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왜 우리의 직관을 배신할까?

원가 배분부터 가격차별까지, 숫자 뒤 숨은 시스템을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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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Ventures
Jul 22, 2026
경영은 왜 우리의 직관을 배신할까?
Contents
숫자가 아닌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이동한다고객은 가격보다 패턴을 학습한다잘 되는 사업도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숫자는 결과이고, 시스템은 원인이다

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때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결정이 실제로는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 숫자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눈에 보이는 손익이나 매출 뒤에는 비용 구조, 고객 행동, 운영 방식이라는 시스템이 숨어 있습니다.

  • 세 개의 사례를 통해, 좋은 결정이 왜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만약 기업의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자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겠습니다. 회사를 들여다보니 이런 장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적자 사업부와 잘나가는 사업부가 뚜렷하게 갈려 있고, 시즌이 끝나가는 재고는 쌓여만 갑니다. 반면 가장 잘 되는 사업은 성장 여력이 충분해 보입니다. 그래서 적자 사업부를 정리하고, 재고는 할인해 현금화하기로 결정합니다. 더불어 가장 잘 되는 사업은 더 확장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어느 하나 이상한 결정은 없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경영자가 직관적으로 같은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에서 이런 합리적인 결정들이 종종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곤 한다는 것입니다.

적자 사업부를 정리했는데 오히려 남은 사업부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할인 판매를 늘렸더니 고객이 더 이상 정가에 제품을 사지 않습니다. 또 가장 잘 되는 사업을 키웠더니 전체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세 사례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같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가 정말 그것을 만들어내는 구조 전체를 보여주고 있을까요?


숫자가 아닌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

회사를 운영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접하는 것은 숫자입니다. 손익계산서 상의 영업이익, 재고 회전율이나 고객획득비용(CAC)과 같은 지표들이죠. 그래서 경영은 흔히 이런 숫자를 다루는 영역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경영에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낸 구조입니다. 숫자는 구조가 남긴 흔적입니다. 비용 구조, 고객 행동, 운영 방식과 같이 중요한 요인들은 눈에 보이는 숫자 뒤에 숨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는 숫자 하나만 봐서는, 그것이 비용이 줄어서 나온 결과인지, 아니면 비용이 다른 항목으로 옮겨간 결과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매출이 늘었다는 숫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더 많은 고객을 얻어서인지, 아니면 기존 고객에게 더 싸게 팔아서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숫자는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보여주지만, 왜 일어났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숫자를 바꾸는데 집중한 나머지, 그것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놓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숫자는 좋아졌는데 회사는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일이 생깁니다. 이런 역설은 비용, 가격, 성장같이 다양한 영역에서 반복됩니다. 이와 관련한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직관적으로는 합리적인 결정이 왜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만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이동한다

적자 사업을 없애면 회사는 정말 좋아질까요? 미국 자동차 부품 업체 ‘Bridgeton Industries’는 이 질문에 아주 상식적인 답을 내렸습니다. 1980년대 중반, 회사의 주요 고객인 완성차 업체들이 저비용·고품질을 앞세운 해외 자동차 업체들에 밀리며 어려운 시장 환경을 맞닥뜨렸습니다. 실적이 흔들리자 경영진은 제품들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기준으로 제품군을 분류하고, 경쟁력이 낮은 제품부터 생산을 중단하거나 외주로 돌리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적자를 내는 제품을 정리하면 남은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적자 사업부를 걷어낼 때마다 어제까지는 수익성이 괜찮던 제품군이 하루아침에 적자 사업이 되었고, 회사는 다시 그 제품군을 외주화하거나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남은 제품군의 원가는 계속 올라가고 적자로 전환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원인은 고정비 배분에 있었습니다. 여러 사업부가 함께 쓰는 공장 설비, 관리 인력 같은 공통 고정비는 사업부 하나가 사라진다고 함께 사라지지 않습니다. 회계상으로는 적자 사업을 정리했지만, 실질적으로 절감된 비용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사라진 사업부가 부담하던 고정비만 남은 사업부에게 부담되며 어제까지 흑자였던 사업도 적자로 바뀌는 일이 반복된 것입니다.

이 현상을 고정비 배분의 데스 스파이럴(Cost Allocation Death Spiral)이라고 부릅니다.

이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이 아니라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을 봐야 합니다. 공헌이익은 제품이나 사업이 변동비를 제외하고 공통 고정비를 얼마나 부담하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이를 통해 어떤 사업부를 없앴을 때 실제로 사라지는 비용이 얼마인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해야, 겉으로 보이는 적자와 진짜 절감되는 비용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가격보다 패턴을 학습한다

경제학에는 소멸성 상품(Perishable Good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항공권, 공연 티켓, 팔지 못한 베이커리같이 시기가 지나면 가치가 사라지는 상품을 일컫는 개념입니다.

이런 상품은 시간이 곧 가치입니다. 오늘 팔지 못한 항공기 좌석은 내일 다시 팔 수 없고, 지난 공연의 빈 좌석은 영원히 수익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나 날짜가 지난 다이어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재고는 남아 있지만 시장에서의 경제적 가치는 거의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런 소멸성 상품의 재고는 할인해서라도 파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폐기되거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상품이라면 조금이라도 현금을 회수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할인은 단기적으로 판매량과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기업의 가격 정책을 학습합니다. “어차피 출발 직전에 싸진다”, “시즌이 끝나면 할인한다”라는 경험이 반복되면 정가 구매를 미루기 시작합니다. 당장의 재고는 줄었지만 미래의 정가 수요 역시 함께 잃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남성 정장 브랜드 Jos. A. Bank는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 회사는 수년간 “정장 한 벌을 사면 세 벌을 더 준다”라는 프로모션을 반복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손님을 확실히 끌어모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고객들은 정가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이후 할인 구조를 줄이려 하자 매출이 약 15% 급감했습니다. 고객들이 이미 할인 가격에 대한 학습을 마친 뒤였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의 이러한 가격 학습은 시간이 곧 가치인 소멸성 상품에서 훨씬 빠르고 강하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항공사나 공연 기획사처럼 소멸성 상품을 다루는 데 익숙한 업계는 단순히 가격을 내리지 않고 수익 관리(Revenue Management)라는 접근을 씁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가격차별입니다. 같은 비행기 좌석이라도 예약 시점, 환불 가능 여부, 수하물 포함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공연도 좌석 등급, 예매 시기, 회원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을 적용합니다.

핵심은 같은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고객에게 서로 다른 조건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은 미리 예약하거나 제한 조건이 있는 상품을 선택합니다. 반면 일정 변경 가능성이 높은 고객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합니다. 기업은 할인 없이도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정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에게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재고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가격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잘 되는 사업도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

스타벅스가 모바일 주문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아주 이상적인 사업 모델처럼 보였습니다. 손님은 줄을 서지 않아도 주문할 수 있고, 매장은 그만큼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매장의 인프라와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매출만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 초기에는 별다른 비용 투입 없이 큰 추가 매출을 얻을 수 있었죠.

하지만 모바일 주문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자 예상하지 못했던 병목이 나타났습니다. 매장의 처리 속도가 주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픽업 공간에는 음료가 쌓였고, 바리스타는 매장 주문과 모바일 주문을 동시에 처리해야 했습니다. 결국 일부 매장에서 모바일 주문 접수를 중단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모바일 주문 서비스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충분히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이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주문 시스템의 처리 용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는 기존 시스템의 여유 용량으로 충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동선과 설비 그리고 추가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스타벅스는 픽업 전용 공간을 만들고, 여건에 맞춰 주문을 분산시키는 알고리즘까지 도입하며 병목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계단식 비용(Step Cost)입니다. 주문이 100건에서 110건으로 늘어날 때는 기존 인력과 설비만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50건, 200건처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새로운 설비를 추가하거나 매장 구조를 바꾸는 등 새로운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때 비용은 조금씩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한 번에 크게 뛰어오릅니다.

반면, 매출은 비교적 완만하게 증가합니다. 주문이 한 건 늘어날 때마다 매출도 조금씩 늘어나지만, 비용은 임계점을 넘는 순간 계단처럼 상승합니다. 그래서 성장 초기에 매우 높은 수익성을 보이던 사업도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현상은 특정 서비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SaaS 기업은 사용자가 늘어나면 서버 증설과 고객지원 조직을 확대해야 하고, 제조업은 생산량이 한계를 넘으면 새로운 생산라인이 필요합니다. 성장은 연속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투자는 대부분 불연속적으로 발생합니다.

좋은 사업 모델이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닙니다. 같은 모델이더라도 시스템의 임계점을 넘는 순간 비용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장하는 기업은 매출 증가만큼이나 현재 시스템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음 단계의 투자가 언제 필요한지를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이것이 처리 용량(Capacity Constraint)과 계단식 비용(Step Cost)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숫자는 결과이고, 시스템은 원인이다

세 사례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업부를 정리하거나 잘 되는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그리고 재고 상품을 할인하는 것도 모두 합리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문제는 의사결정 자체가 아닌, 숫자를 만든 구조까지 함께 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AI의 주류인 트랜스포머는 입력 요소 간의 모든 상호작용을 계산하는 어텐션 구조 위에 서 있는데, 이 비용은 입력 길이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납니다. 텍스트라면 감당할 만하지만, 수억 개의 메쉬 셀로 이루어진 산업용 시뮬레이션 데이터에서는 이 비용이 다시 병목이 되죠.

스타트업은 성장률과 수익률, CAC, 리텐션 같은 지표로 평가받고, 이는 분명 중요한 신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는 결과를 보여주는 계기판일 뿐,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낮은 CAC는 특정 플랫폼 알고리즘이 우연히 유리하게 작동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높은 리텐션은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이 아닌 일시적인 환경 덕분일 수도 있죠. 또한 매출이 늘어도 그게 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성장인지는 숫자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경영자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구조를 먼저 확인합니다. 사업부를 정리하기 전에는 정말 사라지는 비용이 얼마일지, 할인을 할 때에는 고객의 구매 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업을 확장할 때는 지금 시스템이 그 성장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 질문을 생략하면, 오늘의 좋은 숫자가 내일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결국 경영의 본질은 숫자를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숫자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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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벤처스는 ICT 서비스, 딥테크,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합니다.

Editor So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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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아닌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이동한다고객은 가격보다 패턴을 학습한다잘 되는 사업도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숫자는 결과이고, 시스템은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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