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Kakao Ventures
카카오벤처스는 AI 서비스, 딥테크,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합니다.
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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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 봅시다.
먼저 질병이 왜 생기는지 연구하고, 약이 작용할 표적을 찾습니다. 표적이 정해지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세포와 동물 실험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합니다. 이 관문을 넘으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치고, 허가까지 받아야 비로소 약이 시장에 나옵니다.
최근 이 과정에 AI가 빠르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방대한 논문과 생물학 데이터에서 새로운 타깃을 찾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특정 단백질에 붙는 분자를 설계합니다. 흔히 말하는 'AI 신약개발'입니다.
이 흐름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TechBio입니다. 얼핏 보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오래 써온 Biotech의 순서만 바꾼 말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둘은 분명히 다른 개념입니다.
전통적인 Biotech가 만드는 것은 신약이라는 물질 자산입니다. 후보물질을 찾아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의약품으로 키우고, 기업가치는 어떤 후보물질을 가졌는지, 임상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따라 움직입니다.
AI를 쓴다고 이 구조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A사가 AI로 새로운 항암제 후보물질을 찾았다고 해보죠.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회사의 핵심 자산은 그 항암제이고, 기업가치는 임상 결과에 따라 출렁입니다. 여기서 AI는 약을 더 잘 만들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TechBio에서는 기술의 위치가 다릅니다. B사가 후보물질의 독성을 예측하는 AI를 만들어 제약사들에 제공한다고 해봅시다. 한 고객은 항암제를, 다른 고객은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지만 B사의 기술은 양쪽 모두에 쓰입니다. B사가 파는 것은 약이 아니라 약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한 줄로 줄이면, 약이 핵심 자산이면 Biotech, 약을 만드는 기술이 핵심 자산이면 TechBio입니다.
현실의 기업이 두 유형으로 딱 나뉘지는 않습니다. 기술을 팔면서 직접 신약도 개발하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TechBio는 다시 두 갈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Pure TechBio는 AI 모델, 데이터, 소프트웨어, 실험 플랫폼 같은 기술 자체를 여러 제약사와 연구기관에 판매합니다. 고객이 어떤 질병의 약을 만들든 같은 기술을 반복해서 적용합니다.
Hybrid TechBio는 기술을 외부에 제공해 매출을 내면서, 같은 기술로 자체 파이프라인도 쌓습니다. 자체 신약이 성공하면 기술 판매보다 큰 가치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단백질 설계 AI를 가진 회사가 플랫폼만 제공하면 Pure, 같은 AI로 자체 항암제까지 개발하면 Hybrid에 가깝습니다. 결국 기업의 성격을 가르는 것은 AI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자산으로 삼고, 어떻게 돈을 버느냐입니다.
TechBio라고 하면 여전히 AI가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는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실제로 저분자, 단백질, RNA·유전자치료제의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기업이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여러 신약개발에 반복해서 쓰는 기술'로 정의하면 범위는 훨씬 넓어집니다. 신약개발에는 후보물질 설계 말고도 풀어야 할 문제가 곳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연구할지 정하려면 논문과 데이터를 뒤져야 하고, 찾아낸 후보물질은 실험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투여하기 전에는 독성을 확인해야 하고, 마지막에는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환자를 모아야 합니다. 모두 기술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기술을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은 이 중 첫 번째 단계일 뿐입니다. 나머지 세 단계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을 만들기 훨씬 전부터 시작됩니다. 어떤 질병의 어떤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을지 정하려면 수많은 논문과 실험 데이터를 뒤져야 하고, 그럴듯한 가설을 세운 뒤에도 실제 실험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연구자가 정보를 찾고 분석하고 실험하는 이 과정 자체를 돕는 도구와 인프라가 하나의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생의학 논문과 데이터는 연구자 한 명이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쌓입니다. 이를 사람이 일일이 읽고 대조하는 대신, AI가 관련 문헌과 데이터를 분석해 가설을 세우고 다음에 해볼 실험을 제안하는 것이 이 영역입니다. Edison Scientific의 AI 연구 시스템 Kosmos는 연구 질문이 주어지면 관련 문헌과 데이터를 스스로 탐색하고 분석합니다. Causaly는 공개된 생의학 지식과 제약사 내부 데이터를 연결해, 연구자가 미처 보지 못한 표적이나 가설을 찾도록 돕습니다. 두 회사 모두 약을 직접 만들지 않고, 약을 연구하는 사람이 쓰는 도구를 팝니다.
좋은 AI 모델이 있다고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이나 유전체 분석 모델을 돌리려면 고성능 GPU와 대용량 데이터 처리 환경을 갖춰야 하고, 모델마다 설치하고 관리할 전문 인력도 필요합니다. 규모가 작은 바이오 기업이나 연구실에는 적지 않은 진입장벽입니다. Tamarind Bio는 여러 바이오 AI 모델을 클라우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연구자는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필요한 모델을 골라 연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설계한 분자는 아직 가설일 뿐입니다. 실제로 만들어 테스트해 봐야 쓸모를 알 수 있습니다. 차세대 실험실은 소프트웨어와 자동화 장비로 이 과정을 빠르고 반복 가능하게 만듭니다. Adaptyv Bio는 고객이 컴퓨터로 설계한 단백질을 자동화된 실험실에서 합성하고 테스트한 뒤, 그 결과를 데이터로 돌려줍니다. 이 데이터는 다시 AI 모델을 개선하는 데 쓰일 수 있어, 설계와 검증이 하나의 고리로 이어집니다.
후보물질을 찾았다고 모두 다음 단계로 가지는 못합니다. 세포에서 기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거나, 뒤늦게 독성 문제가 발견되어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가능한 모든 조건을 실험으로 확인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결과를 먼저 계산해 보려는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약이 효과를 내는지는 세포 수준에서 드러납니다. 특정 유전자를 끄거나 약물을 넣었을 때 세포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봐야 하죠. 가상 세포는 이 반응을 데이터와 AI로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조합이 너무 많아 실험으로는 다 확인할 수 없는 경우를 컴퓨터 위에서 먼저 걸러내는 것입니다. Tahoe Therapeutics는 세포 하나하나의 상태를 측정한 대규모 단일세포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약물에 대한 세포 반응을 모델링합니다. 실험 대신 "이 조건에서 세포는 어떻게 변할까?"를 계산하는 셈입니다.
효과만큼 중요한 것이 안전성입니다. 약은 몸에 들어가 흡수되고(Absorption), 여러 조직으로 퍼지고(Distribution), 간 등에서 분해되고(Metabolism),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Excretion). 여기에 독성(Toxicity)까지 더해 ADMET라고 부르는데, 이 특성이 나쁘면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약이 될 수 없습니다. Inductive Bio는 분자 구조만 보고 ADMET 특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합니다. 합성하기 전에 문제가 될 분자를 미리 걸러낼 수 있는 것이죠. Quris AI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인간 세포로 장기의 기능을 흉내 낸 작은 칩, 즉 장기칩에서 얻은 데이터를 머신러닝과 결합해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합니다.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들어맞지 않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입니다.
이외에도 실험 전에 결과를 먼저 계산하려는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 등장하고 있으며, 국내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내 테크바이오 기업 포트래이는 암 조직 속 세포의 위치와 상호작용까지 담은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약물이 실제 환자의 암 조직에서 어떤 효과를 낼지 미리 예측합니다.
이 회사들은 단순히 신약이 아닌, 신약 개발을 위해 무엇을 실험하고 다음 단계로 가져갈지 판단하는 근거를 만드는 것입니다.
전임상을 통과한 후보물질은 드디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갑니다. 신약개발에서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단계입니다. 어떤 환자를 몇 명 모을지, 어떤 지표로 효과를 측정할지, 어느 병원에서 진행할지 하나하나 정해야 하고, 설계가 조금만 어긋나도 환자 모집이 늦어지거나 효과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과거 임상시험 기록과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조건의 환자가 적합한지, 어느 기관에서 환자를 빨리 모을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임상시험 계획서인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환자 모집을 돕는 것이 이 영역입니다. Lindus Health는 임상시험의 설계부터 운영까지를 기술 기반으로 대행합니다.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은 복잡한 임상 운영을 맡기고 약 개발 자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가상 환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상 결과 자체를 미리 시뮬레이션합니다. QuantHealth는 방대한 환자 데이터와 질병 모델을 이용해, 환자 특성과 치료제 조합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합니다. 실제 임상을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환자군과 조건을 비교해 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설계를 고르는 데 쓰입니다.
앞서 본 가상 세포와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가상 세포가 "이 약을 넣으면 세포가 어떻게 반응할까?"를 묻는다면, 가상 환자는 "이런 환자에게 이 약을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를 묻습니다.
신약개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면, 기술이 들어갈 자리는 후보물질 설계에만 있지 않습니다. 연구 단계에서는 문헌을 분석해 가설을 세우는 AI와 모델을 돌릴 인프라, 설계한 분자를 직접 만들어 테스트하는 자동화 실험실이 쓰입니다. 검증 단계에서는 세포 반응과 약물 안전성을 실험 전에 예측하는 모델이 쓰입니다. 임상 단계에서는 시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 쓰입니다.
각 단계의 기업들은 하는 일이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특정 신약 하나의 성패에 기대지 않고, 여러 신약개발에서 반복해서 쓰이는 기술을 제품으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TechBio의 기회는 새로운 AI 모델의 등장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신약 하나가 만들어질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를 찾아, 여러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바꾸는 곳에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후보물질을 찾는 일뿐 아니라 연구하고, 실험하고, 검증하고, 임상하는 과정까지 기술의 대상이 되는 이유입니다.
결국 신약개발에서 기술의 역할이 넓어진다는 것은 더 많은 회사가 직접 약을 만들게 된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약을 만드는 회사가 더 잘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역시 하나의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TechBio가 넓어질수록 신약개발의 각 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지가 새로운 기회를 찾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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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o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