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위기 — 라는 착각

‘기승전 AI’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오해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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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6
AI가 만든 위기 — 라는 착각

3줄로 먼저 읽는 오늘의 인사이트

  • 미국의 전기요금 인상과 구직난, 많은 사람들이 AI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그 전말은 조금 다릅니다.

  • 전기요금 상승과 해고 러시의 이면에는, 사실 AI보다 먼저 작동하고 있던 구조적 원인이 있습니다.

  • AI가 만든 변화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영향을 실제보다 크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봅니다.

AI가 세상 곳곳에 파고드는 요즘, 사람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한순간에 세상을 바꾸는 AI 때문에 예전과는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혹은 곧 달라질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마치 인터넷처럼 불현듯 등장한 AI는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의 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공포감이 조성되는 경우도 있는 듯한데요. 이런 때일수록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팩트 체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AI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그 현상들의 진짜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AI와 데이터 센터, 정말 전기 먹는 하마일까?

가파르게 오르는 전기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5년 9월 주거용 소매 전기요금이 kWh당 약 18센트로, 전년 동월 대비 7.4%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의 전기요금은 인플레이션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해 5월에 발표한 리포트에서는 2026년까지 전기료 인상 속도가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를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Wired | Source: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AI 데이터 센터가 이러한 요금 인상의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데이터 센터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 다양한 IT 서비스를 구동하는 컴퓨터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가 집약된 대형 시설인데요.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는 2023년 전체 미국 전력 소비의 4.4%를 차지했지만 2028년에는 최대 12%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는데요. 앞서 언급한 주장은 이에 따라 일반 가정이 부담하는 전기요금도 함께 오른다는 논리입니다.

정말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기료가 올랐을까?

그런데 통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중요한 사실 하나가 눈에 띕니다. 미국의 전력 비용 상승 곡선은 생성형 AI의 시작점, Chat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보다도 훨씬 먼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당시의 주요 원인은 AI가 아닌 다른 곳에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폭등, 2021년 텍사스 한파로 인한 전력망 붕괴, 그리고 수십 년간 방치해 온 노후 인프라 교체 비용이었죠. 특히 배전 변압기의 경우 수요가 공급을 10%, 전력 변압기는 30%나 초과했고, 핵심 전력 설비의 납기는 2021년 50주에서 현재 120주 이상으로 길어졌는데요.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24년까지 5년간의 전기요금 인상에서 데이터센터 부하는 주된 원인이 아니었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AI가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반적인 구글 검색 한 번에 0.3Wh가 소모되는 반면, ChatGPT 요청 한 번에는 그의 10배인 약 2.9Wh가 들죠.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전력 소비를 살펴보면 가정용이 38%, 상업용이 36%, 산업용이 26%를 차지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이 중 상업용에 포함되어 전체의 약 4%에 불과합니다. 2028년에 최대 12%까지 늘어난다 해도 여전히 가정용의 3분의 1 수준이고요. 전기요금 전반을 뒤흔드는 유일한 변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

전력 안정이 가장 절실한 건 AI 빅테크다

오히려 AI가 전력 효율화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일찍이 2016년부터 AI를 활용해 자사 데이터센터의 냉각 전력 사용량을 40% 절감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전체 전력 사용 효율(PUE) 기준으로는 15% 개선에 해당합니다. 태양광, 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수급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조율하는 스마트 그리드에도 AI가 핵심적으로 활용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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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PUE

PUE(Power Usage Effectiveness)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건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IT 장비 에너지 사용량으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냉각·조명 등에 낭비되는 에너지가 적다는 의미입니다.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다름 아닌 빅테크 기업들 자신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단순히 전력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는데요. Microsoft는 Three Mile Island 원자로 재가동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Google은 태양광·배터리 스토리지 개발사 Intersect Power를 약 50억 달러에 인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PG&E는 이처럼 대형 부하가 추가될 경우 오히려 가정용 전기요금을 최대 2% 낮출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죠.

전기요금 문제에서 AI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동시에 해법의 일부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자리를 가로채는 AI 사원

인간을 대체하는 AI의 등장

한편, AI가 일터에서도 인간을 대체한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인 앤드루 양은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향후 12~18개월 내에 수백만 명의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2025년 여름 AWS가 인력 감축을 단행했고, 아마존 CEO 앤디 재시는 “AI 도입으로 인한 효율화로 향후 몇 년 안에 전체 사무직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연일 들려오는 AI로 인한 해고 소식과 채용 규모를 줄이는 기업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은 기업의 생산성은 오르지만 정작 우리가 일할 수 있는 곳은 적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섭니다.

정말 ‘대체’했는지 알아봅시다

그렇다면 실제 숫자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2025년 미국에서 발표된 해고 공고는 총 117만 건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인력 컨설팅 기업 Challenger, Gray & Christmas의 집계를 살펴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타나는데요. 전체 해고 공고 중 AI를 감원 사유로 명시한 비율은 고작 4.5%, 약 55,000건에 불과했습니다. 뉴욕주에서는 기업이 해고 공고서에 ‘기술 혁신·자동화’를 원인으로 체크할 수 있는 란이 새로 생겼지만 공고를 낸 160개 기업 중 단 한 곳도 해당란을 선택하지 않았죠.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대규모 테크 기업 해고 러시의 실제 배경은 코로나19 기간 동안의 과잉 채용과 이후 급격히 오른 금리, 그리고 수익성 재편 압박이었습니다. 물론 명시하지 않은 채 AI를 이유로 인력을 줄이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단순하게 AI가 감원의 유일한 주범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도 예상보다 훨씬 더딘 것으로 나타납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88%의 기업이 최소 하나의 업무 기능에 AI를 도입했지만, 3분의 1만이 전사적 확장 단계에 진입했고, AI를 완전히 전사 확장한 기업은 7%에 불과한 상태인데요. AI를 통해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6%에 불과했습니다. HBR이 전 세계 임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실제 AI 도입으로 이미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조직은 2%에 그쳤습니다. 도입은 했지만 실질적인 전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입니다.

AI의 기술적 능력과 실제 현장 적용 사이의 간극도 생각보다 큽니다. MIT 연구에 따르면 현재 AI는 이론상 미국 노동력의 약 11.7%에 해당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할 수 있다’와 ‘실제로 대체한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의료, 금융 등 고위험 산업에서는 AI 오류로 인한 법적·윤리적 책임 문제로 인해 Human-in-the-loop 방식이 사실상 필수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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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Human-in-the-loop

AI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사람이 개입하여 검토·승인·수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AI의 오류나 편향을 방지하고 법적·윤리적 책임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 금융, 법률 등 고위험 산업을 중심으로 표준적인 운영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AI, 일자리를 없애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는 흐름이 있는 한편, AI를 잘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인력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2024년 AI 성장이 직접 창출한 일자리는 약 119,000개로, AI로 인해 사라진 12,700개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설계·제조·엔지니어링 분야를 분석한 Autodesk AI Jobs Report에 따르면 채용 공고 내 AI 관련 언급은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었고, AI 엔지니어와 프롬프트 엔지니어 같은 신직군 수요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도 기술 변화가 새로운 직종의 노동 수요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어, AI로 인한 고용 충격은 궁극적으로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죠.

오늘날 미국 근로자의 약 60%는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고용 성장의 85% 이상이 기술 주도 일자리 창출에서 비롯되었죠.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지금의 불안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AI가 자리 잡아가는 과도기에 있는 건 확실합니다. 그래서 전기요금이나 구직난처럼 오랫동안 쌓여온 구조적 문제들이 AI라는 거대한 단어로 뭉뚱그려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AI만이 아닙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 에너지 지정학, 경기 사이클처럼 외부에서 작동하는 힘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AI로, 모든 해답도 AI로 풀어내려는 논의는 오히려 우리가 실제로 마주한 문제를 흐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변화가 만들어지는 그 중심에서, 공포도 맹신도 아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과도기를 현명하게 통과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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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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