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Kakao Ventures
카카오벤처스는 AI 서비스, 딥테크,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 분야에서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합니다.
3줄로 미리 보는 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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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는 연속 학습 기록인 스트릭(streak)과 일일 목표의 관계를 바꾸는 A/B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기존에는 그날의 목표량을 모두 채워야 스트릭이 유지됐지만, 테스트에서는 둘을 분리해 한 수업만 완료해도 스트릭이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만약 듀오링고가 사용자의 언어 학습 목표량 충족라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의아한 시도입니다. 목표를 끝까지 달성하지 않아도 스트릭을 유지할 수 있게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14일 뒤에도 학습을 이어가는 학습자 비율은 3.3%, 스트릭을 보유한 학습자 비율은 10.5% 늘어난 것이죠. 사용자들의 일일 목표를 달성하는 학습자는 줄었지만 사용자들은 더 높은 리텐션을 보인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가 듀오링고에서 외국어 학습이라는 기능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스트릭을 이어간다는 경험 자체를 가치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루의 언어 학습량보다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앱을 다시 여는 이유였고, 듀오링고는 그 확신이 목표량에 가로막히지 않게 만든 것이죠.
이는 듀오링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B2C 비즈니스에서 기업이 파는 것과 소비자가 실제로 소비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기업은 다양한 기능을 팔지만 고객은 기능만이 아닌 감정적 보상을 소비합니다. 이런 감정적 보상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감정적 가치라고 하면 광고의 분위기나 브랜드 호감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감정적 가치는 제품을 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구체적인 보상입니다. 진전을 확인하고, 상태를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고, 인정받고, 그 시간 자체를 즐기는 경험이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고객이 이 중 어떤 보상을 얻는지 가려내는 기준은 그 보상이 어느 순간에 발생하느냐입니다.
다섯 가지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닙니다. 한 제품에서 여러 보상이 함께 작동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 제품에서 고객이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얻는 보상이 무엇인지는 가려낼 수 있고, 그것이 사업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보상이 정해지면 제품 투자, 마케팅 메시지, 가격 판단의 기준이 따라옵니다.
앞에서 본 듀오링고가 성취감의 사례입니다. 고객이 사는 것은 수업 자체보다 ‘노력이 쌓이고 있다’는 확신이고, 이 확신은 자신의 목표나 어제의 자신과 비교해 진전과 지속을 확인하는 순간 생깁니다. 완료 횟수를 늘리는 것과 고객이 자기 진전을 알아보게 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그래서 제품은 진전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장치와 달성 가능한 목표, 즉각적인 피드백에 투자해야 하고, 마케팅은 ‘노력이 쌓이고 있다’는 약속을 내걸어야 합니다. 수익모델에서는 지속적인 진전 지원이 구독료를 낼 이유가 되는지를 따집니다. 진전이 보이지 않는 구간에서 고객이 빠져나간다면, 기능이 아니라 진전을 보여주는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스마트링 ‘오라링’은 수면과 활동, 생체 신호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제품이 제공하는 생체 데이터가 많을수록 사용자는 더 만족할까요?
오라링을 쓰는 고령 사용자를 연구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사용자 20명에게 한 달간 일지를 쓰게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라링의 사용자들이 만족을 느낀 지점은 수면 점수 같은 생체 데이터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사용자의 만족은 내 몸의 상태를 내가 알고, 그에 맞춰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는 감각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반대로 데이터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거나 지시처럼 느껴질 때는 혼란스럽고 간섭받는다고 느꼈습니다.
통제감은 불확실한 상태를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이 분명해질 때 생기는 보상입니다. 측정 항목을 늘리기보다 해석과 대응 안내, 개인화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케팅도 ‘더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내 상태를 알고 대응할 수 있다’를 약속해야 하고, 수익모델에서는 고객이 숫자가 아니라 해석과 지원에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노트는 어디서나 살 수 있고 기능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작가와 예술가의 창작 도구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는 노트 브랜드인 몰스킨의 제품을 고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노트가 아니라 ‘기록하고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모습을 삽니다. 정체성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내가 속하고 싶은 집단을 제품으로 확인하거나 드러낼 때 생기는 보상입니다.
기능 차이로는 설명되지 않는 선택이므로 초점은 브랜드가 담는 의미와 디자인에 가야 합니다. 마케팅은 ‘나를 표현하는 선택’을 약속하고, 수익모델에서는 이 자기 일치가 프리미엄으로 이어지는지, 즉 기능이 비슷한 대안보다 높은 가격을 고객이 기꺼이 받아들이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체성이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라면 사회적 인정은 ‘중요한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입니다. 명품이 대표적입니다. 오라링이나 운동·회복 상태를 추적하는 웨어러블 WHOOP도 이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제품을 착용하는 모습은 제품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운동과 수면, 회복까지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보상은 노출을 늘린다고 커지지 않습니다. 제품은 신호와 희소성, 유통을 관리해야 하고, 마케팅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향해야 합니다. 수익모델에서 먼저 볼 것은 가격과 유통이 신호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지입니다. 인정받는 경험이 제품 구매나 유료 이용을 지속할 이유가 되는지 확인해야 하죠. 고객이 실제로 인정받는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선택과 지불로 이어졌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금요일 저녁, 씻고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한 뒤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의 다음 화를 이어 보는 시간을 떠올려 봅시다. 즐거움은 영상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익숙한 순서를 따라 한 주를 마무리하고,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도 만족의 일부입니다. 이때 구독료는 영상에 접근하는 비용이면서, 매주 돌아오는 즐거운 시간을 유지하는 비용이기도 합니다.
의식과 즐거움은 소비를 준비하고 경험하는 과정 자체에서 얻는 보상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이 무엇을 소비하는지뿐 아니라, 언제 어떤 순서로 즐기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넷플릭스의 이어보기는 지난주에 즐기던 시간을 쉽게 이어가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커피 브랜드라면 원두를 고르고 갈고 내리는 과정까지 고객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은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과 그때의 기분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수익모델은 고객이 그 경험을 얼마나 자주 다시 원하고, 매번 충분한 만족을 얻는지에 맞춰야 합니다. 구독을 유지하게 하는 힘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에 더해, ‘그 시간을 다시 갖고 싶다’는 기대에서 나옵니다.
다섯 가지 보상을 설계했다면 그것이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이러한 감정적 보상은 어떤 지표로,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세 층위는 함께 봐야 합니다. 체감은 높아졌는데 재사용이 늘지 않았다면 그 보상이 다음 이용으로 이어지는 경험인지 의심해야 하고, 재사용이 늘었는데 제공 비용이 더 빨리 늘었다면 수익모델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지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무엇이 늘었느냐가 아니라, 그 증가가 고객이 사는 보상을 더 잘 제공한 결과인지입니다. 같은 이용량 증가도 어떤 보상을 파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성취감을 파는 서비스에서 반복 이용은 진전이 쌓이고 있다는 증거지만, 통제감을 파는 서비스에서 잦은 확인은 아직 상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신호입니다. 듀오링고가 일일 학습량을 줄이고도 더 많은 학습자를 붙잡은 이유도 같습니다. 고객이 산 것은 많은 학습량이 아니라 ‘이어가고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장의 기준은 사업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업에서는 고객이 더 많이 쓰게 하는 것이 성장이고, 어떤 사업에서는 더 적게 쓰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하는 것이 성장입니다. 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인정을 파는 브랜드라면, 고객이 속하고 싶은 집단 안에서 제품의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량을 조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어디에 자원을 더 쓰고 무엇을 개선할지는, 고객이 제품을 통해 얻고자 하는 보상을 얼마나 잘 제공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B2C 고객은 기능만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성취감, 통제감, 정체성, 사회적 인정, 의식과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함께 삽니다. 이 보상을 알면 제품은 어디에 투자하고, 마케팅은 무엇을 약속하고, 가격과 수익모델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지가 정해집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보상이 제품이 약속한 효용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온라인 강의를 결제한 순간의 뿌듯함은 첫 구매를 만들 수 있지만, 실제로 배우고 진전하는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다음 결제의 이유는 약해집니다. 첫 구매를 만든 만족이 다음 구매의 이유까지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듀오링고에서는 진전에 대한 확신이 학습을 이끌고, 오라링에서는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건강관리 행동을 이끌듯, 보상이 효용을 만드는 경로까지 설계해야 합니다. 몰스킨, 명품, 금요일 저녁의 콘텐츠 시청처럼 보상 자체가 효용인 사업은 그 보상을 얼마나 선명하게 주느냐가 곧 제품의 성패입니다.
결국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경험의 구조를 설계하되, 그 보상이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실제로 제공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 경험이 반복적인 선택과 지불로 이어질 때 감정적 가치는 지속되는 수익이 됩니다. 따라서 사업을 설계하거나 점검할 때는 아래 네 가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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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onny