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Kakao Ventures
카카오벤처스는 ICT 서비스, 딥테크,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합니다.
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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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트래블은 여행업계에서 가장 이상한 플레이어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항공사는 일부뿐이고, 렌터카는 4개사로 제한되며, 멤버십 없이는 예약조차 되지 않습니다. 마진율을 높이는 대신, 조식과 기프트카드를 멤버들에게 돌려줍니다. 여행업의 문법을 하나도 따르지 않는 셈이죠.
그런데 잘 됩니다. 800명 이상의 인하우스 직원, 추수감사절 이후 5일간 $1억 이상 예약, 전년 대비 12% 성장. 어떻게 여행업의 방식을 쓰지 않은 코스트코가 여행업에서 이토록 깊고 굳건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걸까요?
여행업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필승 전략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최대한 많은 옵션입니다. 더 많은 선택지가 더 많은 트래픽을 만들고, 트래픽이 수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여행 플랫폼들을 살펴보면 그 사이클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Booking.com에는 현재 약 3,100만 개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고, Expedia 그룹은 2025년 말 기준 약 300만 개 이상의 숙박 시설을 보유하고 있죠. 덕분에 두 플랫폼의 월 방문자는 코스트코 트래블의 약 10배에 달합니다.
둘째, 용이한 가격 비교입니다. OTA의 핵심은 한 곳에서 여러 옵션을 나란히 비교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데 있습니다. Booking.com은 동일 숙소를 다양한 조건으로 나열해 최저가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Expedia는 항공과 숙소를 함께 검색해 조합별 총비용을 비교할 수 있게 합니다. 비교가 쉬울수록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신뢰가 다시 트래픽을 만듭니다.
셋째, 수수료 극대화입니다. 옵션과 가격 비교로 모인 트래픽이 플랫폼의 수익원이 됩니다. 숙박업소가 예약 한 건마다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그 수단인데요. OTA의 호텔 수수료는 최대 30%에 달하고 2015년 이후 매출 대비 45% 이상 증가했습니다. 수수료 수익은 다시 마케팅에 재투자되어 더 많은 트래픽을 만들고, 더 많은 트래픽은 다시 수수료 협상력을 높입니다. 세 전략이 맞물려 하나의 플라이휠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코스트코 트래블은 여행업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코스트코 트래블의 상품기획 총괄 매니저 Chris Hendrix의 말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We know who we are. We know what we do well.
우리는 우리가 누군지 잘 알아요. 우리가 뭘 잘하는지도 잘 알죠.
코스트코 창고에는 수천 가지 제품이 있지만, 같은 종류의 물건은 제한적으로 판매합니다. 샴푸는 두세 개 브랜드만, TV는 한두 모델만 말이죠. 일반 슈퍼마켓이 3만 개에서 5만 개까지의 상품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코스트코는 4,000여 개만 취급합니다. 코스트코가 소비자 대신 미리 상품을 걸러놓으면, 소비자는 선택의 피로를 덜 수 있습니다.
코스트코 트래블은 이 전략을 여행업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선별된 제품만을 제공하면서 피로도는 낮추고, 오로지 여행의 즐거움만을 가져갈 수 있게 설계했죠.
그런데 사실 이건 소비자의 경험만을 위한 전략이 아닙니다. 소수의 파트너로부터 대량으로 상품을 수급하게 되면 코스트코와 코스트코 트래블은 자연스럽게 대형 고객으로서의 협상력이 생깁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좋은 상품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죠.
실제로 Avis Budget 그룹의 해외 영업 SVP, Beth Kinerk는 "코스트코 멤버들은 더 프리미엄 차를 더 오래 빌린다. 코스트코 트래블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기를 원한다." 라고 말했는데요. 코스트코 트래블이 렌터카 시장에서 공급자가 먼저 더 좋은 조건을 제안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코스트코 트래블에서는 항공권을 단독으로 구매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호텔이나 렌터카와 묶어야만 살 수 있죠. 번들로 묶이면 항공권이 얼마인지, 호텔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비교 기준점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만족도를 높입니다. 가장 싼 가격을 찾는 대신 조식 포함, 리조트 비용 면제, 기프트카드 제공 등의 부가 가치를 얼마나 많이 제공 받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판단 기준이 “얼마나 싼가”에서 “얼마나 많이 받는가”로 이동하는 것이죠.
경제학자 Richard Thaler는 이를 Transaction Utility라고 불렀는데요. 사람은 상품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좋은 거래를 했다는 느낌 그 자체에서도 만족감을 얻는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이는 OTA의 번들링과 형식은 같지만 목적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OTA는 번들로 마진을 숨기지만, 코스트코는 번들로 가격 판단 자체를 지우는 셈입니다.
코스트코 트래블의 생태계는 세 개의 레이어로 작동합니다.
입구는 렌터카입니다. 직접 예약 대비 최대 57% 저렴한 가격으로 코스트코 멤버들을 처음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죠. 추가 운전자 비용도 무료입니다. 여행을 자주 하지 않는 고객이더라도 렌터카 하나로 코스트코 트래블을 처음 경험하게 되는 구조를 조성한 것이죠.
그 이후의 락인은 멤버십입니다. Executive 멤버는 트래블 포함 전체 구매에서 2% 리워드를 받는데요. 여행을 예약할수록 멤버십 업그레이드 유인이 커지는 선순환입니다.
루프는 기프트카드입니다. 여행을 마친 뒤 코스트코 기프트카드가 지급되고, 그 돈은 다시 매장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여행이 끝난 뒤에도 소비자는 코스트코 생태계 안에 머물게 됩니다.
2000년 Pacific Escapes 인수 당시 코스트코가 던진 질문은 "여행업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까"가 아니었습니다. "이걸 코스트코 방식으로 멤버에게 줄 수 있을까"였죠. 이 질문의 차이가 이후 코스트코 트래블의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 목적의 차이가 왜 중요한지는 같은 시기 여행업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보면 분명해집니다. OTA가 수수료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과 달리, 코스트코 트래블은 정반대로 움직였죠.
이 방향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코스트코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 때문입니다. 창업자 Jim Sinegal은 수십 년간 가격을 올리고 마진을 높이라는 월스트리트의 압력을 받았지만 대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월스트리트는 다음 목요일까지 돈을 버는 사업을 합니다. 우리는 50년, 60년 후에도 여기 있을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즉, 코스트코 트래블의 진짜 KPI는 여행 예약 건수나 마진율이 아닙니다. 현재 90% 이상을 기록하는 멤버십 갱신율을 유지 및 제고하며, 많은 사람들이 코스트코를 찾게끔 유인하는 것이죠. 그 목적이 나침반이 됐기 때문에, 여행업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소매업의 논리를 그대로 들고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곳에 들어가면 그곳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지죠. 그런데 코스트코 트래블은 여행업이라는 영역에서 그곳의 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오랫동안 검증해온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고, 그게 통했죠.
이것이 코스트코 트래블이 던지는 진짜 질문입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그 시장의 문법을 익혀야 한다는 가정은 얼마나 필연적인가. 직접 검증한 방식이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들고 들어가는 것이 더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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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