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Kakao Ventures
카카오벤처스는 ICT 서비스, 딥테크,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합니다.
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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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는 AI 에이전트, 오픈클로를 비롯한 범용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올랐는데요. 사실 에이전트가 화두에 오를 때면 가장 먼저 시도해 보는 영역이 있었습니다. 바로 커머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과연 AI 에이전트가 내 취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최적의 물건을 알아서 가져다준다면 우리는 더 이상 쇼핑몰 앱을 열어 스크롤 할 필요가 없어질까요?
얼핏 보면 단순하게 기술의 변화에서 비롯된 미래를 예측해 보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UX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오늘은 AI 시대에 쇼핑 UX가 어떻게 분화되는지, 그리고 그 틈새에서 스타트업이 잡아야 할 기회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기존의 커머스 UX가 사용자가 더 많은 선택지를 편하게 비교하도록 돕는 탐색의 UX였다면, 이제는 AI에게 판단을 맡기는 위임의 UX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간이 직접 물건을 둘러보고 선택했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원하는 의도만 입력하면 AI가 그에 맞는 제품을 직접 찾아 눈앞에 대령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이 흐름만 보면 커머스의 미래는 제법 명확하게 그려집니다. AI에게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알아서 찾고, 결제까지 해주는 세상. 머지않아 그런 세상이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커머스의 세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모든 효율이 극대화되는 시점에도 인간은 여전히 손가락을 움직여 스크롤을 내리고 물건을 고릅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가 상상하기에 AI는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 정보의 홍수, 제품의 바다에서 나의 니즈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을 찾아주는 건 AI가 특화된 부분이라고 하니까요.
이렇듯 AI가 쇼핑을 완전히 대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영역도 분명 존재합니다. 샴푸, 세제, 화장지처럼 매번 새로 고를 필요 없이 반복 구매하는 생필품이 대표적인데요. 이 경우 사람들은 더 좋은 선택지보다도 반복 구매의 귀찮음을 덜어내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구매 주기를 알아서 예측하고,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채워준다면 어떨까요?
할인과 더불어 자동 재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Amazon Subscribe & Save가 이 방향의 초기 형태입니다. 인간의 개입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UX가 좋아지는 영역이죠. AI 에이전트가 고도화될수록 사용자 대신 AI가 직접 구매까지 대신해 주는 날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복 구매가 아닌 쇼핑도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는 목적 없이 물건들을 둘러보는 탐색 행위를 헤도닉 브라우징(hedonic browsing)이라 부릅니다.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는 것과는 별개로, 찾고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독립적인 즐거움을 준다는 개념입니다.
이렇듯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며 고르는 과정의 만족감은 단순히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인데요. 사람들은 이 즐거움을 AI에게 쉽게 내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헤도닉 브라우징은 발견에 대한 기대감으로 계속 손가락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AI 에이전트가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즐거움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쇼핑 영역은 인간의 손을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탐색하고 고르는 쇼핑이라 해도, 그 안에서 모두가 쇼핑을 동일하게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취향의 예측 가능성에 따라 소비자를 안정형과 트렌드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AI가 쇼핑 UX에 침투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유형마다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여기 Alex라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Alex는 옷을 고를 때면 특정 브랜드를 먼저 찾습니다. 선호하는 핏이 명확하고, 추구미가 뚜렷해서 그에 맞는 스타일을 반복적으로 선택합니다. 취향이 확고한 안정형 소비자의 전형이죠. 그가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예측하는 건 비교적 쉽습니다.
특히 3040 혹은 남성 소비자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 유형에게, 쇼핑은 설레는 탐색보다 합리적인 선택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취향에 맞는 상품을 잘 고르고 싶지만, 고르는 데 드는 에너지는 줄이고 싶어하죠.
이 경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AI 추천이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과거 구매 이력, 열람한 상품, 재구매 패턴 등 이미 쌓인 데이터가 미래 취향을 높은 확률로 반영하여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AI의 역할은 탐색의 수고를 줄이되, 선택권은 사용자에게 남겨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산 바지와 어울리는 셔츠”, “당신이 자주 찾는 핏의 새 시즌 상품” 처럼 후보군을 좁혀주면, 사용자는 짧은 탐색 안에서도 내가 골랐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소비자, Bella는 어떨까요? Bella는 취향이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무언가를 착용하는 순간, 트렌드를 감지합니다. 뚜렷한 선호보다는 새롭게 유행하는 것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데 재미를 느낍니다. 1020 혹은 여성을 중심으로 이러한 트렌드형 소비자에게 쇼핑은 즐거운 탐색 그 자체입니다.
이들에게 AI 추천 시스템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추천의 핵심 전제인 “과거 데이터가 미래 취향을 반영한다”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달 전의 구매 이력이 오늘의 취향과 전혀 무관할 수도 있고, 데이터를 쌓을수록 오히려 이미 지나간 취향을 반영하는 낡은 정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당신이 지난번에 산 것과 비슷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트렌드에 뒤처진 제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AI는 제품 추천이 아닌 제품 구매를 설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취향을 예측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의 구매 욕망을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가장 핫한 아이템”, “이미 3,200명이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이 색상 단 2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처럼 FOMO(Fear Of Missing Out)를 정교하게 자극하는 언어와 구조가 핵심입니다.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지금 사고 싶게 만들 것인가’를 설계하는 영역으로, 여기서의 AI 경쟁력은 추천의 정확도가 아닙니다. 구매 욕망이 가장 고조되는 순간에 정확히 개입하는 타이밍과 심리적 설계 능력이 가장 중요하죠.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이 변화 속, 어디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까요?
재구매 자동화는 매력적인 영역처럼 보이지만, 스타트업이 정면으로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구매 주기 예측, 재고 관리, 정기 배송 실행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방대한 물류 인프라와 수억 건의 거래 데이터를 갖춘 아마존, 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게임이죠. 자본과 인프라로 정면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AI 스타트업이 주목해야 할 영역은 오히려 AI가 고도화되어도 사람들이 여전히 직접 탐색하고 고르는 영역입니다. 대형 플랫폼은 취향 안정형과 트렌드형 소비자 모두를 커버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려 합니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특정 유형의 소비자에게 충분히 깊이 들어가지 못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트업이 그 빈틈을 채울 수 있죠.
취향 안정형 소비자를 위한 추천 UX는 의외로 적은 데이터로도 높은 정확도를 낼 수 있는 영역입니다. 나를 정말 잘 아는 쇼핑 경험을 한 번 제공하면, 그 경험 자체가 플랫폼 락인으로 이어집니다. 취향을 학습하는 데 들인 시간이 곧 전환 비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트렌드형 소비자를 위한 설득 UX는 심리와 타이밍의 게임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건 데이터 인프라가 아니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빠른 실험 역량입니다. 어떤 맥락에서, 어떤 언어로, 어떤 심리적 자극을 줄 때 구매 욕망이 가장 고조되는지를 대형 플랫폼보다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팀이 이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유형에 따라 UX는 분화되고, 그 간극은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쇼핑 에이전트로 모든 게 자동화될 것이라는 상상은 현실에서 온전히 통하지는 않았습니다. UX 문법이 변하고 있지만, 결국 본질적인 행위의 특성과 고객의 유형에 집중하며 AI를 활용해 나가야 합니다.
이는 커머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커머스는 사람이 무언가를 선택하는 행위 중 AI 도입이 가장 빠르게 일어난 영역인데요. 그렇기에 여기서 얻은 교훈, 즉 기술이 바뀌어도 행위의 본질과 사람의 유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사람의 선택이 개입되는 모든 영역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변화하는 기술 속에서도 그 본질을 끝없이 파고드는 팀이 진짜 기회를 잡을 것입니다. 본질을 찾기 위한 스타트업의 여정을 카카오벤처스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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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ofia & Chl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