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웅 이사 (Jacob) | Game
글로벌 게임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국내와 중화권 등에서 겪은 다양한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니즈를 파악합니다. 특히 Next Generation이 될 문화콘텐츠 전반에 호기심과 열정을 가집니다.
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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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허브에서 별 5천 개를 받는 데 사흘이면 충분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AI 개발 도구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인플루언서에게 샤라웃 당하기도 쉬워졌고, AX 컨설팅 요청도 몰립니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덕트 데모를 공개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레드에 리포스트가 늘어나고, 대기업으로부터 후원 제안과 강의 요청이 쏟아집니다. 넉넉한 지원금도 들어오죠. 그 순간, 지금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지금 만든 것으로 정말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요? 프로덕트를 꾸려 리텐션을 만들고, 매출을 만들고, 3년 후에도 존재하는 팀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하면 점점 머리가 아파지는데요.
어쩌면 초기의 관심은 AI라는 단어가 만들어낸 노이즈일 수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내가 만든 것이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를 잡는가”죠. 주변을 둘러보면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답을 찾은 팀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을 찾는 VC로서, AI를 통해 어떤 영역의 문제를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팀을 자주 만나는데요. 의외로 많은 팀이 같은 곳을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AI 네이티브 개발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곳, 바로 게임입니다.
AI 창업 팀들이 의외로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질문은 다름 아닌 “어떤 버티컬에 도전장을 던져야 할까”입니다.
버티컬 AI의 등장이 다양한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소식은 매일 들려옵니다. 주로 헬스케어, 교육, 법률, 금융과 같은 영역에서 더욱 파급력이 강하죠.
이러한 섹터는 규제 장벽이 높고, 의사결정 사이클이 아주 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AI 모델이 빠르게 업데이트되면서 버티컬 서비스가 순식간에 무력화되기도 하는데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을 준비한 아이템을 피봇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는 팀들이 있습니다.
게임 산업의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창업자들에게 게임은 바로 이 관점에서 꽤나 안정적인 사업 영역이었습니다.
AI 모델이 아무리 빠르게 업데이트된다 해도, 그게 게임을 만들어내는 일 자체를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버티컬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스크가 적습니다.
거기에 게임 유저는 새로운 경험에 열려 있고, 피드백 루프도 짧습니다. 무엇보다 체류 시간이 다른 어떤 버티컬보다도 길죠. 콘텐츠 생성, 실시간 UX 조정, 개인화와 수익화가 동시에 실험 가능한 산업은 게임이 유일하다는 것입니다.
게임 전문 심사역으로서 이런 외부인의 관점과 희망은 정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게임업계에서 어떤 실험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죠.
최근 투자 유치를 열심히 돕고 있는 한 회사가 있습니다. 이 팀은 AI가 플레이어 행동 패턴을 분석해 난이도와 NPC 반응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퀘스트와 레벨을 자동 생성하고, 플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아이템을 제안합니다.
어느 하나도 다른 버티컬에서 이 속도로 실험되고 있지 않습니다. 게임은 AI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중 하나인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멀티 에이전트 환경을 만들어본 팀들도 게임에 관심을 가집니다.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에이전트가 가상 세계에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구조적으로 시뮬레이션 게임과 같기 때문일까요? 경험이 쌓인 팀들은 자연스럽게 게임 버티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열렸을 때 가장 먼저 그 위에 올라탄 콘텐츠 형식은 게임이었습니다. 브라우저 기반 게임이 등장하고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해지자, 대중은 인터넷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체감했죠.
모바일 시대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앱스토어 초기 킬러 콘텐츠는 게임이었고, 터치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을 가장 먼저 상품화한 것도 게임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 기반이 열릴 때마다 게임은 그 위에서 가장 먼저 새로운 경험을 정의해왔습니다. 기술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끼게 만든 겁니다.
물론 시작만 빨랐던 게 아닙니다. 게임의 저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모바일 게임의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말이 나온 지는 꽤 됐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매출 상위 카테고리에서 게임은 여전히 가장 두터운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모바일 게이머 수는 30억 명에 달합니다. 플랫폼이 바뀌어도, 트렌드가 바뀌어도,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콘텐츠는 여전히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AI 패러다임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AI 시대의 킬러앱이 게임에서 나오는 상상을 해봅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할 수도 없죠. 사실 이런 전망에 대해 확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오히려 게임업계 밖에 있는 이들이라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업계 안에 있으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다만 여전히 한 가지 질문에는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대AI시대의 게임은 어떤 형태일까요? 핸드폰을 톡톡 누르며 하는 캐주얼 게임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현란하게 조작하는 하드코어 게임도, AI를 만나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요즘 AI 캐릭터 챗 서비스에 푹 빠져 있는데, 이건 게임 같기도 하고 웹툰 같기도 하고 웹소설 같기도 합니다. 도파민은 나오고, 시간은 잘 가고, 한 번 잡으면 몇 시간씩 하게 되는 중독성이 있더군요. 이게 게임인지 아닌지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게임이 어떤 형태로 AI 시대를 살아갈지는 오픈 엔딩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절묘한 지점을 가장 잘 찾아내는 팀이 가장 좋은 열매를 가져갈 것이라는 것만은 확신합니다.
VC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게임과 AI의 교차점은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베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술은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어떤 팀이 이 버티컬을 먼저 정의할지 아직 보이지 않죠. 지금 잘 만들어낸 것이 6개월 후에도 유효할지조차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누군가 이 교차점을 먼저 선점하는 순간 그 임팩트가 다른 어떤 버티컬보다 클 것이라 믿습니다. 게임은 글로벌 시장이고, 유저 참여도도 압도적입니다. 수익화 모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미 검증되어 있죠.
AI가 그 위에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AI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설득되는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게임을 더 깊이 파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외롭다는 생각도 들지만 게임 섹터를 놓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존재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게임 시장과 AI 시장, 두 산업은 모두 혼자 보기에 너무 넓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나눌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접점입니다. 게임 버티컬에 관심 있는 AI 팀이 실제 게임 개발자와 직접 대화할 기회가 없습니다. 트랙이 전혀 다르고, 네트워크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죠. 혼자 생각을 키우다 보면 “이런 희망과 가능성이 혹시 내 착각인가”하는 의심도 피어오릅니다.
한편, 반대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게임업계가 AI 팀을 세팅하려 해도 게임 개발 실무 히스토리를 가진 AI 인재는 생각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전공과 학력 기준으로 채용하게 되면, 현장에서 페르소나를 맞춰나가기 위해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있어 본 적이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AI 업계는 게임을 이해시켜줄 멘토가 필요하고, 게임업계는 AI 실무를 가이드해줄 멘토가 필요합니다. 만나기만 한다면 서로 멘토이자 동료가 될 수 있죠.
고민 끝에 6월 중순, 두 업계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교류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혼자 키워온 생각을 꺼내도 되는 시간, 비슷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과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교류의 장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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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웅 이사 (Jacob) | Game
글로벌 게임 스타트업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국내와 중화권 등에서 겪은 다양한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니즈를 파악합니다. 특히 Next Generation이 될 문화콘텐츠 전반에 호기심과 열정을 가집니다.
Editor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