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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게임사가 AI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유

구조, 유저 여론, 전환 비용: 게임 업계가 동시에 받는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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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Ventures,김지웅 이사
Apr 15, 2026
대형 게임사가 AI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유
Contents
이미 자리 잡은 워크플로우, AI가 들어갈 틈이 없다통합 워크플로우 대신 AI Lab대기업의 실험실, AI 게임을 위한 자회사AI를 쓰자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첫 번째 압박, 유저 여론두 번째 압박, 조직 전환 비용스타트업의 게임 AX는 이미 시작되었다필요에 의한 AI, 게임의 날개가 되다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딜레마: 혁신과 브랜드

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AI 도입을 선언한 대형 게임사와 AI를 이미 실질적 도구로 쓰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 사이에는 뚜렷한 온도 차가 존재합니다.

  • 작은 팀은 빠르게 실험하는 대신 스케일업을 고민하고, 대형 게임사는 기존 워크플로우 통합의 어려움, 유저 여론의 민감성, 조직 전환 비용의 세 가지 압박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 이 구조적 딜레마 속에서 게임 업계의 AX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지 고민해 봅니다.

기술의 발전이 궤도에 오른 지금, 게임 업계에서 AI를 어디에 활용해야 할지 고민할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지금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제작 파이프라인에 AI를 얼마나 깊이 통합할 수 있을지를 질문해야 하죠.

중국의 NetEase Games는 그 핵심에 가까이 다가간 팀입니다. GDC 2026에서 누적 플레이어 2억 명의 라이브서비스 게임 LifeAfter 사례를 공개했는데요. 이들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AI 파이프라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6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50% 개선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임사가 이런 길을 걷고 있지는 않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VC로 일하며, 저는 대표님들을 비롯해 다양한 의사결정권자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매번 같은 역설을 마주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장 많은 돈을 가진 회사가, AI를 가장 조심스럽게 다룬다.”

대형 게임사일수록 AI에 대해 물으면 모호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도입을 검토 중이라거나, 방향을 잡고 있다는 식이죠. 반면 초기 스타트업은 대답이 아주 구체적입니다. 어떤 AI 툴을 어느 파이프라인에 붙였고, 어디에서 시간을 줄였는지 막힘없이 설명합니다.

즉,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현장과 AI 활용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그 원인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흥미롭게도, 그건 단순히 의지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미 자리 잡은 워크플로우, AI가 들어갈 틈이 없다

규모 있는 게임사에서 AI 도입이 느린 이유는 기술보다 구조에 있습니다. 수십, 수백 명이 붙은 개발 파이프라인에 새 도구를 끼워 넣는 일은 단순한 툴 교체 차원의 변화가 아닙니다. 워크플로우 전체를 바꾸는 일이죠. 직군 간 역할을 재정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조직 문화에도 필연적으로 변화가 발생합니다.

통합 워크플로우 대신 AI Lab

그나마 쉽게 AI 도입에 도전하는 방법은 회사 안에 별도의 AI 조직을 세우는 것입니다. 카카오벤처스 패밀리사 중에도 AI Lab을 운영한 곳이 있었고, 그 전에 제가 직접 몸 담았던 회사도 그랬습니다.

한 게임사에서 일하던 시절, 보스 몬스터의 공격 패턴에 AI를 적용해 의외성을 만들어내고자 시도했던 적이 있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방향 자체는 옳았던 것 같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전투 패턴이 주는 재미야말로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시도가 실제 서비스에 반영됐느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직급이 낮아 상세한 맥락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지금 추측해 보면 이유는 하나로 좁혀집니다. AI Lab이 본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의 실험실, AI 게임을 위한 자회사

물론 그렇다고 대기업이 완전히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크래프톤은 자회사 렐루게임즈를 창립해 다양한 AI 시도와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자회사 오버데어를 통해서는 AI 기반 게임 제작 기능을 공개하는 등, 구체적인 AI 기술 개발의 행보를 보이고 있죠.

눈여겨볼 부분은 이렇게 공격적인 실험을 여전히 자회사, 즉 별도의 조직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기존의 대규모 조직보다는 컴팩트한 조직에서 효율적인 실험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화 학습 기반의 말투와 행동을 구현하는 렐루게임즈의 ‘미메시스’

AI를 쓰자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잇따라 ‘AI-First’를 선언하고 대규모의 AI 인프로 투자를 공표한 바 있습니다. 의사결정 전 과정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말도 나옵니다. 상장사 입장에서 이러한 선언은 주주와 시장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IR에서 AI를 빼놓으면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죠.

선언 자체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지만, 오늘은 선언의 속도와 현장 전환의 속도가 늘 같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해 보려 하는데요. 이는 정성적인 측면의 압박이 다방면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압박, 유저 여론

AI를 게임 제작에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커뮤니티의 반응은 차가워집니다. 특히 아트 리소스 생성에 쓴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AI로 개발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더라도, 그 사실을 대외적으로 드러내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스튜디오가 AI를 쓰면서도 공식적으로 침묵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2026년 3월 레딧에 올라온 <붉은사막> AI 사용 의심 이미지

하지만 모든 AI 사용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ARC Raiders를 만든 Embark Studios는 2018년 설립 초기부터 머신러닝을 개발 철학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몹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강화 학습을 적극 활용했죠.

이를 통해 한쪽 날개를 잃은 드론이 스스로 균형을 잡으려 하는 움직임, 지형에 따라 이동 방식을 유기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움직임을 강화 학습 대신 일일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면 리소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유저들이 게임을 하다 발견한 의외의 플레이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동 경로가 막히면 몹끼리 협동하거나,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동하는 장면들이 수차례 포착되었습니다. 유저들이 경험한 움직임이 너무 다채로워서, 미리 설계된 패턴이 아니라 AI가 움직임 자체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생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였죠.

여기서 핵심은 AI의 쓰임새입니다. Embark Studios가 머신러닝을 쓴 목적은 단순한 생산 비용의 절감이 아닙니다. 즐거움을 더해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저 경험 향상이었죠.

덕분에 스팀 페이지에 AI 사용을 명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임 유저들은 무의미한 이미지의 대량 생산이 아니라 깊이 있는 세계관 구축, 재미의 본질 강화를 위해서라면 AI 활용 역시 받아들입니다. 결국 신뢰와 여론은 AI를 어떤 목적으로 어떤 영역에 도입할지, 이를 어떻게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할지를 섬세하게 설계하는 과정에 달린 것입니다.

다만 애니메이션 변주를 위한 AI는 그 기술을 설계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난도이고, 아직까지는 실험 단계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 압박, 조직 전환 비용

유저 반응이 AI 도입에 앞선 조직 외적인 문제였다면, 내적으로도 어려움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기업의 조직 전환 관점에서의 문제입니다.

기존의 파이프라인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을수록 건드리기 어려워집니다. AI 툴을 도입하면 반드시 누군가의 역할은 줄어들게 되고, 누군가는 새로운 툴을 배워야 합니다. 기술 도입이 내부 정치의 문제로 전환되는 아주 미묘한 지점이죠.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워크플로우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을수록 그 전환 비용이 더욱 커집니다. 이는 결국 리스크를 감수할 여유가 있는 대규모 조직이 오히려 리스크를 회피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게임 AX는 이미 시작되었다

인원 열 명 안팎의 작은 스튜디오는 상대적으로 이런 압박에서 자유로워 보입니다. 아트 외주 예산이 없을 때는 생성형 AI로 리소스 생산을 자동화할 수 있고, QA 인력 채용이 어려우면 AI 테스트를 붙여볼 수 있습니다.

잃을 파이프라인이 없고 자본도 부족하다 보니 되려 실험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건데요. 창업팀의 평균 나이가 젊을수록,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필요에 의한 AI, 게임의 날개가 되다

한 번 효율을 체감한 이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유저 경험을 개인화하는 방향으로, 대규모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죠. 필요에서 시작한 실험이 게임의 핵심 기능을 바꾸는 단계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구도에서 눈에 띄는 건, 초기 게임 스타트업은 대형 게임사와 또 다른 방식으로 유저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에게는 대형 게임사처럼 커뮤니티의 집중포화를 맞을 만한 브랜드가 아직 없습니다. 대신 그만큼 유저들 앞에 더 솔직해질 수 있죠. AI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한 과정을 어떤 방식과 메시지로 노출하는지에 따라, 초기 팬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딜레마: 혁신과 브랜드

다만 몸집을 키운 이후에는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잃을 게 없는 초반에는 빠르게 실험할 수 있지만, 유저들이 많아지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면 고민이 생기죠. 커뮤니티가 생기고 브랜드가 쌓이면 유저들의 기대감도 함께 커집니다. 그러다보면 대형 게임사가 마주한 AI 활용의 딜레마를 똑같이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초기 투자자로서, 저는 이렇게 끝내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싶습니다. 빠르게 실험하되 유저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초반부터 고민하고 설계해야 합니다.

적절한 방법을 찾아낸다면, AI에 제대로 올라타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는 게임 스타트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형 게임사는 전환이 느리고, AI 도입 효과가 주가에 반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AI를 실질적인 무기로 활용하는 초기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으로 빠르게 검증할 수 있죠. 비용 구조 자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게임에 AI를 도입하는 데는 분명 허들이 존재하지만, 산업은 AX를 통해 개발비와 인건비를 절약하며 개발 일정에 속도를 내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6월 중순, 대형 게임사와 초기 게임 스타트업,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같은 테이블에 앉습니다. AI를 무기로 삼을 준비가 된 팀이 아직 없다면, 이 자리를 통해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가져봅니다.

🕊️

김지웅 이사 (Jacob) | Game

글로벌 게임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국내와 중화권 등에서 겪은 다양한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니즈를 파악합니다. 특히 Next Generation이 될 문화콘텐츠 전반에 호기심과 열정을 가집니다.

Editor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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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자리 잡은 워크플로우, AI가 들어갈 틈이 없다통합 워크플로우 대신 AI Lab대기업의 실험실, AI 게임을 위한 자회사AI를 쓰자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첫 번째 압박, 유저 여론두 번째 압박, 조직 전환 비용스타트업의 게임 AX는 이미 시작되었다필요에 의한 AI, 게임의 날개가 되다성장하는 스타트업의 딜레마: 혁신과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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