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Kakao 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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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로 미리 보는 오늘의 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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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수많은 데이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국방·금융 등 민감한 영역부터 메신저나 플랫폼 같은 일상적인 영역까지 많은 데이터들이 암호화된 채로 오갑니다. 그렇기에 암호화는 디지털 사회의 신뢰를 지탱하는 기본 장치이고, 지금의 암호 체계가 안전한가는 항상 중요한 이슈입니다.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RSA·ECC 같은 현재의 공개키 암호를 기존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업계는 그 시점을 Q-Day라 부릅니다.
Q-Day는 아직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합니다. Global Risk Institute의 2025년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암호학적으로 유의미한 양자컴퓨터(CRQC) 등장 시점을 10년 내 28~49%, 15년 내 51~70%로 예측했습니다. 예측 범위 자체가 넓다는 것이 시점의 불확실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만 머물면 중요한 것을 놓칩니다. Q-Day는 암호가 깨지는 날이지, 양자 리스크가 시작되는 날은 아닙니다. 위협은 그보다 훨씬 먼저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양자컴퓨터가 언제 오는가가 아니라, 그날이 오기 전까지 무엇이 쌓이고 있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Harvest Now, Decrypt Later.”
지금 수집하고 나중에 복호화 한다는 뜻입니다.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고자 하는 공격자는 오늘 당장 암호를 풀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오가는 암호화된 트래픽을 가로채 저장해두고, 훗날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그때 풀면 됩니다. 공격 시점과 피해 시점이 분리되는 구조인 것이죠.
이 구조가 까다로운 이유는 지금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고 데이터는 여전히 암호화돼 있어, 누군가 데이터를 수집해갔다는 사실조차 발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Q-Day 이후 이 영역들이 현실의 위험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국가 기밀, 유전체 정보, 장기 보존이 필요한 연구 데이터처럼 오래 보호해야 하는 데이터일수록 지금의 암호화만으론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포스트 퀀텀 암호화는 미래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일례로 Cloudflare는 수년 전부터 웹사이트와 API의 포스트 퀀텀 전환을 진행해왔고, 최근에는 상당한 트래픽을 포스트 퀀텀 방식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등장 이전에도 공격자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암호 체계 전환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구조 자체가 현재의 리스크이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래밍 업계에서는 Technical Debt, 기술 부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생산성과 마감을 위해 급하게 작성한 코드가 당장은 문제없어 보여도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해져 나중엔 이자처럼 불어난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개념을 암호화 시스템에도 차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암호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교체가 필요합니다.
특히 암호화는 서버·네트워크·데이터베이스·인증·외부 연동 등 시스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전환을 미룰수록 관련된 의존성과 변경 범위가 커지고 비용과 복잡성도 증가합니다.
이렇게 포스트 퀀텀 전환을 미루면서 누적되는 비용과 위험을 Quantum Debt, 양자 부채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기술 부채는 리팩터링으로 결국 갚을 수 있지만, 양자 부채엔 이미 수집·저장된 과거 데이터가 포함됩니다. 이 데이터가 Q-Day 이후 복호화되면 이미 노출된 정보는 다시 비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기술 부채가 미래의 비용을 키우는 문제라면, 양자 부채는 미래의 비용과 과거 데이터의 비가역적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Quantum Debt는 언제 쌓일까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는 날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양자 보안 분야에서 자주 활용되는 ‘모스카의 부등식’은 이 문제를 간단하게 보여줍니다.
X는 데이터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뜻합니다. Y는 현재 시스템을 포스트 퀀텀 암호(PQC)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Z는 현재 암호를 깨뜨릴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기까지 남은 시간입니다.
데이터를 보호해야 하는 기간과 시스템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의 합이 양자 위협까지 Q-Day까지 남은 시간보다 길다면, 이미 늦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 변수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Z는 알기 어렵습니다. Q-Day가 정확히 언제 올지에 대해 확률적인 예측은 가능하지만, 특정 시점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반면 X와 Y는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데이터가 얼마나 오래 보호돼야 하는지, 전환에 얼마나 걸리는지는 조직이 스스로 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예측 불가능한 Z를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Z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X와 Y부터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와 주요 보안 표준에서도 포스트 퀀텀 전환을 먼 미래의 과제로만 다루지 않습니다. 규제 시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CNSA 2.0과 NIST의 관련 가이드라인 역시 포스트 퀀텀 전환을 구체적인 일정과 조달·교체 계획이 필요한 장기 전환 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즉, 양자컴퓨터의 시계를 정확히 읽는 것보다 우리 조직의 전환 시계를 먼저 읽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데이터가 같은 양자 리스크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X와 Y를 실제 데이터에 적용해보면 영역별 차이가 더 선명해집니다. 여기에 현재 공격자가 해당 데이터를 노릴 유인까지 함께 보면 어떤 데이터부터 전환해야 하는지도 보입니다.
즉, 어떤 데이터가 위험한지를 판단하려면 단순히 “양자컴퓨터에 취약한가”만 볼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보호해야 하는지, 전환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그리고 지금 누군가가 그 데이터를 가져갈 이유가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국방·안보는 X가 매우 긴 대표적인 영역입니다. 국가 기밀·군사 정보는 수십 년 뒤에도 비밀이어야 하므로, 오늘 수집된 데이터도 HNDL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여기에 특정 국가·조직이 의도적으로 노리는 표적화 강도까지 높아, 노출 경로 자체는 제한적이어도 위험도는 큽니다.
Y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방 시스템은 장기 운용 레거시 인프라와 복잡한 인증·키 관리 체계, 다수 시스템 간 연동으로 구성돼 암호 체계를 일괄 교체하기 어렵습니다. X와 Y가 모두 길고 현재 표적화 가능성까지 높다는 점에서, 양자 부채 해소를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바이오·유전체 역시 X가 매우 깁니다. 유전정보는 시간이 지나도 개인 민감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오늘의 암호가 미래에도 안전해야 합니다.
Y도 문제입니다. 이런 데이터는 연구기관·병원·제약사·클라우드 등 여러 시스템에 분산 저장돼, 어디에 무슨 암호로 보호되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전환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McKinsey는 헬스케어·제약 데이터를 국가안보 기록과 함께 기밀성이 수십 년, 사실상 영구에 가깝게 요구되는 데이터군으로 분류했습니다. X와 Y가 모두 길어, Q-Day 시점을 몰라도 전환 계획부터 세워야 하는 데이터입니다.
금융·디지털 자산은 접근이 다릅니다. 모스카의 부등식이 보호 기간과 전환 시간을 다룬다면, 금융에서는 암호가 깨졌을 때 무엇이 무너지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금융 데이터 전체가 수십 년간 비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서명·인증에 쓰이는 공개키 암호는 기밀성 이상의 역할, 즉 누가 자산을 통제하는가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여기선 X, Y뿐 아니라 암호 붕괴 시 피해의 성격까지 봐야 합니다. 이는 소유권의 신뢰 자체를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양자 노출 규모도 구체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는 공개키가 노출된 비트코인을 약 700만 BTC로 추정합니다. 디지털 자산에서 양자컴퓨터는 데이터를 읽는 기술이 아니라 소유권을 다시 묻는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데이터에 동일한 속도로 PQC를 적용하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X가 길고 Y가 크며, 현재의 표적화 가능성이나 암호 의존성이 높은 데이터부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모스카의 부등식을 실제 조직의 전환 계획에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양자 부채는 새 데이터가 생성되고 새 서비스가 기존 암호 체계에 연결될 때마다 계속 커집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조직이 자신의 시스템 안에서 암호가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세대 해시 함수 SHA-1의 폐기 과정이 같은 교훈을 줍니다. 새 알고리즘을 정하는 일과, 운영체제·브라우저·서버·인증서·애플리케이션이 얽힌 기존 시스템에서 오래된 알고리즘을 완전히 걷어내는 일은 전혀 다른 난이도였습니다. 포스트 퀀텀 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Cloudflare는 2019년부터 전환을 준비해 2022년부터 웹사이트와 API에 포스트 퀀텀 암호화를 적용했습니다. 포스트 퀀텀으로 보호되는 트래픽 비중은 2024년 초 2%에서 2026년 2월 60%대까지 올라왔고, 2029년까지 전체 전환을 완료한다는 로드맵도 공개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Q-Day 시점을 확신해서가 아니라, 전환 자체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기에 먼저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많은 기업은 계획과 실행 사이에 큰 격차가 있습니다. DigiCert의 2026년 조사에서 전환 계획을 세운 기업은 87%였지만 실제 배포한 기업은 7%에 그쳤습니다. 이 간극이 바로 양자 부채가 쌓이는 지점입니다.
모든 기업이 지금 당장 모든 암호를 바꿔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입니다. 어떤 데이터가 있고, 언제까지 보호되어야 하며, 전환에 얼마나 걸리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엔 암호를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여기 필요한 능력이 암호화 알고리즘을 신속히 교체할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 Crypto Agility입니다.
예전엔 암호가 바뀌는 일이 예외적 사건이었지만, 앞으로는 새 암호의 등장과 기존 암호의 폐기를 시스템 설계의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합니다. 어떤 암호를 쓰느냐보다, 필요할 때 바꿀 수 있는 구조인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양자 부채가 쌓이는 속도를 늦추고 이미 쌓인 부채를 줄이는 이 능력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언제 오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오늘도 새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암호화되며, 기존 시스템에 새 의존성이 쌓입니다. 그중 일부는 수십년 뒤에도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Q-Day를 기다리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합니다. 우리 데이터는 언제까지 보호되어야 하는가, 포스트 퀀텀 전환에 얼마나 걸리는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양자 부채를 쌓고 있는가.
특히 스타트업에게 이 질문은 더 중요합니다. 시스템이 아직 크지 않고 레거시도 많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암호화 구조와 데이터 흐름을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작은 결정 하나로 가능한 Crypto Agility가 회사가 성장한 뒤에는 수년이 걸리는 전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언제 올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그날을 맞이할 시스템을 지금 어떻게 만들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Q-Day를 예측하는 것보다, 지금 쌓이는 Quantum Debt을 관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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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o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