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VC로 가는 길, 우리의 무기로 시장을 두드리다

[저스틴의 Going Global] Ep.3 글로벌 창업자에 다가가기 위해 카카오벤처스가 던진 질문과 실행의 여정
글로벌 VC로 가는 길, 우리의 무기로 시장을 두드리다

글로벌로 향하는 창업가에게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하듯, 카카오벤처스도 VC로서 같은 고민 앞에 섰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카카오벤처스가 비한인 글로벌 창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그렇게 만난 패밀리사는 누구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글로벌 창업자를 만나기 위한 질문

미국의 대학 연구실을 누비고, 한인 창업자들과 접점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한인 창업자와 연구자, 엔지니어들과도 마주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함께 교류하던 현지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팀이라면 한인이 아니어도 투자하는지 질문을 받기 시작했죠. 그동안 집중해 온 것 이상의 더 큰 기회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훌륭한 한인 창업 팀들이 정말 많지만, 사실 전체 창업 생태계에서 보면 상당히 작은 세그먼트에 해당합니다. 투자자로서 좋은 창업가를 더 많이 만나고 싶다면, 한국인 그 이상의 영역으로도 적극적으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그렇게 비한인 창업자들과 마주하면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은 투자 기회에는 늘 경쟁이 붙었고, 우리가 투자자로서 어필해야 하는 상황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벤처스라는 브랜드와 성과에 덜 노출된 상대에게, 우리의 관점과 가치를 설득하는 건 분명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지, 우리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또 장기적으로 높은 잠재력을 가진 문제를 푸는 훌륭한 현지 팀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새롭게 고민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만난 어떤 창업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카카오라는 이름 때문에 농업에 집중하는 펀드인 줄 알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방향성을 고민하던 차에 깨달은 것은 미국이라고 방법이 달라질 이유는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가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온 방식은 어떤 시장에서나 통하는 방식이고,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우리가 매력적이라 생각하는 영역은 무엇인지, 어떤 팀에 투자했으며 그들의 성장에 어떻게 보탬을 주었는지를 꾸준히 보여주었죠. 지금까지 한국을 기반으로 레퍼런스를 쌓아왔다면, 이제는 미국에서 다시 한번 도전할 차례였습니다.


Going Global, 카카오벤처스의 자리를 찾아서

카카오벤처스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창업자의 모습도, 집중하는 투자 영역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문제에 대한 집착, 실험의 속도, 높은 인재 밀도, 지적 솔직함 등 창업자를 보는 기준반드시 풀려야 할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에 먼저 베팅한다는 투자 기조는 지난 10여 년간 성공적인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쌓아온 굳건한 원칙이었죠.

어려운 건 오히려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창업자를 찾더라도, 그들이 카카오벤처스를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높은 수준의 현지 VC와 경쟁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는 팀만 찾는다면, 그들은 확률적으로 투자자 선택지가 많지 않은 창업자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국 왜 우리가 탑티어 현지 투자자들의 옆에서 그들과 함께해야 하는지 증명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고민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한해간 현지의 초기 펀드 70여 곳을 비롯해 액셀러레이터, 영역별 인큐베이터, 장학재단, 해커하우스, 현지 연구자 및 엔지니어들을 만나며 좋은 창업자와의 접점을 차근차근 넓혀나갔습니다.

또한, 왜 지금 시점에 한국, 더 나아가 아시아 네트워크가 중요한지, 카카오벤처스는 그 안에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시장에 대한 관점과 창업팀의 니즈를 살피며 다양한 영역의 극초기 팀과 대화했습니다. 마치 한국 생태계, 인재, 기업 등이 가진 무기를 십분 활용하여 성장하고 경쟁하는 창업팀처럼 카카오벤처스 역시 지난 10여 년간 쌓은 무기를 기반으로 우리가 가치를 제공하고, 관계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나갔죠.

현지 투자자와 1:1로 비교하며 절대적인 가치의 크기에 당장 집착하기보단 현지 탑티어 펀드와 함께 갈 수 있는 작더라도 차별성이 있는 가치, 그리고 그 가치에 반응하는 영역과 팀을 찾아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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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벤처스가 해외 스타트업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부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무기를 활용하는 방식은 스타트업이든 VC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제조업 구매 과정을 AI 기반으로 혁신하는 현지 팀의 국내 탑티어 OEM들과 PoC 진행 연결

  • 현지 AI 기반 인공위성 플랫폼 설계 및 제조 자동화 스타트업의 국내 민관 우주기관 네트워킹

  • 게임 내에서 가장 사실적인 NPC를 생성할 수 있는 AI 스타트업과 국내 게임사 협업 연결

  • AI 모델 경량화 스타트업과 국내 IoT 대기업 연결 및 후속투자 진행

  • 국내 세일즈 및 파트너십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일본, 대만 등까지 연결 확장


카카오벤처스와 손을 잡은 글로벌 스타트업

그렇게 VC로서 줄 수 있는 가치를 증명하고, 투자까지 이어진 팀들이 있습니다. 세계 반대편에서 만난 카카오벤처스의 패밀리사를 소개합니다.

자폰(Tzafon),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만들다

2025년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서막이 오른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델의 크기를 키우는 경쟁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 환경에서 복잡한 작업을 스스로 이해하고 분배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개별 AI 모델의 성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신뢰성 있게 작동하는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낮은 컴퓨팅 비용으로 구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자폰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드는 팀입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가장 고도화된 워크플로우 안에서도 장기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작동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천 개의 탭을 동시에 오가며 빠르게 작업하면서도 브라우저가 느려지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 에이전트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 맥락을 잃지 않는 장기 기억 능력, 컴퓨팅 리소스를 가장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플랫폼이 자폰이 집중하는 영역입니다.

자폰의 베타 프로덕트 ‘Lightcone’

자폰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손꼽히는 인재 구성을 갖춘 팀입니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 AI 연구자 인력을 중심으로 Citadel, Jane Street 등 탑티어 퀀트 및 프롭트레이딩 펌 출신 공학자들이 현재 AI 모델 영역에 남아있는 가장 도전적인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이미 빅테크뿐만 아니라 현지 최상위 AI Research Lab과 협업하면서 오피니언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카카오벤처스 투자 이후에도 누적 150억 규모의 프리시드를 마무리하고 최근 베타 프로덕트 ‘Lightcone’을 론칭했습니다.

올리고스페이스(Oligo Space), 우주를 더 많은 사람에게 열어주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가능한 발사체가 놀라운 정교함으로 임무를 수행한 뒤, 다시 발사대로 역추진하는 영상은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스페이스X를 필두로 발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면서 민간우주 생태계는 명확한 미션을 가진 위성을 더 많이, 더 빠르게 쏘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올리고스페이스는 그다음 단계의 페인포인트를 공략합니다.

위성은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탑재체(payload)와 이를 싣고 올라가는 위성 본체(bus)로 나뉩니다. 본래 통신, 지구 관측 등 각각의 임무에 맞게 본체를 최적화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 과정이 너무 느리고 복잡하다보니 업계에서는 표준화된 모듈식 설계를 택해왔습니다.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무에 딱 맞게 설계된 본체에 비해서는 성능의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위성의 크기가 커지고, 수행하는 임무의 범위가 넓어지거나 복잡해질수록 본체를 임무에 맞게 맞춤 설계하면서도(bespoke) 효율적으로 설계·생산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올리고스페이스는 AI를 활용해 이 최적화 설계 과정을 혁신적으로 효율화합니다. 원하는 임무와 발사 및 운용 조건에 따라 가장 최적화된 위성 본체 설계를 빠르게 도출해 주는 솔루션연동된 제조 플랫폼을 통해, 속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성능까지 챙기며 더 많은 기업이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팀 구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확실합니다. 올리고스페이스는 MIT, NASA JPL, 스페이스X, 노스롭그루먼 등 세계적인 우주 및 방산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창업팀이 주축이 되어, 이미 업계 최고의 젊은 인재들이 모여드는 Talent Magnet입니다. Anduril, Varda, Relativity Space 등 글로벌 탑티어 우주 및 방산 기업에 투자한 Lux Capital의 리드로, 업계 최고의 투자사와 엔젤을 중심으로 프리시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죠.

카카오벤처스가 올리고스페이스에 줄 수 있는 가치는 명확했습니다. 올리고스페이스는 처음부터 미국 시장에만 머물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위성을 쏘아 올릴 역량을 갖춘 국가, 즉 고도화된 산업 생태계와 우주 및 민간 생태계에 대한 민관 인프라가 뒷받침되는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한국이 바로 그 후보 중 하나였습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대표되는 국가 차원에서의 우주 이니셔티브, 제조 인프라 및 산업 수요,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치가 그 이유였죠. 카카오벤처스는 이 연결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었기에 올리고스페이스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패럴랙스 월즈(Parallax Worlds), 로봇이 현장에 나가기 전 거쳐야 할 관문을 만들다

로봇이 산업 현장에 실제로 투입되기까지는 긴 검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 검증을 직접 수행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입니다. 공장 라인을 멈추고 로봇을 테스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도입 이후 오작동이 발생하면 한순간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패럴랙스 월즈는 이 문제를 고도화된 시뮬레이션으로 해결합니다. 현장에서 이미 사용되는 카메라 및 센서 기반으로도 현장을 물리적으로 모델링하고, AI를 통해 자동으로 테스트 환경과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이렇게 구현된 수백만 개의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을 통해 로봇이 현장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검증하고, 성능과 안정성을 담보합니다. 핵심은 Sim2Real, 즉 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 현장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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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Sim2Real(Simulation to Reality)이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훈련·검증한 AI 모델이나 로봇 동작을 실제 물리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는 기술적 과제를 말합니다. 시뮬레이션과 현실 사이에는 물리적 특성(마찰, 관절 공차, 조명 등)의 차이로 인해 성능 격차가 발생하는데,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로봇 상용화의 핵심 난제 중 하나입니다.

패럴랙스 월즈는 AI 컴퓨터 비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탠퍼드대 페이페이 리(Fei-Fei Li) 교수 연구실 출신이 주축이 된 팀입니다. 공동 창업자들은 엔비디아, BMW, 미쉐린 등 글로벌 빅테크와 제조기업에서 AI 및 로보틱스 연구를 주도해 온 피지컬 AI 분야의 전문가들이죠. 이들은 이미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과 제조사와 협업하며 로보틱스 시대의 중요한 문제를 푸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3편에 걸쳐 카카오벤처스의 글로벌 투자 여정을 돌아봤습니다. 1부에서는 인재를 찾아 미국 연구실의 문을 두드린 과정을, 2부에서는 글로벌로 나아가는 한국 스타트업이 가진 무기를 다시 보게 된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3부에서는 VC로서 카카오벤처스 역시 우리의 무기를 바탕으로 Going Global에 도전하는 과정을 들려드렸습니다.

이 모든 여정은 사실 하나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넓어진 생태계 네트워크는 저희 패밀리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한국계 패밀리사의 해외 확장은 비한인 네트워크로, 해외 패밀리사와 한국 간의 접점은 강력한 로컬 기반으로 말이죠.

한국을 발판 삼아 글로벌로 나아가는 것이 스타트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투자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걸 이 여정 끝에 깨달았습니다. 창업자든 투자자든, 더 큰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자 한다면 자신이 진짜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하죠.

카카오벤처스의 글로벌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쌓은 레퍼런스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같은 원칙 위에서 더 많은 팀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간 차근차근 쌓아나간 무기로, 그 무기가 진짜 필요한 팀 곁에 가장 먼저 서 있는 VC로서 나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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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 수석 심사역 (Justin) | Deep Tech

기술과 시장의 접점에서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합니다. 특히, 국내외 기술 및 B2B 기업에 관심이 많으며, 창업자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서 큰 의미와 동기부여를 느낍니다.

Editor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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