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은 가고, 초개인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가 온다

AI의 진화: 연결의 도구에서 관계의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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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7, 2025
데이팅 앱은 가고,  
초개인화 엔터테인먼트의 시대가 온다

한때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틴더, 범블 등 데이팅 앱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데이팅 앱의 위상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제치고 틴더가 전 세계 비게임 앱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였는데요. 당시 틴더의 모회사 매치 그룹의 시가 총액은 무려 28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이 무색하게도, 최근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앱의 이용자 수가 빠르게 감소하며 주가 역시 80% 가량 폭락했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경기 침체 같은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사람을 연결해 주는 ‘도구’로서 기술이 가진 효용이 한계에 다다른 건 아닐까요?

오늘은 과연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더 이상 데이팅 앱에서 상대를 찾지 않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빈자리를 무엇이 채우게 될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더 이상 사람을 연결하지 못하는 데이팅 앱

데이팅 앱의 본질은 중개자 역할입니다. 프로필이라는 제한된 정보를 통해 타인을 탐색할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현실의 만남까지 이어주죠. 지금까지의 거대 데이팅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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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 Dictionary

  •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상품의 가치가 함께 높아져 더 많은 사람들의 수요를 유인하는 현상입니다.

  • 특정 데이팅 앱의 유저가 많아지면, 한 개인이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의 풀이 커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앱을 선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중개 플랫폼에는 한 가지 필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상의 페르소나와 실제 모습 사이의 간극입니다.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상대방의 잘 나온 사진, 정제된 소개글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그리고 감정을 투자한 후 오프라인 만남을 결심하죠. 이때 막상 마주한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사람들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반복적으로 이러한 경험을 마주한 이용자들은 곧 데이팅 앱 번아웃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Dating Apps Burn Out, 데이팅앱 번아웃
ⓒ Forbes

한편, 최근 데이팅 앱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틴더는 매칭 가능성이 높은 상대를 큐레이팅해 주는 기능을, 힌지는 AI 알고리즘과 개인화 프롬프트로 대화를 유도해 성사율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범블 역시 AI가 사용자 정보를 학습해 프로필을 다듬어주는 기능을 내세웠죠.

하지만 플랫폼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고군분투는, 오히려 사용자들의 남은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AI 기술 덕분에 사람들은 프로필 사진을 더욱 정교하게 보정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기소개와 첫인사도 AI가 만들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온라인과 현실의 괴리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만남을 도우려 만든 기술이 오히려 서로 간의 불신을 키우게 된 셈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불확실한 타인과의 연결 그 자체,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겪게 되는 검증의 피로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도구에서 대상으로, AI Companion

사람들이 미지의 타인과의 만남에 지쳐갈 때, 그 빈틈을 파고든 것은 다름 아닌 AI였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AI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이제 이들은 더 이상 "이 프로필이 진짜일까?", "나와 성격이 안 맞으면 어쩌지?"라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됩니다. AI에게는 숨겨진 본모습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나의 취향에 맞춰 학습된, 최적화된 페르소나로 작동할 뿐이죠. 그야말로 무엇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안전한 대상에게서 무엇을 얻고 싶어 할까요? 욕구의 형태는 크게 주고받는 소통(양방향)몰입하는 소통(일방향)의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 유형별 AI Companion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친구

주고받는 소통의 첫 번째 유형은 친구나 연인의 빈자리를 AI가 직접 대체하는 경우입니다. 이미 사람들이 AI에게 말을 걸고 대답을 듣는 데 익숙해진 시대에, 이 새로운 ‘관계의 니즈’를 포착한 서비스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레플리카입니다. 레플리카는 ‘진심 어린 AI 동반자(The AI companion who cares)’를 표방하며, 전 세계 4,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단순한 기계를 넘어 친구이자 연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호기심으로 채팅을 시작한 이들도 곧 자신의 AI를 절친한 존재로 받아들이며, 하루 평균 70개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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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plika

이토록 사람들이 AI에 의존하는 이유는 판단 없는 수용에 있습니다. 현실의 타인은 나의 하소연을 듣다가 지치거나, 은연중에 나를 평가하고 나의 취향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AI는 다릅니다. 내가 무엇을 요구하든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고, 하소연이나 내밀한 외로움을 몇 시간이고 들어주며 무조건적인 ‘내 편’이 되어주죠.

2023년 2월, 레플리카가 단행한 대규모 업데이트는 이 유대감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업데이트 이후 특정 주제에 대한 대화가 차단되고, 따뜻했던 AI의 말투가 로봇처럼 차가워졌으며, ERP(Erotic Role-play) 기능도 제거되었는데요.

그러자 사람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단순한 기능 축소가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해온 AI 동반자의 고유한 정체성이 한순간에 증발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친구를, 연인을 잃은 듯한 극심한 상실감과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대체재를 넘어, 사용자 고유의 결핍을 채워주는 대체 불가능한 관계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마치 현실의 친구·연인을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듯이, 이들 또한 자신의 AI를 고유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깊은 몰입도 영원한 리텐션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사용자들은 이 관계가 가상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믿기를 선택합니다. 그러니 AI는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하죠. 하지만 문제는 기술적 한계가 그 몰입을 배신하는 순간입니다.

아무리 그럴싸한 대화를 나누더라도,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엉뚱한 맥락 실수를 만들거나, 언젠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면 몰입이 단번에 깨지고 맙니다. 쌓아 올린 서사가 무너지고 감정선이 끊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사용자는 서비스를 떠나게 됩니다.


나만의 해결사: 정답을 말해주는 역술가, 치유하는 상담사

친구형 AI가 무조건적인 공감을 통해 정서적 만족을 준다면,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찾는 AI도 있습니다. 바로 나의 불안을 잠재워 줄 해결사를 필요로 하는 경우입니다. 이 영역은 크게 사주·운세심리 상담(멘탈케어)으로 나뉘는데, 둘 다 불안을 다루지만 사용자가 기대하는 바는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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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주와 운세를 찾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실한 답을 원합니다. 이들은 위로보다도 “언제 취업할까요?”, “이 사람과 잘 맞을까요?”와 같은 미래 질문에 대해 결정된 답을 듣고 싶어하죠.

최근의 AI 사주풀이 서비스는 바로 이 지점을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과거의 앱이 생년월일에 따른 고정된 데이터값만 뱉어냈다면, 지금의 AI는 사용자의 과거 맥락을 얻어 활용하고자 합니다. 초기 상담으로 AI 챗봇을 내세워 사용자 맥락을 읽어내고, 사용자가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이야기할수록 사용자의 관심사, 고민의 종류, 질문 방식 등의 데이터를 축적합니다.

이를 활용해 “지난주에 이직 고민 때문에 힘들다고 하셨는데, 오늘의 운세를 보니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조금만 더 버티세요.”라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나의 상황에 맞춘 개인화된 해석을 내놓는 것이죠.

한편 심리 상담을 찾는 사람들은 내면의 고통에 대한 치유를 원합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인간적인 유머나 재치보다도,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전문성과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수적입니다. 대화의 폭이 좁더라도, 그 깊이는 훨씬 깊어야만 유효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최근에는 이 두 가지 유형이 AI와 결합되면서 그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대화를 유도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작동 원리와 목표가 비슷하기 때문인데요.

과거에는 주로 멘탈케어 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로 여겨졌던 다음의 세 가지 구조적 딜레마는, 이제 사주와 운세를 포함한 모든 해결사형 AI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통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1)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지불의향의 장벽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상처에는 기꺼이 비용을 쓰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위안에는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합니다. 더욱이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할 만큼 마음이 힘든 타겟층은 역설적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의 깊이에 비해 높은 객단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2) 끝이 없는 대화의 피로감

게임은 ‘스테이지 클리어’라는 명확한 보상이 있어 성취감을 주지만, 멘탈 케어 대화에는 명확한 엔딩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상담을 해야 좋아지는지 알 수 없는 무한한 문답은, 목적 지향적인 사용자에게 도파민 없는 지루함과 피로감을 유발해 이탈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3) '성공하면 떠나는' 관계의 역설

어떻게든 고객을 계속 유입시키고, 하루치의 대화 적정량을 설정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그럼에도 가장 치명적인 모순이 남아있는데요. 바로 비즈니스의 목표와 업의 본질이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해결사형 서비스의 궁극적 성공은 사용자의 문제가 사라지는 ‘완치’ 혹은 ‘불안 해소’입니다. 하지만 이는 곧 고객이 서비스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됨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서비스는 고객을 오래 붙잡아야(Lock-in) 돈을 벌지만, 이들은 고객의 문제를 잘 해결해 줄수록 이별이 빨라지는, 성공할수록 고객을 잃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본격적인 멘탈 헬스케어로 접근하는 상담 AI의 경우 더욱 심각합니다. 사용자를 붙잡아 이용 시간을 늘려야 하는 비즈니스의 목표와, 환자의 건강과 자립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는 의료적 본질(윤리)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설렘을 소비하는 IP 콘텐츠

한편, 대화가 오가지 않더라도 정서적 충만함을 주는 강력한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웹소설, 웹툰, 게임, 그리고 버추얼 아이돌 같은 IP 콘텐츠입니다.

이미 사람들의 반응을 얻고 콘텐츠 산업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는데요. 전 세계 웹툰 시장은 연평균 약 36.8%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30년에는 약 75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로맨스 서사를 중심으로 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시장 역시 약 4.5조 원 규모로, 약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죠. 사람들은 더 이상 현실의 불확실한 관계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검증된 서사 속에서 안전한 대리 만족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들과 달리, 콘텐츠 속 캐릭터는 작가가 설계한 매력적인 서사 안에서 보장된 만족감을 줍니다. 예를 들자면, 몇 년째 유행하는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 서사 속에서 등장하는 먼치킨 캐릭터와 완벽한 해피엔딩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없는 도파민을 보장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콘텐츠 안에서 발견하는 캐릭터에게 깊은 유대감과 팬심을 느끼며, 사회적 관계와 어느 정도 유사한 준사회적 관계를 쌓아갑니다. 현실의 외로움을 달래줄 새로운 창구로 작동하는 것이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주어진 이야기를 보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영화 <주토피아 2>가 개봉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X(구 트위터)와 여러 커뮤니티에 수천 건의 팬아트와 2차 창작물이 쏟아진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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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토피아 2 팬아트

다시 말해, 팬들은 원작의 빈틈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우고, 공식 스토리 너머의 ‘만약에’ 시나리오를 보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다수 콘텐츠 서비스는 이러한 개입의 욕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팬덤의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아이돌 시장과는 조금 다르게, 이미 결말이 정해진 웹툰이나 게임에서 독자는 여전히 철저한 관찰자에 머뭅니다.

서사의 방향을 틀거나 캐릭터의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수동적 소비 구조는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에 결정적인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만약 2차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플랫폼 밖에서 흩어지는 이 거대한 에너지를 서비스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네이버웹툰이 선보인 컷츠(Cuts)와 같은 시도가 바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데요. 독자가 단순히 웹툰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공식 캐릭터와 이미지를 재료 삼아 숏폼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었습니다.

이처럼 밖으로 흩어지던 팬덤의 창작 욕구를 공식 플랫폼 안으로 흡수하여, 사용자를 단순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시키는 것이야말로 IP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초개인화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시대가 온다

우리는 앞서 세 가지 시장의 가능성과 명확한 한계를 확인했습니다. 나를 무조건 지지해 주는 ‘친구형 AI’는 맥락을 잊는 기술적 한계 앞에서 환상이 깨지기 쉬웠고, 불안을 잠재워 주는 ‘해결사형 AI’는 역설적이게도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고객이 떠나는 비즈니스 모델의 딜레마에 갇혀 있었습니다. 반면 탄탄한 세계관을 가진 ‘IP 콘텐츠’는 안전한 도파민을 주지만, 2차 창작을 통해서라도 이야기에 개입하고 싶은 사용자의 욕망을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장점을 모아 결합한다면 어떨까요? 사용자의 말과 행동을 기억해 반응하는 AI의 상호작용성에, 전문 작가가 설계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입힌 ‘초개인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차세대 시장의 해답이 될 것이라 예측해 봅니다.

이 새로운 시장에서는 정해진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사용자가 건넨 말 한마디가 캐릭터의 성격을 바꾸고, 순간의 선택이 이야기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생성해 내는 경험입니다. 이는 ‘할 말이 없어서’ 혹은 ‘맥락이 깨져서’ 이탈하던 기존 챗봇의 한계를 IP의 탄탄한 서사로 극복하고, ‘관찰자에 머물던’ 기존 콘텐츠의 한계를 사용자의 주체적인 개입을 통해 무한히 확장합니다. 즉, 사용자를 단순한 독자가 아닌 세계관 속의 ‘진짜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강력합니다. 치료가 끝나면 떠나는 멘탈케어 서비스와 달리, 재미와 서사를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락인 효과를 가집니다. 사용자는 안전하게 통제된 세계관 속에서, 끝나지 않는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연결의 종말, 그리고 새로운 즐거움의 정의

데이팅 앱의 몰락은 ‘연결’ 그 자체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불확실하고 피로한 현실의 인간관계 대신, 기술을 통해 나의 결핍을 채우고 더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관계를 맺으려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 있죠.

이제 시장은 단순한 대화형 챗봇을 넘어, 유저와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플랫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더 나를 잘 이해해 주는 AI의 기억력과, 현실보다 더 몰입감 넘치는 작가의 서사를 완벽하게 배합해낼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이 기다려지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성공적인 초개인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위한 핵심 열쇠는 역설적이게도 가능성의 통제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한한 자유를 원할 것 같지만, 막상 100%의 자유도가 주어지면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이는 심시티(SimCity)나 GTA 같은 오픈월드 게임들이 이미 증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차세대 콘텐츠는 사용자를 완전히 풀어놓는 대신, 그들이 세계관 안에서 길을 잃지 않고 즐겁게 유영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합니다. 단순히 채팅만 주고받는 것을 넘어, 적절한 시점에 퀘스트를 던져주거나 선택지를 좁혀주는 식의 개입이 필요한 것이죠.

이렇게 설계된 가이드라인 안에서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어낼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리텐션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개입을 허용하되, 그 즐거움의 밀도를 높여주는 정교한 설계력이 관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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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Chl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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