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의 다음 과제: 미용 넘은 '치료' 중심 의료관광

대한민국, 건강을 위해 가장 먼저 찾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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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06, 2025
K-의료의 다음 과제:
미용 넘은 '치료' 중심 의료관광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117만 명에 달하는데요. 2023년 61만 명에 비하면 93.2%, 무려 2배가량 증가한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의료관광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합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환자들이 진료받은 과목은 피부과가 56.6%, 성형외과가 11.4%로 미용 분야가 대략 70%를 차지합니다. 이는 K-뷰티의 위력이 의료관광에서도 빛을 발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핵심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수준 높은 K-의료가 더 멀리 뻗어나가기 위해, 미용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환자들을 늘려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가능성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검토해 보려고 합니다.


치료를 위해 해외로 향하는 사람들

우선 의료관광 수요층의 특성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의료관광이란 개인이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이나 외국으로 이동해 현지 의료기관에서 치료나 건강관리를 받는 활동을 말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바로 ‘이동’이라는 행위입니다.

기본적으로 ‘의료관광’은 미용과 치료 목적 모두의 활동을 포함하여 이야기합니다. 다만 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는 미용 분야는 잠시 접어두고,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해외로 떠나는 글로벌 환자들의 활동을 지칭하겠습니다 😊

의료를 위한 이동은 결코 일반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몸이 아픈 상황에서 굳이 멀리 떠나 치료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가까운 곳에서 빨리 치료받는 편이 몸도 마음도 훨씬 편할 텐데 말이죠.

그럼에도 환자들이 그 수고를 ‘굳이’ 감수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동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의료관광
ⓒ ChatGPT

(1) 경제적 효율성 추구형:

먼저 자국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타국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의료서비스를 찾는 유형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해외로 떠나는 환자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자국에서도 우수한 의료 수준을 보유하고 있지만 너무 높은 진료비 부담으로 인해 대안을 모색하게 됩니다.

(2) 의료 품질 우선형:

다음은 보다 우수한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유형입니다.

이 안에서도 두 가지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고소득 국가는 자국 내 의료 인프라에 한계를 느끼는 환자들이 고난도 질환 치료를 위해 의료 선진국의 상급종합병원을 선택합니다. 치료 전문성뿐 아니라 전담 통역, 케어 등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높습니다.

카자흐스탄 등 상대적으로 중간 소득 수준 국가는 의료 품질 향상을 원하지만, 거리·비용·언어 장벽 등 현실적인 제약도 함께 고려합니다. 이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터키 등 의료 선진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의료비에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고품질 저비용 의료관광의 최적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한국의 강점이 의료관광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다각도로 살펴보겠습니다.


의료는 로컬 비즈니스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이 세계 각국에서 치료 목적의 환자를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다소 낙관적입니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로컬 비즈니스이며, 의료관광은 매우 특수한 조건 아래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이동 거리가 멀면, 환자들의 선택에서도 급격히 멀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먼 나라에서도 치료 수요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주로 미국과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기대가 실현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검토해 보겠습니다.

미국: 합리적 가격으로 환자 유치가 가능할까?

미국인들의 의료관광 동기는 경제적 효율성입니다. 자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 있지만, 치료비 부담이 상당하다는 한계가 있죠. 따라서 이들의 주된 목적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적정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한국을 선택하고 있을까요? 현재까지의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CDC가 진행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비용이 저렴하고 서비스가 제법 괜찮다는 공통점이 있다면, 태평양을 건너는 대신 가까운 멕시코나 캐나다, 코스타리카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습니다.

월마트
ⓒ Timothy Fadek, Bloomberg News

사실 가까운 거리에서 치료받고자 하는 환자들의 선호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강력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월마트는 직원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원거리 우수병원과 협약을 맺어 저렴한 진료 및 수술 기회를 제공했는데요.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직원들의 실제 이용률은 예상보다도 훨씬 낮았습니다.

이렇게 자국 내 이동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에서, 한국까지 오는 선택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한국 의료관광객 통계에서는 미국이 3위를 차지하지만, 의료 목적으로 방문하는 미국인 중 상당수는 한국계 교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중동: 수준 높은 한국 의료 서비스로도 유치가 어려운 이유

한편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해 보건청 차원의 해외치료 지원 제도를 운영합니다. 자국 내 치료가 어렵거나 성공률이 낮은 경우,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 의료비부터 여행비, 동반자 숙박비, 통역비까지 전액 국비로 지원하죠. 그렇다면 이들은 어느 나라를 선택하고 있을까요?

중동 국민들의 주요 선택지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 선진국으로 나타납니다. 쿠웨이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의료관광 목적지로 영국 28%, 미국 24%, 독일 23%로 3개국이 압도적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역시 3개국을 주요 목적지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잠시 주목할 점은 거리가 가장 먼 미국을 24%나 선택한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거리라는 로컬 비즈니스의 제약을 넘어선 예외적 사례인 것이죠. (물론 상대적으로 가까운 영국, 독일이 1위와 3위를 가져간 것을 보면 여전히 로컬성은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인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과 명문 병원에 대한 신뢰, 그리고 오랜 기간 구축된 협력 네트워크의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먼 거리에 있는 한국이 선택받으려면, 그들을 압도할 만한 의료 전문성을 일반 대중들에게서 인정받아야 하는데요. 이러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아직까지는 요원한 일로 보입니다.

중동 환자 한국 방문 추이
ⓒ 카카오벤처스 Chloe

현재 한국의 상황을 보면 중동 환자 방문 수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꾸준히 증가했고, 팬데믹 이후 회복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실환자 규모가 수천 명대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실환자 규모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동 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성장은 기대되지만 아직은 중소 규모 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시아 성공 사례의 이면

물론 반박해 볼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의료관광으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알려진 아시아 국가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인데요. 특히 싱가포르는 아시아 내에서 가장 비싼 의료비에도 불구하고 전문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연간 65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역시 108만 명의 환자를 받아들이며, 이중에는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원거리 국가의 환자들이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먼저, 공식 통계에는 드러나지 않는 통계적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싱가포르와 가까운 동남아시아 국가에 거주하는 외국인 환자들의 방문이 의료관광 통계에 포함되어 있어, 원거리 환자 유치 성과로 해석하기에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제 환자 유치 통계를 보면 앞서 말한 로컬성이 여전히 작용합니다. 싱가포르 의료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인근 인도네시아 환자들이고, 말레이시아 역시 전체의 60% 이상이 인도네시아 국민입니다. 결국 이들의 성공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특정 국가에 대한 압도적 의존에 기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먼 거리의 관광객 유치 가능성에만 기대어 의료관광 시장 진출을 계획하기보다, 다양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시아 속 K-의료, 어디까지 왔나?

환자들이 원거리 이동을 원하지 않는다면, 한국 의료관광의 현실적인 타깃아시아 권역 국가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 나라들은 우리나라를 선택하고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일본

2024년 외국인 환자 국적 통계, 2024년 일본 환자 진료 과목 비율
ⓒ 카카오벤처스 Chloe

일본은 명실상부 한국을 방문하는 의료관광객 1위 국가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요 진료과는 피부과 69.7%, 성형외과 14.0%로 대다수가 미용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료 수준을 비교해 보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결정적 격차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경우 건강보험 구조로 환자 부담 비용이 다소 낮은 편에 속합니다. 의료비 부담도 적고 의료 수준도 높은 자국을 두고, 한국까지의 의료관광을 선택할 동기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결국 일본 환자들에게 한국은 ‘치료 목적지’라기보다는 ‘미용과 웰니스를 위한 가성비 좋은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중국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 역시 건강검진이나 미용·성형 같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를 위해서는 한국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 결과 2024년 한국에 방문한 전체 외국인 환자 중 22.3%가 중국인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독일, 혹은 같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을 선택하는 경향성을 보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이 ‘의료 선진국’이라는 중국인들의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의료관광에서는 실제 의료기술 수준만큼이나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접근성이 더 좋고 언어 장벽은 더 낮은 싱가포르보다도 위의 국가들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한국으로 중국인 환자들을 유치하기는 상당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몽골과 중앙아시아, 극동 러시아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는 몽골과 중앙아시아, 극동 러시아입니다.

몽골은 내과통합(25.0%), 검진센터(11.5%)의 진료 비중이 가장 높아 실제 치료 목적의 방문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고, 실제 방문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몽골 의료관광객 선호 국가
ⓒ 카카오벤처스 Chloe

2022년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잠재 의료관광객의 62%가 한국을 선호한다고 밝히며 한국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실제 의료관광 경험자의 목적지는 한국 32%, 중국 26%, 터키 24%로 드러났으며 잠재 관광객의 선호도에 따라 앞으로의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중앙아시아 역시 내과통합과 검진센터가 각각 28.0%, 19.3%의 높은 진료 비중을 차지하며 몽골과 비슷한 상황을 보입니다. 특히 카자흐스탄에서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외국인 암 환자 수 1위, 심장질환 3위, 중증난치질환 4위, 뇌혈관질환 3위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모든 분야에서 15~38%의 큰 증가율을 보여 앞으로 더욱 의미 있는 환자 유치 성과가 기대됩니다.

극동 러시아 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접근성이 좋아 한국 의료관광의 주요 타깃 시장이었는데요. 통계상으로도 러시아의 의료관광객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역시 내과통합(23.0%), 검진센터(13.7%)가 진료 과목 상위권을 차지하며 치료 목적의 관광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아시아 내에서 한국 의료관광의 영향력은 지리적 근접성과 경제적 효율성에 기반하여 제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합해 보면 의료관광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로컬 비즈니스로 작동하는 의료의 특성상, 환자를 타국에서 한국으로 이끌어오는 시도 자체가 상당한 도전이라는 것이죠. 많은 선구자들이 의료관광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의료관광과 관련해 다양한 담론이 오가고 있지만, 결국 시장을 문화적, 지리적 환경에 따라 세분화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한국 의료관광이 나아갈 방향은 이러한 구조적 조건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찾아가는 데 있을 것입니다.

카카오벤처스와 함께 대한민국 의료관광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팀 에디터 인턴 Chloe가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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