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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쇼에 왜 화장품과 로봇이 등장했을까

차이나조이 2026이 보여준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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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웅 이사,Kakao Ventures
Aug 12, 2026
게임쇼에 왜 화장품과 로봇이 등장했을까
Contents
게임쇼의 주인공이 게임이 아니었습니다로봇이 게임과 같은 층에 섰습니다무엇으로 관심을 끌 것인가, 선택만 남습니다미의 기준은 왜 하나로 모이는가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서 오는가그래서 무엇을 다시 물어야 하는가

지난 7월, 중국 최대 규모의 게임쇼 차이나조이가 상하이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그런데 차이나조이가 단순한 게임쇼를 넘어섰다는 말이 몇 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저도 알고 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정도가 아니라 성격이 달랐습니다. 나흘간 메모에 적힌 이름을 세어보니 게임사가 절반이 안 됐습니다. 소니의 카메라, 키오시아의 반도체, 표정을 짓는 로봇, 그리고 화장품 브랜드.

©차이나조이 2026

메모가 그렇게 채워진 이유는 올해 캐치프레이즈에 있었습니다. 'Level Up with AI'. 주최 측은 이 문장을 기준 삼아 전시장을 짠 것으로 보였고, 게임과 영상, 반도체, 로봇, 화장품이 한 동선에 놓인 배치가 그 인상을 뒷받침했습니다.


게임쇼의 주인공이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규모만 보면 여전히 게임쇼입니다. 39개국 약 900개사, 14만㎡로 역대 최대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걸어보면 게임의 지분은 숫자가 주는 인상보다 작았습니다. 같은 층에 AI 영상과 숏폼, 음악 플랫폼, 숏폼 드라마(漫剧), 애니메이션(动漫)이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포맷별로 따로 묶어 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면, 올해 주최 측은 이들을 사용자의 하루에서 한정된 시간을 나눠 갖는 경쟁자로 보고 한 지붕 아래 모았습니다. 포맷의 경계보다 관심의 경쟁이 먼저라는 관점이 물리적 배치로 나타난 셈입니다.

하드웨어 기업들의 태도에서도 같은 것이 읽혔습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테마관을 따로 차렸고, 키오시아는 체험존에서 고부하 게임의 로딩 성능을 시연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게임을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하드웨어 산업이 게임 팬을 자기 쪽으로 끌어오려고 오히려 게임을 도구로 썼습니다. BYD의 차량에는 게임 캐릭터가 래핑되어 있었습니다. 소니는 고화질 카메라로 코스어를 담았고, 그 사진을 보려는 팬들이 소니 부스로 몰렸습니다. 자동차를 팔려고 게임 IP를 빌리고, 카메라를 팔려고 코스프레를 빌린 셈입니다.

게임은 이 전시의 목적이라기보다, 여러 산업이 사용자와 만나는 방식을 빌려주는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기술의 성능을 사람이 체감하는 형태로 번역해주는 가장 강한 장치가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 5초 요약
올해 차이나조이는 게임 인접 산업 전반의 전시회였습니다. 게임은 각 산업이 사용자에게 자기 기술을 설명하는 공통 언어로 쓰였습니다.


로봇이 게임과 같은 층에 섰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역은 올해 신설된 Vision Future 존이었습니다. 인간형 로봇과 스마트 웨어러블, 공간 컴퓨팅 기업 수십 곳이 게임쇼 안에 전용 구역을 받았습니다. 부속 전시가 받는 대접이 아닙니다. 유니트리의 2족보행 로봇을 확인했고, 4족보행 로봇도 별도로 봤습니다.

2족보행 다음은 뭘까요. 걷는 문제는 이미 상당 부분 풀렸습니다. 남은 병목은 사람이 기계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어색함, ‘불쾌한 골짜기’입니다. 그 답을 겨냥한 기술이 현장에 나와 있었습니다. 윈무즈자오(云幕智造)의 로봇은 얼굴에만 34개의 미세 구동 모터를 넣어 15종 이상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저장된 표정을 재생하는 수준을 지나, 상대의 어투와 표정, 문장의 의미를 실시간으로 읽어 그 자리에서 표정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그 앞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캐릭터의 감정을 근육 단위로 설계하고 입력에 반응시키는 일. 게임 업계가 20년 넘게 다듬어온 문법이 그대로 하드웨어로 옮겨간 장면입니다. 로봇 회사가 게임쇼에 부스를 차린 이유는, 자기들이 파는 것이 기계가 아니라 '관계'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인 듯했습니다.

투자자로서는 여기서 인력의 이동을 봅니다.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을 뼈대 단위로 설계하는 리깅과 실시간 인터랙션을 다뤄온 게임 인력이 로봇으로 옮겨갈 통로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 스택은 AI 캐릭터 라이브 서비스와 뿌리가 같습니다.


무엇으로 관심을 끌 것인가, 선택만 남습니다

중국 게임사들의 부스는 두 가지를 앞세웠습니다. AI, 그리고 이미 검증된 IP입니다. 그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오픈월드였습니다.

눈에 띈 것은 수보다 분포였습니다. 작년 말까지 중국 오픈월드 신작 소식은 무협 아니면 어반 판타지로 수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부스들을 돌다 보니 규칙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정령을 잡으러 다니는 게임도, 바다를 떠도는 게임도, 살아남으려고 뭔가를 짓는 게임도 전부 오픈월드를 달고 나왔습니다. 넷이즈의 '유망지해(遗忘之海)'와 텐센트의 '로코 킹덤: 월드(洛克王国: 世界)'는 소재도 타깃도 겹치는 게 없는 게임들인데, 고른 그릇만 같았습니다. 몇 부스를 지나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 회사들은 "오픈월드를 만들까"를 고민한 게 아니라, 오픈월드를 전제로 깔고 "그 안에 뭘 넣을까"를 고민한 겁니다. 오픈월드는 이제 장르가 아니라 기본 사양에 가깝습니다.

이 확산의 배경을 짐작할 단서는 컨퍼런스에 있었습니다. 올해 시리즈 전체가 'AI 주도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메인 주제로 걸렸습니다. AI가 제작 비용과 일정을 줄이고, 줄어든 여력은 다시 규모로 들어갑니다. 중국 스튜디오들이 내놓은 답은 "아낀 만큼 더 크게 만든다"였습니다.

여기서 기준 하나가 선명해집니다. 같은 도구를 모두가 쥐면 도구는 변별력이 되지 못합니다. 전시장에서 반복해 확인한 것은 기술 격차보다 기술의 평준화였습니다. 그렇다면 희소한 것은 구현 능력일 수 없습니다. 누구의 어떤 관심을 겨냥할지 정하는 선택입니다. 오픈월드가 기본 사양이 된 시장에서 변별력은 세계의 크기보다, 그 세계가 붙잡으려는 관심의 종류에서 나옵니다.


미의 기준은 왜 하나로 모이는가

개인적으로 가장 놀란 곳은 로레알과 키엘 간판이 걸린 뷰티 존이었습니다. 게임쇼에 화장품 브랜드가 왜 왔을까.

그 존에서 본 이미지 하나가 오래 남았습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뜬 연출이었습니다. 400년 전 초상화의 얼굴이 오늘의 뷰티 코드로 다시 그려져 게임쇼 한복판에 걸려 있었습니다. 시대도, 장르도, 국적도 건너뛴 겁니다.

경계가 지워진 건 서브컬처가 먼저 증명했습니다. 어떤 캐릭터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소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 장면을 직접 봤습니다. 한국 개발사 스토리타코의 실사 연애 게임 부스에 중국 유저들이 줄을 섰고, 출연 배우들이 현장에 서자 줄은 더 길어졌습니다. 한국에서 한국 배우로 찍은 콘텐츠가 문화 장벽 없이 그대로 통했습니다.

경계가 사라진 시장에 AI가 들어오면 다음 단계가 시작됩니다. 생성 비용이 내려가면 콘텐츠는 반응이 좋은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테스트 비용이 0에 가까워진 시장에서 미의 기준은 다양해지지 않고 오히려 뾰족해집니다. 한 지역에서만 통하던 코드라면 참여자가 제한되지만, 글로벌 전체에서 통하니 너도나도 뛰어듭니다. 뷰티 산업이 게임쇼에 온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미의 기준이 만들어지는 현장에 가장 가까이 서 있으려는 겁니다. 물론 이 수렴에는 비용이 따릅니다. 기준이 모이면 그 기준 밖의 취향과 콘텐츠는 시장을 잃습니다. 그 비용을 누가 치르게 될지는 이 재편에서 아직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서 오는가

다만 기준이 수렴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쪽은, 그 기준을 따라가는 쪽보다 반응을 직접 설계하는 쪽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 설계의 단면을 여럿 봤습니다. 숏폼 드라마가 그렇고, 거기에 선택지를 붙여 인터랙티브로 만든 실사 게임들이 그렇고, AI 숏폼이 그렇습니다. 포맷은 제각각이지만 붙잡으려는 것은 동일하게 몇 초 단위의 주의력입니다. 어느 하나가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된다기보다, 관심을 설계하는 문법을 먼저 찾아낸 쪽이 어떤 포맷으로든 앞서 나가는 구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AI 시대의 역설이 있습니다. 이미지를 무한히 생성하는 시대에, 현장에서 유저들이 길게 줄 선 곳에는 실제 배우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생성물이 흔해질수록 실물의 희소성이 값을 갖는 겁니다. AI가 공급을 무한히 늘리는 영역에서는, 무한히 늘릴 수 없는 것이 프리미엄이 됩니다.

이 역설은 라이브 방송이 먼저 증명했습니다. 다시보기가 공짜로 널려 있어도 사람들은 실시간에 돈을 냅니다.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 나를 향해 반응하는 것은 복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물과 실시간. AI가 흉내 낼수록 값이 오르는 두 개의 희소성입니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모두가 AI를 쓰면 AI 기술 자체는 희소성이 되지 못합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어디에서 확보할 것인가. 가장 강한 반응을 설계하는 일이 남은 경쟁 축이라면, 미의 기준이라는 영역은 앞으로 더 강조됩니다. 이커머스가 뷰티 존을 만든 이유도, 스토리타코가 배우를 현장에 데려온 이유도, 로봇이 눈썹과 입꼬리를 조정하는 이유도 같은 계산에서 나왔습니다. 화면 안에서 벌어지던 경쟁이 화면 밖으로 나온 것이고, 저는 이것을 게임 산업의 하위 현상이 아니라 어텐션 섹터 전체의 재편으로 읽습니다.

⏱ 5초 요약
AI는 제작 비용을 낮춰 대형화를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관심을 붙잡는 기준을 한 지점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기술이 희소성을 잃은 시장에서 오리지널리티는 '무엇으로 반응을 설계할 것인가'로 이동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다시 물어야 하는가

차이나조이를 게임쇼로 보면 규모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14만㎡, 39개국 900개사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판단을 주지 않습니다. AI가 게임과 영상, 음악, 반도체, 로봇, 화장품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꿰어 더 큰 산업을 만드는 현장으로 보면 좌표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을 바꿔 들고 돌아왔습니다. AI로 무엇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는 이제 변별력이 아닙니다. 줄인 것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그리고 그 오리지널리티로 누구의 관심을 가져올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현장에서 찾지는 못했습니다. 중국 스튜디오들의 답은 "더 크게"였고, 뷰티와 로봇의 답은 "더 가까이"였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이 질문을 먼저 붙잡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격차는, 기술 격차보다 훨씬 벌리기 어렵다는 것.

게임에서 어텐션으로, 제 시야를 한 단계 더 넓혀 보려고 합니다.

🕊️

김지웅 이사 (Jacob) | AI × Entertainment

일상에 즐거움을 더하는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지원사업, 개발, 라이브서비스, 퍼블리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쌓은 실전 경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읽어냅니다. AI 도입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는 Attention Economy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Editor So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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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쇼의 주인공이 게임이 아니었습니다로봇이 게임과 같은 층에 섰습니다무엇으로 관심을 끌 것인가, 선택만 남습니다미의 기준은 왜 하나로 모이는가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서 오는가그래서 무엇을 다시 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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