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의 다음일까, 연인의 대안일까

콘텐츠 소비와 관계 형성, 캐릭터챗의 성장 전략을 가르는 두 가지 수요
웹소설의 다음일까, 연인의 대안일까

3줄로 미리 보는 인사이트

  • 캐릭터챗에는 콘텐츠와 IP를 소비하는 콘텐츠형과 특정 AI와 관계를 쌓는 관계형이라는 서로 다른 수요가 섞여 있습니다.

  • 두 수요를 구분하면 토큰 과금·IP·조직·글로벌이라는 과제도 달라집니다. 같은 상품과 운영 방식이 양쪽에서 똑같이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 캐릭터챗은 AI 엔터테인먼트라는 더 큰 시장의 입구일 수 있습니다. 채팅앱 매출을 넘어 사람들의 시간과 지출이 어디로 옮겨오는지를 봐야 합니다.

뜨거운 건 다 아는 이야기

올해 한국 캐릭터챗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뤼튼은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로 유니콘이 됐고, 스캐터랩의 제타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앱 총사용시간에서 넷플릭스를 넘었습니다. 벙커키즈의 위프는 해외 매출 비중이 40%, 워프스페이스의 케이브덕은 해외 이용자 비중이 60%입니다. 투자와 해외 성과 모두 눈에 띕니다.

그런데 시장이 커지는 만큼 다음 방향도 선명해졌을까요? 창업자와 투자자를 만나면 비슷한 질문이 나옵니다.

  • 토큰 과금의 다음은 무엇인가

  • 캐릭터가 앱 밖으로 나갈 수 있는가

  • 지금 조직으로 다음 3년을 운영할 수 있는가

  • 일본에서 통한 것이 미국에서도 통하는가

유니콘은 나왔지만, 이 질문에는 아직 확신할 만한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챗이라는 묶음 자체에 있다고 봅니다. 서로 다른 수요를 하나의 앱 카테고리로 묶으면 전략도 지표도 섞입니다. 그 상태로는 어디로 커질지 가늠하기 어렵죠. 캐릭터챗의 다음을 보려면 먼저 그 안에 섞여 있는 수요부터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캐릭터를 바꾸면 이탈일까, 소비일까

이 질문 하나로 두 시장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제타 제품팀은 공식 인터뷰에서 사용자가 처음 고른 캐릭터를 넘어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만들어가는 패턴을 발견했다고 설명합니다. 사용자는 캐릭터 하나를 소비한다기보다 대화로 자기 서사를 만듭니다. 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마치고 다른 캐릭터를 찾는 것도 자연스럽죠.

반면 중국의 AI 컴패니언 서비스 무한곡(无限谷)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 ‘루(Lu)’는 아침에 영상통화를 걸고,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용자가 불면을 말하면 백색소음을 틀어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은 상대가 사용자의 일상에 계속 참여하는 일입니다. 캐릭터를 바꾸는 것은 관계가 실패했다는 신호입니다.

저희는 이를 콘텐츠·플롯형 캐릭터챗(이하 콘텐츠형)과 1:1 관계형 컴패니언(이하 관계형)으로 나눠 봅니다.

두 시장은 겹칩니다. 콘텐츠형에서도 캐릭터에 애착을 느끼고 연애 서사에 몰입합니다. 다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새로운 연애 이야기인지, 일상에서 계속 교류할 특정 상대인지에 따라 제품의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이 구분으로 보면 중국 시장의 통설 하나가 달리 읽힙니다. 2023년부터 등장한 중국의 캐릭터챗 서비스 성야(星野)와 묘상(猫箱)은 사용자가 캐릭터를 만들고 공유하는 UGC(User Generated Content, 사용자 제작 콘텐츠) 중심의 1세대로 불립니다. 반면 AI 연인과의 교류를 제공하는 EVE와 무한곡의 AI 컴패니언 서비스는 소수의 공식 캐릭터와 깊은 관계를 만드는 2세대로 분류됩니다. 흔히 이를 두고 “1세대가 실패해서 2세대로 진화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초기 캐릭터챗 안에 섞여 있던 두 수요가 갈라진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형이 실패하고 관계형으로 대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1세대가 흔들린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UGC 플랫폼의 다양성과 교체 위에서, PGC(Professionally Generated Content, 제작사가 만드는 콘텐츠)가 필요한 깊은 1:1 관계까지 한 제품 안에서 만들려 했다는 것입니다. 추천 피드는 다음 캐릭터로 갈아타게 만들고, 컴패니언은 갈아타기 어렵게 만들어야 합니다. 두 힘이 충돌한 셈입니다.

앞서 언급한 한국 4사는 모두 콘텐츠형에 가깝습니다. 위프는 관계 요소가 강한 콘텐츠형이고, 1:1 관계형을 정면으로 다루는 한국 팀은 아직 드뭅니다. 1:N 라이브로 가는 팀은 이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벤처스의 패밀리 안에도 세 자리가 다 있습니다. 위프와 딥그로브의 프론티아는 콘텐츠형에, 언엑스는 AI 캐릭터의 24시간 라이브로 1:N에 서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한국 4사는 모두 콘텐츠형에 가깝습니다. 위프는 관계 요소가 강한 콘텐츠형이고, 1:1 관계형을 정면으로 다루는 한국 팀은 아직 드뭅니다. 1:N 라이브로 가는 팀은 이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벤처스의 패밀리 안에도 세 자리가 다 있습니다. 위프와 딥그로브의 프론티아는 콘텐츠형에, 언엑스는 AI 캐릭터의 24시간 라이브로 1:N에 서있습니다.

관계형에서는 대화 속 기억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시도가 나왔습니다. 중국의 EVE는 타오바오 즉시배송과 연계해 밀크티와 꽃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담당자 설명에 따르면, 대화에서 언급한 취향이나 이전 대화의 기억을 바탕으로 캐릭터가 음료를 추천했습니다. 사용자가 선물 받은 경험을 SNS에 공유하면서 신규 유입에도 활용됐습니다.

이처럼 같은 캐릭터챗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서로 다른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느 수요를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다음 사업 과제도 달라집니다.


포지션에 따라 달라지는 네 가지 질문

글 첫머리의 네 질문, 토큰 과금·IP·조직·글로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캐릭터챗으로 묶어서 물으면 막연했던 질문들이 콘텐츠형과 관계형으로 나눠보면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토큰 과금의 다음은 무엇인가.

같은 의상 하나를 팔아도 콘텐츠형에서는 새 장면을 여는 상품이고, 관계형에서는 내가 선물한 옷을 상대가 입고 반응하는 경험입니다. 게임업계가 20년 동안 다듬어온 카드·수집·선물·이벤트를 캐릭터챗으로 옮기려면 어느 도구가 어느 포지션에 맞는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1세대 캐릭터챗 플랫폼 성야는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며 얻는 카드를 채팅 배경으로 쓰거나 거래할 수 있게 했고, 유료 추첨과 창작자 수익 배분도 도입했습니다. 또 다른 연애 시뮬레이션 캐릿터챗 무한곡에서는 캐릭터챗 내에서 의상을 구매하거나, 캐릭터챗 주인공에게 선물을 하면 새로운 상호작용과 표정 변화가 열리는 기능이 존재하죠.

하지만 이런 장치를 도입했다고 수익화 문제가 풀린 것은 아닙니다. 중국 1세대는 가챠와 친밀도를 넣고도 한계를 겪었고, 무한곡의 의상·선물 기능 역시 매출 효과까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한계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도구의 유무를 넘어, 캐릭터챗에 맞게 설계하고 운영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캐릭터가 앱 밖으로 나갈 수 있는가.

유저마다 서사가 다른 콘텐츠형의 캐릭터와, 한 사람과의 기억에 가치가 있는 관계형의 캐릭터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다릅니다. 그렇다면 나가는 방법도 달라야 합니다. 캐릭터가 채팅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존재, 즉 IP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가 과제입니다.

기존 IP를 캐릭터챗으로 가져오는 것과 캐릭터챗에서 만들어진 경험을 다른 곳으로 확장하는 것도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사용자마다 이야기가 달라지는 서비스에서는 무엇을 공통의 IP로 가져갈 수 있을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관계형에서는 대화 속 기억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시도가 나왔습니다. EVE는 타오바오 즉시배송과 연계해 밀크티와 꽃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담당자 설명에 따르면, 대화에서 언급한 취향이나 이전 대화의 기억을 바탕으로 캐릭터가 음료를 추천했습니다. 사용자가 선물 받은 경험을 SNS에 공유하면서 신규 유입에도 활용됐습니다.

EVE 캐릭터에게 받은 선물을 SNS에 공유한 사용자들의 인증샷

물론 이 이벤트가 IP 확장이나 반복적인 커머스 매출을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캐릭터와의 교류가 채팅 안에 머물지 않고 실제 상품과 배송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앱 밖으로의 확장을 검토할 때도 각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가치를 느끼는 경험이 무엇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지금 조직으로 다음 3년을 운영할 수 있는가.

새로운 상품과 경험을 만드는 데는 운영 역량도 필요합니다. AI 모델과 콘텐츠를 잘 만들어 출시하는 것과, 출시 이후 업데이트·이벤트·사용자 대응을 3년 동안 계속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앞서 본 EVE의 선물 이벤트 뒤에도 이런 운영이 있었습니다. EVE는 출시 당시 접속 대기와 AI 응답 지연, 구독 결제 표시 문제에 긴급 수정으로 대응했습니다. 이후에도 매주 기능 업데이트나 문제 수정을 진행했고, 주요 기념일에 맞춘 콘텐츠를 준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품을 한 번 선보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문제를 고치고 다음 경험을 계속 공급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업데이트와 이벤트, 사용자 대응을 오래 해온 게임 업계 출신을 영입하면 풀릴까요? 실제로 무한곡은 오디오 플랫폼 출신과 3D 게임 제작팀을 한 조직에 모았습니다. 창업자는 사용자 커뮤니티의 반응을 수집하고, 콘텐츠를 제작·수정한 뒤 다시 반응을 확인하는 운영 경험을 강조했죠. 다만 서로 다른 배경의 인력이 가진 역량을 결합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단순히 게임 인력을 몇 명 더 채용하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게임 업계가 수년간 쌓아온 운영 경험을 기존 AI·제품·콘텐츠 역량과 결합해, 서비스에 맞는 상품과 운영 방식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본에서 통한 것이 미국에서도 통하는가.

운영의 중요성은 해외에서도 드러납니다. 스캐터랩은 한국 농담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일본 사용자 반응을 학습해 현지 농담을 구사하도록 모델을 고쳤습니다. 번역을 마친 뒤에도 현지 반응에 맞춰 대화 경험을 개선한 겁니다.

그렇다면 제타의 일본 1위는 한국적 캐릭터가 IP로 나간 결과일까요, 현지 운영의 결과일까요? 두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성과를 만들었는지 구분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미국에서 재현할 수 있는 것도 보입니다.

이때 살펴볼 범위는 대화 모델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캐릭터와 콘텐츠로 사용자를 모았는지, 현지 창작자의 참여를 어떻게 지원했는지, 결제수단과 고객 대응은 무엇을 바꿨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일본어 서비스를 출시한 것과 일본 사용자가 계속 이용하고 결제하도록 만든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해외 매출이 얼마나 나왔는지와 함께 그 매출을 만든 제품과 운영을 봐야 합니다. 콘텐츠형과 관계형 중 어떤 수요를 충족했는지도 그 안에서 확인할 과제입니다.

네 질문 모두 콘텐츠형이냐 관계형이냐에 따라 답을 찾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포지션을 정하는 일이 전략의 시작인 이유입니다.


컴패니언은 AI 엔터테인먼트의 입구다

지금은 초입입니다. 저희의 가설은, 컴패니언이 AI 엔터테인먼트라는 더 큰 시장의 입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콘텐츠형은 웹툰·웹소설·영상에 쓰던 시간을 가져오고, 관계형은 사람과의 관계에 쓰던 시간과 돈의 일부를 가져옵니다. 캐릭터챗 앱 매출만 더하면 이 시장이 작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의 시간과 지출이 어디까지 옮겨오는지를 봐야 합니다.

콘텐츠를 즐기는 경험과 관계를 쌓는 경험이 갈라지는 지금, 캐릭터챗의 다음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요? ‘2026 KV 인사이트풀 데이’의 AI Companion 세션에서는 위프를 만들고 운영하는 벙커키즈 정승완 대표,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뉴스레터 넥덕의 경지윤 님과 함께 이 시장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토큰 과금을 넘어서는 수익모델부터 캐릭터의 IP 확장, 이를 뒷받침할 조직과 글로벌 전략까지 더 깊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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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웅 이사 (Jacob) | Game

글로벌 게임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국내와 중화권 등에서 겪은 다양한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니즈를 파악합니다. 특히 Next Generation이 될 문화콘텐츠 전반에 호기심과 열정을 가집니다.

Editor So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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