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진짜 드라마는 인허가 이후 시작된다

의료 현장에 도달한 디지털 진단과 치료 KV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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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7, 2025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진짜 드라마는 인허가 이후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커뮤니케이션팀 인턴 베일리입니다 :D

여러분은 건강 관리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일주일에 세 번 수영을 한다거나, 저속노화 식단을 유지하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건강한 습관을 실천하는 건 제법 익숙한 일입니다. 하지만 ‘건강’이라는 단어에 ‘의료’가 더해지는 순간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병원에서 진료와 약 처방을 받고, 보험 적용 여부까지 확인하는 일은 낯선 용어와 복잡한 절차로 둘러싸인 영역으로 느껴지곤 합니다.

이번엔 관점을 조금 바꿔볼까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이 과정을 바라보면 또 다른 장벽이 보입니다.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그 이후의 여정은 훨씬 더 복잡한데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지불할 만한 가치’를 설득해야 하고, 의료진의 워크플로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환자의 순응도를 끌어올리고, 실제 임상적 효과까지 입증해야 비로소 ‘의료 현장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의료 현장에 도달한다는 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지난 7월 15일 열린 브라운백 미팅에서는 그 어려운 길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카카오벤처스 패밀리 ‘이모코그(Emocog)’와 ‘알피(ARPI)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미팅의 주제는 ‘의료 현장에 도달한 디지털 진단과 치료’였는데요. 카카오벤처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를 담당하는 김치원 부대표와 정주연 선임 심사역의 키노트를 시작으로, 이모코그의 노유헌 대표님, 알피의 김중희 대표님이 발표를 이어가 주셨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소중한 걸음 해주신 패밀리사 대표님들과 기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이제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브라운백 미팅(Brown Bag Meeting)

샌드위치처럼 간단한 간식을 곁들이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카카오벤처스 패밀리의 이야기를 듣고, 각종 미디어의 기자분들과 카카오벤처스 패밀리가 교류하는 행사입니다.


빅테크가 넘보기 어려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경쟁력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부대표(Ryan)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부대표(Ryan)

“의료 분야는 기술력이 아니라 신뢰가 승패를 가릅니다. 결국 데이터로 신뢰를 증명하고, 의료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팀이 시장의 표준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번 미팅은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의 키노트로 문을 열었습니다. 김 부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스타트업이 빅테크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를, 의료 인공지능과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먼저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서, 아무리 파운데이션 모델이 발전하고 AI 기술이 고도화되더라도 의료라는 영역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인데요. 바로 데이터의 특수성, 국가별 인허가 규제, 보험 수가 체계입니다. 이러한 장벽으로 인해 의료 데이터의 생성과 흐름에 직접 맞닿아 있는 스타트업이 더 빠르고 정교하게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이어서 디지털 치료기기(DTx) 분야로 주제를 확장해 주셨습니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은 정신과 질환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많은 제품이 인지행동치료(CBT)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BT는 언어·문화·의료 관행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지는 영역으로, 글로벌 확장에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미국·독일 등 주요 시장에서는 관련 선도 기업이 인허가를 선점한 상황이기도 하죠. 그렇다 보니 국내 후발 주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초기부터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성과 확장 가능성을 입증해 온 팀이 의료 AI 생태계의 표준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짚어주셨는데요. 이모코그와 알피가 바로 그런 팀이었습니다.


진짜 드라마는 인허가 이후 시작됩니다

카카오벤처스 정주연 선임 심사역(Jade)

카카오벤처스 정주연 선임 심사역(Jade)

“식약처 인허가는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에 가깝습니다.”

이어서 정주연 선임 심사역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인허가 이후 직면하는 현실과 과제를 중심으로 발표를 이어가 주셨I 기업들이 인허가 이후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3~5년의 시간이 걸렸다면,습니다. 인허가야말로 여정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하셨는데요. 특히 과거 1세대 의료 AI 기업들이 인허가 이후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3~5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 시장에 진입하는 팀들은 그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해야만 생존 가능한 현실을 짚어주셨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정 선임 심사역은 ‘디퓨저 모델’을 제안했는데요. ‘물 끓이기’와 ‘아로마 오일 떨어뜨리기’라는 두 가지 접근 방식입니다.

  • ‘물 끓이기’는 제품 출시 전부터 의료진에게 충분히 노출시켜 바이럴을 유도하고,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도록 열기를 높이는 과정입니다. “이 제품이 내 면허를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료진의 반응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 ‘아로마 오일 떨어뜨리기’는 핵심 오피니언 리더(KOL, Key Opinion Leader)와 함께 논문을 발표하고, 제품의 임상적 가치를 학술적으로 증명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아로마 오일 한 방울을 똑 떨어 뜨리면 공간 전체에 은은한 향이 퍼지듯, 제품에 대한 신뢰를 업계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디퓨저 모델’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국한되지 않는 전략처럼 느껴졌는데요. 온도를 올리고 향을 퍼뜨리는 접근은, 실제 현장에서 쓰임을 갖추는 과정이 중요한 모든 영역에서 유효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제품은 잘 만들었지만 아직 사용자 기반이 부족해 고민하는 스타트업은 물론, 신뢰가 성패를 좌우하는 시장과 개인 브랜딩에도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로 다가왔습니다.


1. 이모코그: 치매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이모코그 노유헌 대표

이모코그 노유헌 대표
이모코그 노유헌 대표

키노트 발표에 이어, 첫 번째 발표는 이모코그의 노유헌 대표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치매는 노화로 인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라 생각해 왔기에, ‘치매를 예방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고 막연하게 느껴졌는데요. 동시에 치매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삶을 뒤흔드는 질병이기에,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브라운백 미팅에서 그 질문에 기술로 답하는 팀, 이모코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모코그는 국내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대상 디지털 치료기기 ‘코그테라(Cogthera)’를 만드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입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의 개입이 중요한데요. 이모코그는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부터 디지털 치료 개입, 이후 관리까지 치매의 전 주기를 설계하며, 환자와 병의원 모두를 고려한 통합된 치료 여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모코그가 구축한 해자는 ‘사용성’에 있었습니다. 치매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해, 낮은 디지털 활용 능력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는데요. ‘코그테라’는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앱을 켜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이후 모든 훈련이 대화와 음성으로 진행됩니다. 환자의 인지 능력에 따라 난이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이 제공되어 3개월 이상 사용률이 85%에 달하는 높은 순응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모코그는 MRI 연구를 통해 환자 뇌의 백색질(White Matter)이 실질적으로 강화되는 효과를 임상에서 입증하며, 의료진의 신뢰도 역시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9월부터는 병의원에서 비급여 처방이 가능해질 예정이며, 실제 의료 현장에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제품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 주셨습니다.

이날 현장에서는 ‘코그테라’의 시연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치매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앱의 진행 속도가 조금 느리게 느껴졌지만, 곧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감각 기억 → 단기 기억 → 장기 기억 → 인출로 이어지는 인지 과정을 고령 환자가 천천히, 그리고 정확히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어 하나를 떠올리기 위해 환자가 거치는 행동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설계한 이모코그 팀의 고민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모코그 코그테라
이모코그가 개발한 경도인지장애(MCI) 대상 디지털 치료기기 '코그테라(Cogthera)'

2. 알피: 응급실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알피 김중희 대표

알피 김중희 대표
알피 김중희 대표

다음으로, 두 번째 발표는 알피 김중희 대표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응급실에 방문해 본 적 있으신가요?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현장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로 응급실에서는 환자의 증상을 빠르게 파악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검사 항목은 많고, 결과를 해석해야 할 정보도 방대하며, 결국 최종 판단은 의료진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알피는 이러한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해법을 고민해온 팀인데요. 알피가 개발한 AI 심전도 분석 솔루션 ‘ECG Buddy’는 12리드 심전도를 기반으로 심근경색, 심부전, 고칼륨혈증, 부정맥 등 주요 심장 질환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제 구급 현장부터 응급실, 입원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며, 진단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12리드 심전도 (12-lead ECG, Electrocardiogram)

12리드 심전도란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12개의 서로 다른 관점(리드)에서 기록하는 가장 표준화된 심전도 검사 방법입니다. 병원이나 구급차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심전도 형태입니다.

알피가 구축한 해자도 명확했습니다. 기존 심전도 판독은 기계에 의존하거나, 의료진이 어렵게 배운 다음에도 해석할 때마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요. ECG Buddy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10가지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높낮이 변화와 11가지 심장 리듬을 분석 및 시각화해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합니다. 이렇듯 의료진의 진단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춰주는 솔루션이기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의료진이 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ECG Buddy 앱 스토어 리뷰
ECG Buddy 앱 스토어 리뷰

또한, ECG Buddy는 스마트폰, 데스크톱,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과의 연동을 지원해 의료 현장의 워크플로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되었는데요. 별도로 기록을 추가하거나 복잡한 설정 없이 기존 시스템 안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도입과 확산 속도를 크게 높여주었는데요. 출시 1년 만에 45개 병원과의 연동을 완료했다는 소식도 전해주셨습니다.

이렇듯 알피와 ECG Buddy는 12리드 심전도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리는 동시에, 의료진의 페인 포인트를 덜어내고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가속화하는 의료 AI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습니다.


이번 브라운백 미팅에 함께한 이모코그와 알피 모두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모코그는 독일 시장에서의 보험등재를 위한 임상시험을 마무리 중이며, 알피는 국내 의료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기반으로 유럽, 미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건강과 생명에 직접 맞닿아 있는 제품인 만큼, 필요한 순간,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모코그의 ‘코그테라’와 알피의 ‘ECG Buddy’ 가치가 전해지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나갈 이모코그와 알피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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