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시장, 정말 ‘자연독점’이 올까?

OpenAI는 구글처럼 될 수 있을까? LLM 시장의 경쟁 구도를 분석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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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8, 2025
LLM 시장, 정말 ‘자연독점’이 올까?

최근 AI 업계에서는 “LLM 시장이 구글처럼 자연독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Creative Ventures의 James Wang이 쓴 AI's Endgame 같은 논의가 그 사례입니다.

여기서 자연독점이란 말 그대로, 경쟁을 따로 막지 않아도 시장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기업으로 쏠리게 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아직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한데요. 실제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판단하려면, 경제학적 자연독점의 조건에 근거해 좀 더 현실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연독점은 다음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 발생합니다.

  1. 고정비용이 매우 크고,

  2. 한계비용(변동비용)은 거의 없으며,

  3. 시장 수요가 한정적일 것.

여기에 더해 디지털 시장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요인이 자연독점적 시장 구조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구글 검색의 경우, 물론 시장 수요가 한정적이진 않지만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검색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데이터는 더 정확한 검색 결과를 만드는 데 활용됩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 루프는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죠.

그렇다면, LLM 시장도 비슷하게 자연독점으로 수렴하게 될까요? 겉보기엔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이 요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발 주자의 추격 여지가 존재하거나, 멀티모달 전개에 따라 경쟁 구도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ChatGPT
ⓒ ChatGPT

이번 글에서는 LLM 시장이 ‘자연독점’으로 수렴할 것인지, 아니면 다수의 플레이어가 경쟁하는 ‘과점 혹은 분산형 구조’로 전개될 것인지 아래 네 가지 조건을 중심으로 하나씩 검토해보려 합니다.

(1) 고정비
(2) 변동비
(3) 시장 세분화 및 모달리티 전개
(4) 네트워크 효과

이번 논의는 단순히 기술적 구조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LLM 시장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가늠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투자자에게는 시장지배력과 기업가치의 핵심을 가늠하는 지표이며, 정책 및 규제 측면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플랫폼 기업의 독점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싱크탱크와 규제기관에게도 유의미한 논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고정비: 정말 소수만 감당 가능한 시장인가?

LLM 시장은 분명 막대한 초기 고정비용이 드는 산업입니다. 트릴리온(1조 개) 단위의 파라미터를 가진 초거대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 규모의 컴퓨팅 자원, 고품질 데이터, 전문 인력 등이 필요하며, 현재 이러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OpenAI, Google, Microsoft, NVIDIA 등 소수의 빅테크 기업에 한정되죠.

하지만 최근에는 DeepSeek과 같은 중국계 후발 주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경쟁력 있는 7B(70억 파라미터)급 모델을 출시하면서, 과연 이러한 고정비 장벽이 절대적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deepseek
ⓒ deepseek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LLM 산업의 고정비가 무한정 커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곧 ‘트릴리온 캡(trillion cap)’, 즉 학습 가능한 고품질 인터넷 데이터의 양적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모델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데이터와 연산 자원의 규모 자체가 상한선을 가진다는 의미이며, 결과적으로 초거대 모델 개발을 위한 고정비 투자 역시 일정 수준에서 '캡(cap)'을 찍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여기서 시장의 의견은 갈립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한계 덕분에 후발 주자도 결국 비슷한 수준의 고정비만 확보하면 선도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즉, 고정비 장벽은 높지만 완전히 넘을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딥시크가 했던 것처럼 7B급 모델까지는 일부 후발 기업이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갈수록 필요한 연산 최적화, 파인튜닝 역량, 인프라 운영력 등에서 격차가 급격히 벌어질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특히 상용화를 위한 안전성·정밀도까지 포함하면, 고정비의 질적 측면에서 단순한 수치 이상의 벽이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즉, 현재로서는 고정비 장벽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영원히 유지될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후발 주자의 추격 가능성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변동비: 토큰당 인퍼런스 비용은 얼마나 더 내려갈까?

현재 LLM의 토큰당 인퍼런스 비용은 이미 매우 낮은 수준(백만 토큰 당 $1 미만)까지 내려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인퍼런스 비용이 계속 급락하면 LLM 서비스 가격 자체가 사실상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a16z는 “LLMflation”이라는 글을 통해, 클라우드 인프라와 모델 최적화를 통해 인퍼런스 단가가 거의 ‘제로’에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LLM MMLU
ⓒ a16z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퍼런스 단가는 LLM 운영에서 발생하는 전체 변동비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그 외에도 서빙 인프라 유지, 프롬프트 최적화, 레이턴시 관리, 컴플라이언스 대응 등 다양한 운영비용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토큰당 계산만으로 전체 비용 구조가 수렴한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처럼 인퍼런스 단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고 주요 플레이어 간의 기술 효율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는, 변동비 자체가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때 경쟁의 중심은 ‘가격’이 아니라, 모델 성능의 지속적 개선, API 안정성, 응답 속도, 보안성, 커스터마이징 등 서비스 품질 요소로 이동합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후발 주자라도 특정 산업군에 특화된 기술력이나 민첩한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3) 시장 크기와 세분화: 하나의 승자는 없다

자연독점이 성립하려면, 시장의 수요가 일정 수준으로 한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공급자 하나가 그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단일하거나 집중되어 있어야 하죠. 하지만 LLM 시장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파운데이션 모델은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특정 국가나 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최적화된 소버린 AI(Sovereign AI) 모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범용성과 지역 특수성이 공존하는 수요 구조는, LLM 시장이 단일한 수요 곡선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시장임을 시사합니다.

LLM Provider
ⓒ Getty Images

실제로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이미 텍스트 기반 LLM 시장은 다양한 서브마켓으로 분화되고 있습니다.

  • B2C 챗봇 (ChatGPT, Claude 등)

  • API 서비스 (OpenAI API 등)

  • 온프레미스 모델 (Meta LLaMA 등)

이러한 구분은 주로 제품화 방식이나 고객 접점에 따라 나뉘며, 서로 간의 이동과 확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예컨대 API 서비스 기업이 직접 B2C 챗봇을 선보이거나, 오픈소스 모델 기업이 API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수평 이동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시장 구조입니다. 즉, 현재 어디에 주력하느냐에 따라 분화된 것일 뿐, 기술적 진입 장벽이 아주 높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모델의 입력과 출력 범주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영상·음성·물리적 행동 등으로 확장되면서 멀티모달(Multimodal)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 모달리티별 시장은 단순히 모델 크기나 알고리즘 개선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고유한 해자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모달리티

주요 플레이어 및 전망

텍스트

OpenAI, Anthropic 등: 사실상 지속성이 낮은 경쟁우위

비디오 생성

Google Gemini: YouTube라는 독보적 트레이닝 데이터 확보로 장기 우위 전망

로봇 액션

NVIDIA, Physical Intelligence: 하드웨어 연동 및 강화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에서 선점효과

자율주행 비전

Tesla 등: 차량 데이터와 실시간 센싱·제어까지 포함된 복합 시스템 구축 능력 필요

표에서 정리했듯, 각 모달리티가 요구하는 데이터 구조, 인터페이스, 하드웨어 연동성 등 본질적으로 다른 기술적 난이도를 내포하기 때문에 서로 간의 넘나들기는 훨씬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렇기에 활용되는 모달리티나 응용 분야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할이 분화되면서, 하나의 절대적 승자가 모든 모달리티를 지배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플레이어가 강점을 보이는 세분화된 경쟁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4) 네트워크 효과: 영향은 제한적

LLM 시장에서도 일부 네트워크 효과는 분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거나, API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능을 고도화하는 등의 데이터 기반 피드백 루프는 네트워크 효과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경쟁사들도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플랫폼 시장에서처럼 절대적 우위를 만드는 요소는 아닙니다. 구글 검색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구글은 검색 시장에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갖췄습니다. 다른 사용자의 검색 행동 데이터가 개인화와 랭킹 알고리즘 개선에 활용되고, 크롬·안드로이드 등 자체 플랫폼과의 통합을 통해 검색 행태를 고착화시키는 락인 구조까지 구축했죠. 즉, 구글은 자연독점의 1, 2번 조건을 완벽히 갖춘 데 더해 네트워크 효과까지 결합되며 자연독점에 도달한 셈입니다.

네트워크 효과
ⓒ nfx

반면 LLM 시장은 상황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사용 경험 자체가 충분히 잘 구현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네트워크 효과만으로 특정 사업자가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다수 사용자에게 이미 ‘충분히 괜찮은’ 모델이 제공되고 있어, 추가적인 데이터가 제품 경험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은 자연히 줄어드는 것이죠.

결국 LLM 산업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존재하긴 하지만, 자연독점 구조를 뒷받침할 만큼 결정적인 요인은 아닌 것입니다. 특히 이미 일정 수준의 제품 완성도를 확보한 시장에서는 그 영향력이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나리오별 전망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LLM 시장이 자연독점으로 수렴할지 여부는 다음 네 가지 조건의 조합에 달려 있습니다.

LLM 자연독점
ⓒ 카카오벤처스
  1. 고정비: 초거대 모델을 훈련하기 위한 고정비는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지만, '트릴리온 캡'에 근접하면서 상한선이 생기고 있음. 후발 주자의 추격 가능성에 대해선 ‘극복 가능한 장벽’ vs ‘격차로 인한 고착화’라는 두 가지 전망이 공존함.

  2. 변동비: 인퍼런스 단가는 이미 낮아졌고, 현 수준에서도 상당히 저렴한 편. 앞으로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함.

  3. 시장 세분화: 시장은 단일 모델 중심이 아니라, 텍스트·비디오·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모달리티별로 구조가 다르게 전개되고 있음. 특히 텍스트는 해당 도메인에 독점적인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절대적 우위를 가지긴 어려운 모달리티라서 아직 기회가 남아있음.

  4. 네트워크 효과: 사용자-데이터-성능 간 순환 구조는 존재하나, 구글 검색만큼의 강력한 락인 효과는 부족. 오히려 경쟁사들도 유사한 구조를 구현 가능해, 결정적인 독점 요인으로 보기 어려움.

네 가지 조건은 텍스트 기반 LLM 시장에는 일정 부분 유효하지만, 비디오·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비텍스트 모달리티에는 더 이상 비용 구조 논의가 유의미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텍스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모달리티는 훈련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 자체가 희소하며, 이를 보유한 기업이 명확히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유튜브 동영상(비디오 생성), 차량 주행 데이터(자율주행), 로봇 시뮬레이션 데이터(로보틱스)는 각 분야의 선도 기업이 이미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어, 고정비나 변동비가 아니라 ‘데이터 보유 여부’가 진입장벽의 핵심이 됩니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시장 구조를 논할 수 있는 실질적 대상은 ‘텍스트 기반 LLM’ 영역입니다. 이 시장에 한해서는 여전히 고정비/변동비를 중심으로 한 경제학적 분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별 시장 구조 정리 (텍스트 LLM 기준)

변동비 낮음

변동비 높음

고정비 높음

자연 독점
– 수천억 단위의 학습 투자, 운영 최적화 역량까지 갖춘 소수 기업이 기술 및 자본으로 시장 장악

과점 구조
– 모델 성능은 평준화되지만, 연산 효율성과 인프라 확보 여부에 따라 상위 몇 개 기업이 주도

고정비 낮음

춘추전국시대
– 오픈소스 확산, 커뮤니티 참여를 통한 저비용 모델의 난립 → B2C 실험, 언어별 모델 다양화

춘추전국시대
– 상용화 목적보다는 실험적 활용이나 틈새 응용 중심으로 다수의 플레이어가 세분화된 경쟁 전개


춘추전국시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아직 시장이 완전히 고착화되지 않았고, 기술적인 접근이나 포지셔닝 전략에 따라 후발 주자나 스타트업도 과점적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기술 발전의 방향성과 시장의 수요 구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관점입니다. 위 시나리오에 따라 시장 구조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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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Day
Editor Ba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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