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Kakao Ventures
카카오벤처스는 ICT 서비스, 딥테크,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합니다.
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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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우리나라에서 36만 3,400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다입니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이 숫자는 앞으로도 늘어납니다. 사망자수가 이렇게 확실하게 늘어나는 시장이라면, 장례식장 이용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요 예측이 이렇게 확실한 시장은 드뭅니다.
상식적으로는 장례업이 호황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국 장례식장은 2021년 1,107곳에서 2025년 1,075곳으로 줄었습니다. 수요가 확정적으로 늘어나는 듯 하지만, 공급자는 줄어드는 시장입니다.
이상한 일처럼 보이지만 드물지 않습니다. 고령화로 환자가 늘어나는 요양병원도, 풍년이 든 농가도, 승객이 늘어나는 지하철도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매일 보는 스타트업의 시장 규모 슬라이드도 같은 자리에서 그려집니다.
2024년 5월, 저희는 「사교육 시장과 저출산의 시간지연적 악순환」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아이는 줄어드는데 사교육 시장은 왜 커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학생 수라는 Q는 분명히 줄어드는데, 한 아이에게 쓰는 돈이 그보다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은 오히려 커집니다. 저출산이라는 거시 지표 하나만 보고 "교육 시장은 끝났다"고 판단하면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였습니다.
이번 글은 그 거울상입니다. Q가 줄어드는데 시장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면, Q가 늘어나는데 시장이 커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뒤쪽이 더 위험합니다. 수요 예측이 맞았다는 사실 자체가 계속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의 이익은 간단한 식으로 표현됩니다. 이익 = (P − C) × Q. 가격에서 원가를 뺀 마진에 판매량을 곱한 값입니다.
우리가 가장 열심히 보는 것은 대개 Q입니다. 사용자 수, 거래 건수, 방문객 수처럼 눈에 잘 보이고 노력하면 늘어나는 숫자니까요. 시장 규모를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 1인 가구가 늘어난다 같은 말은 전부 Q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식을 다시 보면 Q는 이익의 크기를 정할 뿐 부호를 정하지는 못합니다. 부호는 앞의 괄호, P−C가 정합니다. 마진이 마이너스라면 Q가 커질수록 손실이 커집니다. 부호가 마이너스인 사업에서 Q를 늘리는 것은 가속이 아니라 낙하입니다. 그리고 Q가 늘어난 만큼 값을 올려 받으려면, 아쉬운 쪽이 사는 쪽이어야 합니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그 반대편입니다. 파는 곳이 많지 않은데도 가격을 내가 정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유형은 크게 셋인데, 하나는 가격을 내가 정하는데도 돈이 안 되는 경우이고 나머지 둘은 가격을 아예 내가 정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갈수록 가격표에서 손이 멀어집니다.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가격표를 바꿀 필요조차 없습니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고객이 안 사는 경우입니다.
장례식장의 매출은 빈소 대여료와 식음료, 관이나 수의 같은 부대용품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전통적으로 가장 큰 수입원은 접객, 즉 식음료였습니다. 빈소는 원가가 정해져 있고 부대용품은 단가가 뻔하지만, 조문객이 많이 오고 오래 머물면 식음료 매출이 그만큼 쌓이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그 구조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무빈소 장례와 가족장이 늘었고, 업계에 따르면 장례식장 한 곳당 조문객 수는 10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조문을 가는 대신 계좌로 부의금만 보내는 일도 흔해졌고, 술을 덜 마시는 문화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상조업체 역시 2017년 163곳에서 2026년 3월 76곳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장례식장 사례에서 P는 빈소나 음식의 가격표가 아닙니다. Q를 ‘장례 1건’으로 정의했을 때, P는 장례 1건당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매출, 즉 실현매출을 뜻합니다.
건수 자체만 보는 것과 한 건에서 만들어지는 매출을 보는 것은 다릅니다. 사망자 수가 늘어나며 장례식장 이용 Q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한 건의 장례가 만들어내는 실현매출 P가 그보다 빠르게 줄어들면 시장의 경제성은 악화될 수 있습니다.
건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 건 안에서 팔리던 것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 유형이 까다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은 장례식장이 음식이나 술의 가격표를 내렸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같은 가격의 상품을 덜 사고, 전통적인 장례의 규모 자체가 작아졌기 때문에 장례 1건당 실현매출이 줄어든 것입니다.
문제는 비용이 그만큼 따라 줄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장례식장의 시설과 인력 같은 고정비는 조문객이 줄었다고 같은 비율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결국 장례 1건에서 회수할 수 있는 매출은 줄어드는데 비용은 줄지 않아, P-C는 악화됩니다. 사망자 증가로 기대되는 Q의 증가만으로 이를 상쇄하지 못한다면 장례식장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수는 늘었는데 한 건 안에서 팔리던 것이 사라진 것입니다. 사망자 수라는 Q는 확정적으로 늘어나는데, 한 건당 매출인 객단가가 그보다 빠르게 줄어듭니다. 두 숫자를 곱하면 시장은 커지지 않습니다.
이 유형이 까다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가격 결정권이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올린다고 풀리지 않습니다. 장례식장이 빈소 대여료를 올리면 무빈소 장례가 더 늘어날 뿐입니다. 명목상 가격표는 공급자 손에 있지만, 고객이 그 가격표의 어느 줄을 볼지는 공급자가 정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 유형에서는 가격 결정권이 처음부터 밖에 있습니다. 파는 쪽이 아니라 사는 쪽이, 그것도 사실상 하나뿐인 구매자가 가격표를 씁니다.
요양병원의 진료비는 2008년부터 일당정액제로 정해집니다. 일당 정액제에서는 같은 등급이면 손이 얼마나 가든 수입이 같습니다. 중증 환자에게 약제와 인력을 더 투입해도 그에 대응하는 수가를 따로 받을 수 없어, 투입을 늘려 매출을 키우는 경로가 애초에 차단돼 있습니다.
요양병원의 고객은 환자가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입니다. 의료법이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를 금지하고 있어 손해가 나는 고객을 골라 거를 수도 없습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요양병원은 273곳이 문을 열고 441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고령화로 수요가 확정적으로 늘어나는 시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같은 구매자를 상대하는 소아과는 반대 방향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소아 인구는 줄었는데 현장에서는 '소아과 오픈런'이 벌어집니다. 수요가 폭증해서가 아니라 공급이 먼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수가가 전문과 최하위인 데다 예방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편입되면서 수익원이 사실상 진료비 하나로 줄었고, 2024년 한 해 개원 59곳에 폐업 89곳으로 폐업률이 진료과 1위였습니다.
전기와 지하철도 같은 자리입니다. 2022년 원가가 치솟았을 때 32조 원대 영업손실을 냈던 한국전력은 요금을 올릴 수 있게 되자 곧바로 흑자로 돌아섰고, 서울 지하철은 승객 한 명을 태울 때마다 781원씩 손해를 봅니다.
세 번째 유형에는 가격을 누르는 주체가 따로 없습니다. 시장 구조가 그 일을 합니다.
농가가 대표적입니다. 풍년이 들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풍년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농산물은 필수 식료품이라 값이 싸진다고 사람들이 크게 더 사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급이 조금만 늘어도 산지 가격이 크게 떨어집니다. 수확량이 10% 늘었는데 가격이 절반이 되면 농가 수입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Q를 늘린 것이 손해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의문이 있습니다. 산지 가격이 그렇게 떨어지는데 왜 마트 가격은 그대로일까요. 소비자가 내는 값의 절반은 애초에 농가 몫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4년 기준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입니다. 소비자가 1만 원을 내면 농가에 돌아가는 것은 5,080원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4,920원이 전부 누군가의 마진인 것도 아닙니다. 그중 유통 단계의 이윤은 1,430원이고, 3,490원은 수확·포장·운송 같은 직접비(1,650원)와 인건비·점포 유지비 같은 간접비(1,840원)입니다. 단계별로는 소매에 가장 많이 몰려 있습니다. 출하 9.4%, 도매 14.2%, 소매 25.6%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비용들이 산지 가격과 거의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배추값이 반토막 났다고 물류비와 인건비가 반토막 나지는 않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이 직접비를 두고 "고정비 성격이 강해 비용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여기에 농협 같은 유통 주체가 값이 오를 때와 내릴 때의 폭을 어느 정도 평탄하게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은 농가가 받는 가격뿐입니다.
투자 검토를 하다 보면 시장 규모 슬라이드를 하루에도 몇 번씩 봅니다. 거기 적힌 숫자는 대개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대상이 되는 인구나 건수를 세고, 거기에 오늘의 평균 단가를 곱합니다. 이 계산은 단가를 상수로 놓습니다. Q만 미래로 보내고 P는 오늘에 묶어두는 것입니다.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어나니 장례 시장은 커진다"가 정확히 그 계산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본 대로 틀렸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창업가에게 던지는 질문은 대개 Q 다음에 오는 것들입니다.
마지막으로, 답이 언제나 P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벽배송은 물량이 늘수록 변동비가 그보다 빠르게 늘어나던 사업이었습니다. 컬리는 창사 이래 오랫동안 적자였다가 2025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반기 흑자를 냈습니다. 물류센터와 콜드체인 인프라가 감가상각 국면에 들어서면서 같은 설비로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 컸습니다. P를 올릴 수 없다면 C의 모양을 바꾸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지점에 닿을 때까지 버틸 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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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Evan, So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